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스위스 근위대의 유대인 차별 논란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특정 유대계 여성 두 명을 향해 한 근위병이 침을 뱉는 시늉을 하면서 발생했다. 해당 근위병은 이스라엘 작가 미할 고브린과 벨기에 유대학연구소 소장 비비안 리스카가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이를 거부하며 "유대인들"이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교황 레오 14세가 가톨릭과 유대교의 관계 개선을 상징하는 '노스트라 아에타테' 선언 60주년을 기념해 신도들과 방문객을 접견하며 더욱 논란이 되었다. 고브린은 "교황이 반유대주의를 규탄한 날에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적"이라고 언급했다. 교황청은 조사 결과 반유대주의적 함의를 가진 행동이 발견되었다고 설명하며, 스위스 근위대 대변인은 "어떠한 형태의 반유대주의로부터도 거리를 두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근위대는 교황청이 보유한 유일한 군사 조직으로, 교황의 안전과 바티칸 내 치안을 담당한다. 이들은 신중하고 근엄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빨강, 노랑, 파랑의 줄무늬 유니폼을 착용한다. 역사적인 배경을 보면, 스위스 근위대는 교황 율리오 2세가 1503년에 창설한 이래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군사 조직이다. 근위대원은 스위스 국적을 가진 19세에서 30세 사이의 미혼 남성 가톨릭 신자여야 하며, 최소 키는 174㎝ 이상이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스위스 근위대의 과거 스캔들과 맞물리며 기존의 강압적 문화와 조직 내 분위기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2014년에는 전직 근위대 지휘관이 바티칸 내 성직자 중심의 조직적 동성애 네트워크 존재를 주장하면서 스캔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1998년에는 한 근위병이 동성애 관계에 있었던 근위대장과 그 아내를 권총으로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교황청의 대외적 이미지와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는 스위스 근위대의 내부 문제를 드러내며, 교황이 강력히 반유대주의를 규탄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의도가 크게 퇴색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황청의 후속 조치와 근위대의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문화 혁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