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KRW-pegged Stablecoin)의 발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외환관리 체계의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요 논점은 자본의 국경을 넘어 빠르게 이동할 경우 통화 주권이 약화되고, 환율 방어 수단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단순히 기술적인 위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위협인지, 아니면 설계 미비에서 오는 위험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당국이 제기하는 주요 걱정거리는 세 가지이다. 첫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본 도피의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대규모 발행이 통화승수 효과를 교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비상시 환율 방어를 위한 개입 수단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 도피 우려의 경우, 기술적 대응이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가 기록·추적되어 공개되며, 중앙화된 발행사는 특정 지갑을 동결할 수 있는 스마트컨트랙트 권한을 가진다. 트래블룰(자산 이동 경로 확인 의무)을 결합하면, 기존 외환망보다 정교한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비수탁 지갑이나 믹서를 경유한 거래는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발행사는 새로운 주소나 우회 경로에 대한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은 있지만, 탈중앙화된 환경이 전부 투명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관리 체계의 실효성은 발행 구조와 유통 경로의 설계에 달려 있다.
반면에 통화승수 교란과 환율 개입 약화 문제는 기술적 해결이 어렵다. 이는 발행 한도, 준비금 요건, 한국은행과의 정책 공조 등과 같은 제반 사항에 따라 좌우된다. 유럽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엄격한 준비금 요건과 거래량 상한을 정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의 동결 권한은 범죄 자금을 차단하고 비상시 자본 유출을 억제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지만, 정부나 발행사가 법적 근거 없이 민간 자산을 임의로 동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캐나다의 금융 계좌 동결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동결 권한을 제도화할 때는 행사 요건의 명확한 정의와 사법적 통제를 포함해야 하며, 기술 설계 단계에서 법원 명령 없이 동결 코드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VerifyVASP와 CODE와 같은 트래블룰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주요국과의 실시간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마련한다면, 글로벌 디지털 통화 질서에서 '룰 메이커(rule maker)'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한국형 규제 프레임워크의 국제적 채택 경로가 명확해야 한다. 미국이 Chainalysis와 같은 분석 기업을 성장시킨 이유는 규제 설계뿐만 아니라 민간 수요와 자본시장 구조의 결합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논쟁은 리스크를 금지로 다룰지, 설계로 해결할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외환관리 우려는 분명 존재하지만, 기술적 감시 체계와 발행 구조, 법적 안전장치, 국제 공조의 네 축이 잘 구축된다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우리가 주저하는 사이, 디지털 공간에서 원화를 사용하는 자리는 해외 발행사와 타국 스테이블코인이 누릴 것이다. 디지털 통화 주권은 금지로 지켜지지 않으며, 더욱 정교한 설계만이 그러한 주권을 지킬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외환관리의 현실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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