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거래소는 증시 건전을 위한 자본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고 있지만, 사법부의 인력난으로 인해 상장폐지 가처분 판단 지연이 시장 내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상장폐지가 확정되지 않은 기업에 투자한 자금이 장기간 묶여버리면서, 거래정지로 인한 유동성 경색과 기회비용 손실이 누적되고 있어 사회적 비용만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코스피 상장사는 11개사에 달하지만, 이 중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거쳐 최종 퇴출된 기업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기업들은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그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유명한 사례로 지난해 12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는 IHQ와 KH필룩스는 지금까지도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상황 또한 심각하다. 올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는 38개다. 그 중 2곳만이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9곳은 가처분이 기각됐다. 나머지 27개사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 이후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현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며, 나머지 기업들은 여전히 지연된 절차에 놓여 있다.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정리매매 등의 후속 조치를 진행할 수 없어서, 상장폐지 과정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현실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상장폐지 관련 가처분 신청 건수가 올해 들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체 가처분 사건 접수 또한 약 33% 증가했으며, 지난해 500건 수준이던 가처분 신청은 올해 11월 말 기준 700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 증가에도 불구하고 처리할 인력은 제한적이어서 업무 부담이 심각하게 가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자본시장 개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법원 구성원들은 심각한 사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주말 근무까지 감내하고 있지만, 판결 지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결국 상장폐지 절차의 지체로 이어져 그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거래소는 내년부터 더욱 엄격한 상장폐지 심사를 적용할 방침이지만, 법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본시장 건전화를 위해서는 법원 인프라 강화와 더불어 제도적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