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발전과 자동화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경제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I 노출도(exposure)'가 높은 직업이 반드시 사라지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의 핵심이다. 실제로 AI의 자동화로 인해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직업군은 트럭 운전사와 물류 창고 노동자들이다.
2023년 OpenAI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미국 노동자의 80%가 AI로 인해 적어도 10% 이상의 업무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수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대규모 일자리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야기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노출도'라는 개념이 AI가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측정하는 것이지, 해당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였다.
경제학적으로 일자리는 다수의 업무(task)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업은 아이디어 생성, 발표 자료 제작, 팀 조율 등 여러 업무들이 연결되어 있다. AI가 일부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게 되면 인간 노동자는 더욱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증가하고 임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AI가 직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경우, 특히 직업을 구성하는 업무의 수가 적을수록 위험이 커진다. 이를 '직업의 차원수(dimensionality)'라고 하며, 이 차원수가 낮을수록 AI 자동화의 위협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클 크레머의 O링 이론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서로 의존적인 다수의 업무가 있는 직업에서는 일부 업무의 자동화가 오히려 다른 업무의 가치를 높이는 '집중 효과(focus effect)'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AI로 인해 임금이 상승한다고 해서 모든 고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중요한 변수는 소비자 수요의 탄력성이다. AI의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가 탄력적이라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기업은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반면, 수요가 비탄력적이라면 가격이 낮아져도 소비가 많지 않으므로 고용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트럭 운전사와 물류 창고 노동자들은 이러한 두 가지 위험 요소의 결합으로 인해 실직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약 300만 명이 트럭 운전을 생업으로 삼고 있으며, 대다수는 50대 이상으로 대학 학위가 없어도 취업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이들은 직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기업은 제한된 노선에서 자율주행 트럭의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비슷한 이유로 창고 물류 노동자도 대체 위험에 처해 있다. 창고 내 작업은 피킹, 패킹, 분류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며 자동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는 사람 없이 운영되는 '다크 웨어하우스'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영 컨설턴트와 의료 전문가들은 훨씬 복잡한 업무로 구성되어 있어 AI 도구가 그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 컨설턴트는 데이터 분석, 전략 수립 등 여러 상호보완적 업무를 수행하며, AI는 이러한 업무의 일부를 도와준다. 의료계에서도 AI는 의사의 판단을 돕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FDA 승인 방사선 AI 도구가 870개 이상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이 반드시 위험한 직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진짜 위험에 처한 직군은 단순한 업무 구조를 가진 직업들로, AI의 잠재적인 대체가 가능한 경우와 기업의 자동화 투자에 대한 강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작용할 때 진정한 위협이 발생한다.
AI 자동화가 위협하는 일자리, 진짜 위험군은 누구인가?

같은 코너에서 더 읽기
FSB 스테이블코인 경고, 규제 마친 곳은 11곳이 아니라 5곳
금융안정위원회(FSB)는 10월 12일 G20 앞 서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감독·위기관리 장치가 아직 미성숙하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는 1년 전 점검과 같은 내용이다. 널리 인용되는 '11곳 규제 완료'는 가상자산 전반의 숫자이고, 스테이블코인 틀을 마무리한 곳은 2025년 8월 기준 5곳이다.
전북은행 비트코인 담보대출, 개인은 못 받고 기업만 빌린다
전북은행이 기업이 맡긴 비트코인을 담보로 원화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국내 첫 은행 대출을 실행했다. 이 상품을 가능하게 한 것은 코인 가격이 아니라 10월 1일 시행된 개정 민사집행규칙으로, 갚지 못하면 법원 명령으로 비트코인을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개인은 대상이 아니고 담보도 비트코인뿐이다.
Ledger 하드웨어 월렛 피해 9290만 달러, 뚫린 곳은 동남아 리셀러였다
Ledger 하드웨어 월렛이 뚫린 곳은 암호 기술이 아니라 동남아 리셀러를 거친 유통 단계였다. 2023년 가짜 Trezor 사건과 같은 구조로, 기기를 사기 전에 이미 변조돼 있었다. 하드웨어 월렛을 쓰는 투자자에게 안전을 가르는 것은 제품명이 아니라 구매 경로다.
코인 모으기 9천729억원, 비트코인 하락장에도 매수가 늘어난 이유
비트코인이 연초보다 5.3% 내렸는데도 업비트·코인원·디지털엑스의 모으기 누적 투자액은 9천729억원으로 78.9% 늘었습니다. 다만 누적 숫자만으로는 매달 꾸준히 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락장에도 매수가 이어지는 것은 투자자가 매번 결심해서가 아니라 미리 정해 둔 설정이 사기 때문이고, 그 거래가 쌓일 때마다 수수료는 거래소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