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 특히 팰로앨토 지역에서는 극한의 근무 문화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유명 CEO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 본사는 주말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러한 근무 환경은 실리콘밸리의 AI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주 6일 근무'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당 72시간 이상 근무하는 중국식 '996'(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이 점차 실리콘밸리에서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996' 근무 문화는 2010대 후반에 중국의 IT 업계에서 시작되어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알리바바의 창립자인 마윈이 이를 긍정적으로 언급했던 것과 반대로, 이 근무 형태는 중국에서 '불법 노동'으로 규정되어 법적으로 금지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와 혁신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실리콘밸리에서 이 같은 근무 형태가 다시 부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러한 극한의 근로 문화가 다시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AI 경쟁을 지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뉴욕의 스타트업들은 '996' 근무 방식을 채택하며 더욱 치열한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다수 AI 스타트업들은 이 같은 근무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핀테크 기업인 램프의 데이터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토요일에도 결제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주말 근무의 확산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장시간 근무를 공개적으로 장려하는 경영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파일런의 CEO 마티 카우사스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위대한 회사를 만들 수 없다"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강조하는가 하면, '996'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의 이면에는 미·중 간의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미국 테크 기업 경영자들은 "방심하면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며 '996' 근무 방식을 경쟁의 상징으로 언급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중국의 문화는 '996'이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매우 강력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중국에서는 모두가 '996'로 일하고 있으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노동과 삶의 균형을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론은 성공 보상형 근로 구조의 영향도 받는다.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AI 기술을 통해 인력 효율성을 극대화하려 하며, 이는 고강도의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극단적 근로 상황은 번아웃과 같은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멘로 벤처스의 디디 다스 투자자는 "과도한 근무는 오히려 생산성을 낮추며, 중요한 인재일수록 이러한 문화를 기피하게 된다"며 산업 내에서의 올바른 일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