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사회 설립 이후 수십 년간 형성된 북극권 국가 간의 협력 네트워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심각하게 붕괴되고 있다. 러시아는 2021년 초부터 북극 관련 다자 협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극권 유럽 국가들은 반러시아 연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롭게 형성된 구도는 올해 열린 북극서클총회의 분위기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2025 북극서클총회'의 첫 세션에서는 '트럼프와 푸틴, 북극 다자주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되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강대국 일방주의'가 북극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행사에 애초부터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극 상황에 대한 관심은 뜨겁고 세션은 비어있는 좌석 없이 가득 차 있었다.

런던대학교 파리연구소의 에다 아야이딘 교수는 포퓰리즘 리더가 북극을 '쇼를 위한 무대'로 삼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그 가장 큰 예라고 비판했다. 이는 북극 거버넌스를 유지해 온 기존의 협력과 규범 질서에 혼란을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를 배제한 새로운 북극 이사회의 필요성도 논의되었다. 포르투갈 리스본대의 셀린 로드리게스 박사는 다자주의의 재정의를 위해 안보와 방위 주제를 포함하는 북극 이사회의 재구성을 주장했다. 올해 북극이사회 의장국에 해당하는 덴마크 외교장관 라스 뢰케 라스무센은 1996년 이래 북극이사회가 협력의 기초가 되어왔지만,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그 상황이 급변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극의 도전 과제가 공익을 위해 집단적 행동을 수용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러시아를 북극 관련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북극 연안을 50~60% 차지하고 있으며, 중요한 항구가 위치한 북동항로의 대부분도 러시아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비북극권 국가들에게 러시아는 항로 개발에 있어 필수적인 동반자로 여겨진다.

지속 가능한 북극권 해양 이용을 위해선 다자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한국이 추진해 온 실용 외교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 내정자는 "러시아는 우리와 '바다와 하늘을 같이 쓰는 나라'"라며, 2013년 한국의 북극이사회 옵서버 가입 당시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인해 러시아와의 교류는 쉽지 않다는 점도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북극 협력을 위한 항구적 평화 구축이 필요하다는 강조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