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후 미국 S&P 100 기업 61곳이 이사 후보 선임 기준에서 인종과 성별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문구를 삭제하거나 포괄적인 표현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대형 상장사들의 이사회 구성 원칙에서 다양성, 형평성, 그리고 포용(DEI)의 명시성이 점차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포춘(Fortune)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변화는 이러한 다양성 원칙의 완전한 폐기라기보다는 오히려 명시성의 약화를 의미한다. 인종과 성별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에 경험, 배경, 관점 등 더 넓은 범위의 표현으로 후보 평가 기준을 수정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2026년 위임장 권유서에서 이사 후보군을 선정할 때 '경험, 배경, 관점의 다양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인종과 성별을 언급하는 문구는 없었다.
애플은 비슷한 맥락에서 2026년 위임장 권유서에서 이사회 승계 및 후보 평가 기준을 기술과 배경, 경험 중심으로 설명했지만, 후보 선임 기준에서는 직접적인 다양성 표현을 완화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2025년 위임장 권유서에는 후보군에 여성 및 소수자를 포함하는 명시적 기준이 있었으나 2026년 자료에서는 '폭넓은 자격'과 '다양한 관점 및 배경'이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대체됐다.
웰스파고는 공식적인 다양성 정책이 없는 상태에서 여성과 소수자 후보를 고려하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각 회사마다 문구 변경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61곳의 조치를 일괄적으로 DEI 철회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위임장 권유서는 기업이 주주총회에서의 안건과 이사 후보, 지배구조 정보 등을 주주에게 설명하는 공시 문서로, 이사 후보 자격 및 선정 절차를 결정짓는 기준이 기업의 지배구조 원칙을 나타낸다.
모든 대형 기업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025년 위임장 권유서에서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고도로 자격을 갖춘 여성과 소수집단 개인'을 포함하겠다고 명시했다. S&P 500 전체에 걸쳐 다양성 기준을 공개하는 기업 비중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2024년 S&P 500 기업의 48%가 이사회 선임 과정에서 다양성 기준을 공개했으나 이는 2025년 23%, 그리고 2026년 12%로 하락했다.
실제 이사 선임 결과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의 집계에 따르면, 2026년 4월 30일 기준 S&P 500의 새 독립이사 364명 중 여성 또는 인종적 소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로,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DEI 반대 기조와 기업들의 법률적 및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재검토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연방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의 DEI 관행 단속과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 우대 위헌 판결이 기업들의 다양성 정책 재검토를 촉발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이사회 다양성에 대한 압박을 줄인 반면, 보수 성향의 주주들이 제출한 DEI 약화 제안 3건에 대한 평균 찬성률은 1.5%에 그쳤다. 이처럼 미국 대형 상장사의 이사회 다양성 기준은 명시적 인종 및 성별 기준에서 포괄적인 경험 및 배경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
S&P 100 기업들, 이사회 다양성 기준에서 인종·성별 언급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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