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정보기술 대기업 4곳이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부채를 장부에서 숨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오라클, 메타플랫폼(메타), xAI, 코어위브 등 이들 기업은 함께 약 1200억 달러(약 173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SPV를 활용하여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막대한 AI 투자에 따른 재정적 위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AI 인프라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SPV를 설립했으며, 핌코, 블랙록, 아폴로, 블루아울, JP모건 등의 금융기관들이 이 SPV가 발행한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조달된 자금은 SPV를 통해 흘러가며 고용주인 빅테크의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게 된다.

이러한 부채 구조는 기업이 신용등급 하락을 방지할 수 있게 하여 투자 위험을 숨길 수 있지만, FT는 만약 AI 운영 기업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할 경우 이 위기가 월스트리트 전반에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라클은 이 가운데 660억 달러를 SPV를 통해 빌린 최대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오라클은 크루소, 블루아울, 밴티지, 릴레이티드 디지털 등과 협력하여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들 데이터센터는 각 SPV 소유로 운영되며 오라클은 이들로부터 시설을 임대하기로 했다. 만약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진다면, 채권자들은 오라클에게 상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실물 자산에 대해서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한편 메타는 블루아울과 베녜 인베스터라는 SPV를 통해 데이터센터 자본 300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이는 재무제표에 부채로 기록되지 않았다. 이는 기업이 추가적으로 300억 달러를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와 같은 SPV를 통한 재무제표 외 부채 조달 방식은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본 규모가 급증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투자자들은 AI 서비스 수요 감소 시 재정적 위험이 기술 기업에게 전가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빅테크 데이터센터 건설은 자금력이 우수한 사모 대출 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시장은 1조7000억 달러 규모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자산 가치 상승과 유동성 부족, 그리고 차입자 집중으로 인해 부정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AI 데이터센터의 붐은 몇몇 고객층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주요 임차 기업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출 기관들도 동일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또한 전력 부족, AI 규제 변화, 기술 변동 등 다양한 외부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SPV를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은 향후 몇 년 간 매우 흥미롭고도 걱정스러운 국면을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업들이 SPV를 활용하여 큰 자금을 모을 경우 시장의 충격이 사모대출펀드로 동시에 확산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은 이런 추세에 참여하지 않고 내부 자금을 활용하거나 직접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