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순자산이 10억 달러(약 1조4600억 원) 이상인 억만장자들에게 자산의 5%를 일회성으로 세금으로 부과하자는 주민투표 법안이 제안됐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제안된 부유세가 시행되면 약 1000억 달러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법안은 주식, 채권, 미술품, 지적 재산권, 차량 등 대부분의 자산에 과세가 적용되지만, 부동산은 제외된다. 법안의 대상자는 2026년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이들이며, 세금 납부는 5년 분할이 가능하다.

현재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지역으로, 자산 관리업체 알트라타의 보고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미국의 모든 억만장자 중 약 22%에 해당하는 220 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UC버클리의 경제학자 에마뉘엘 사에즈는 이번 부유세 법안을 "초부유층을 겨냥한 세계 최초의 순자산세 실험"으로 평가하며, 그 파급력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여러 지역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시의 조란 맘다니 시장은 연소득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고소득자에게 2%의 추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고,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이미 유사한 4%의 추가세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제안은 단순 소득세가 아닌 순자산 전체에 관한 세금으로, 그 강도가 상당히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법안이 주민투표에 올라가려면 약 87만5000명의 서명이 필요하고, 서명 운동은 내년 1월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유층의 역외 이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산호세의 맷 마한 시장은 주 세수의 3분의 1 이상이 상위 1% 소득층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과세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세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갭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측 또한 부유세 도입이 “사실상 모든 자산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위험한 시도”라며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정치 행동 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구성하였다.

이번 제안은 부유세 도입과 함께 투자와 고소득층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볼 때 부유세가 과연 재정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세금 정책이 부유층의 주거지를 이탈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시점에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