유럽연합(EU)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지원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EU 집행위원회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동결 자산을 담보로 한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대출하고, 이 자금의 대부분을 무기 조달과 방위 산업 강화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전쟁배상금 선대 프로그램'으로 불리며, 러시아가 전후 배상금 형태로 이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가정 아래 추진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동결자산을 활용하여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 대출 형태로 제공하는 '배상금 대출'을 공식 제안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벨기에 중앙예탁기관인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는 러시아 자산 중 만기 도래분 약 1400억 유로(약 231조 원)를 무이자 형태로 조달하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다시 무이자 대출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제안은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오는 헝가리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유화적 태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할 수 있다고 언급한 후,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입장을 보류한 상태다. 그는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뒤 "전쟁이 끝나면 더 이상 무기 지원이 필요 없다"면서, 전후 미·러 무역 재개 가능성도 언급했다.
EU의 이번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유럽의 분담 확대'에 부합한다는 분석이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미국 무기의 비용이 유럽과 나토 동맹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나토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이라는 새로운 자금 조달 체계를 시행한 바 있다.
EU 보고서는 프랑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럽산 무기 조달을 우선 고려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미국 등 주요 동맹국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실리 중심 외교 노선을 감안한 조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방안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EU,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해 우크라이나 무기 구매 지원 방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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