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한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사망자가 921명에 이르는 참사가 발생했다.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민 수가 급증하고, 복구 비용이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은 북부 수마트라섬 3개 주에서 발생한 재난으로 921명이 사망했으며, 392명이 현재 실종된 상태라고 발표했다. 특히 아체주에서만 366명이 사망했으며, 많은 주민들이 도로 파손으로 고립된 상황이다. 이번 홍수로 인해 약 97만5000명이 이재민으로 발생했으며, 외진 지역에는 차량 접근이 불가능해 드론과 헬기를 통해 구호 물품이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식수와 연료가 부족해져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추가적인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직까지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복구 비용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며 채무 면제 및 경제 지원 대책을 발표했으나,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며 현장이 '재난 관광'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국가 재난 사태 선포는 매우 드문 경우로, 지난 30년 동안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에만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되었다. 현재 수마트라섬의 이재민들은 설사, 호흡기 감염, 피부 질환 등에 노출되어 있으나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부 장관은 "최소한 앞으로 3개월 동안 외진 지역에 배치할 의사 300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재앙은 인도네시아뿐만이 아니다. 스리랑카에서는 사이클론 '디트와'로 최근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여 627명이 사망하고 190명이 실종되었다. 스리랑카의 인구 중 약 10%에 해당하는 2320만명이 피해를 겪었으며, 주택 5만 채도 완전히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구 비용은 최대 70억 달러(약 10조3000억원)로 추산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도 각각 275명과 3명이 사망하여, 네 나라에서 총 182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피해가 심화된 이유로 기후변화에 의해 강수량이 증가하고, 무분별한 벌목과 부실한 재난 대비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모여서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졌으며, 향후에는 더 많은 예방 조치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