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생전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왕실 전기 작가 밸런타인 로우가 자신의 신간 '권력과 궁(Power and the Palace)'을 통해 발표한 내용으로, 여왕이 2016년 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석 달 앞두고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우리는 EU를 떠나서는 안 된다"며 "익숙한 악마와 함께 있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는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이 발언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드러내주는 중요한 사례로, 여왕의 신중함을 보여주는 한편, 그녀가 개인적으로 EU 잔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여왕이 이러한 의견을 표명한 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이를 기반으로 EU 잔류 캠페인에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캐머런 전 총리는 회고하면서 여왕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신중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녀가 유럽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왕은 EU의 구조에 대해 때때로 불만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장은 이전의 보도와는 상반된 내용이다. 예를 들어, 2016년 6월 9일, 영국 대중지 더 선은 '여왕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다. 이 보도에서는 여왕이 "EU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버킹엄궁은 여왕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보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독립언론윤리위원회(IPSO)는 이 기사 제목이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버킹엄궁은 로우의 신간에 담긴 내용을 두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여왕의 브렉시트 관련 발언들이 과거의 보도와 어떤 차이를 갖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영국 내에서의 정치적 환경과 왕실의 중립성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