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내 주요 대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기업들이 내년에도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5.6%가 내년에 인수·합병(M&A)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그 주요 이유로는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응답이 80%를 차지했다. 또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관망하겠다'는 의견도 33.3%에 달했다. 이는 환율 변동성과 기업 규제 리스크, 경기 둔화 우려 등의 불확실성이 기업의 재무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내년도 재무 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가겠다'고 응답한 CFO의 비율은 58.5%였으며, '모험적'이라는 응답은 전무했다. 이와 함께 유동성 확보가 56.1%의 CFO들에게 최우선 과제로 지목되었고, 가장 중요한 재무 목표로는 부채 감축이 48.8%의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경향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

내년 조달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CFO가 34.1%에 달하는 반면,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9.8%에 불과했다.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서도 92.7%가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응답해 기업들의 신용 여건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53.7%에 달해 자금 수요가 많으나 신용 여건은 좋지 않은 비대칭 구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10대 그룹을 대표하는 상장사들의 올해 3분기 실적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7% 증가한 106조3억원에 달했다. 이는 원화 약세와 국내 시장금리의 급등 등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리 인상이 기업의 자본 조달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정부의 자산시장 활성화 정책도 대기업 자금 조달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기업 자금 사정에 대한 전망에서는 87.8%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긍정적인 전망은 그에 비해 훨씬 낮은 12.2%에 그쳤다. 대기업들이 확보한 현금 자산을 M&A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은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CFO들이 바라보는 M&A 시장의 활성화 가능성도 14.6%에 불과하며, 비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주요 거래를 이끌 것이라는 응답이 51.4%에 달했다.

실적 전망에 있어서는 53.7%가 내년 실적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 답했으며, 39%는 나아질 것으로 보았다. 현금 흐름 예상에서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61%,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29.3%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반적인 보수적 재무 전략 가운데에서, 시장이 안정될 경우에는 선택적 투자 및 전략적 M&A에 대한 여지가 남아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향후 자금 집행의 주된 목적에 있어 M&A와 신성장동력 발굴이 48.8%를 차지했으며, 설비 투자를 통한 기존 사업 역량 강화도 39%로 나타났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며, 크로스보더 M&A가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