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기존의 '백신은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정하게 되었다. 이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케네디 장관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CDC에 이를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이로써 전문가 및 의료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신생아들이 생후 1년 동안 접종하는 B형 간염 백신 및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혼합 백신(DTaP)과 자폐증 간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대규모 연구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신의 안전성이 확인되었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믿고 있다.

CDC 웹사이트에는 '백신은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증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추가 설명이 달린 상태다. 이러한 변화는 케네디 장관과 의사 출신의 상원 보건위원장인 빌 캐시디 의원 간의 논의 결과로 이루어졌다. 지난 2월, 케네디 장관은 캐시디 의원의 지원을 받기 위해 CDC의 기존 문구를 삭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대신 새로운 표현을 추가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화한 것이다.

캐시디 의원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엑스(X)에서 "유아기에 접종하는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면서 "이와 반대되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고, 미국인들에게 해로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CDC 관계자는 "오늘은 CDC가 죽은 날"이라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의학 전문가들은 정치적 압력이 과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미국소아과학회는 케네디 장관의 주장에 대해 "잘못된 정보에 정부 자원을 낭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스탠퍼드대 감염병 전문의 제이크 스콧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부정명제를 완전하게 입증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무시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아동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재확인한 바 있다. 이번 CDC 결정은 백신에 대한 기존의 과학적 합의와 공공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연구와 정책 결정이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며,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뒷받침하는 더 많은 연구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