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중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2023년 7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스테이블코인 혁신법(GENIUS Act)’은 발행사의 등록, 준비금 규제, 공시 의무를 명확히 설정하면서도 민간 부문의 혁신 실험을 제도권 내에서 촉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의 이름이 너무 좋아서 내 이름을 붙였다”고 농담한 것처럼 이 법의 의미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미국은 정확한 규제를 통해 혼란스러운 시장을 정리하고, 글로벌 결제 혁신의 주도권까지 확보하게 되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실물 자산으로 담보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성이 높아 결제 및 송금에 매우 적합하다. 특히, 국제 송금에 있어 기존 시스템에서는 은행 수수료로 15달러, 카드 결제 수수료로 2%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10센트에도 미치지 않는 비용으로 몇 분 내에 결제가 가능하다. 이러한 미국의 규제 정비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현재 2,600억 달러 규모로, 2028년에는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유럽과 한국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화폐를 대체하고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한국 금융위원회는 자금 세탁 방지 및 투자자 보호를 강조한 특정금융거래법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시장을 규율하고 있지만, 결제 혁신 및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는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이 이러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혁신의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로 여겨지기보다, 디지털 달러라는 국제 결제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터키와 나이지리아 등 여러 신흥국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실험이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활용 전략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규제가 과도해 혁신이 저해되고 있는 동안, 미국은 디지털 금융 질서를 선도하는 모습이다.
물론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대규모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무너질 경우, 2008년 머니마켓펀드 사태와 같은 금융 시스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발행소드에 100% 준비금 보유와 투명한 공시를 의무화했다. 혁신과 안전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이는 규제가 모호한 한국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제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을 막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규율하에 활용해야 할 것인가?”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결제의 미래는 미국과 민간 글로벌 기업들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금융 안정이라는 이유로 민간 혁신을 외면할 때가 아니다. 명확한 규정 아래에서 혁신을 허용하는 것이 진정한 금융 안정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트럼프의 스테이블코인 혁신법, 한국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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