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인기 관광지 발리가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 최근 3개월간의 은행 계좌 잔고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치는 소비가 적은 관광객을 줄이고 '고품질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발리 당국은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발리 주지사인 와얀 코스터는 이 규정이 고품질 관광 관리를 위한 지방 규정 초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발리 지방 의회에서 입법 절차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 규정이 통과되면 외국인 관광객은 반드시 자신의 은행 잔고 내역과 이번 여행의 체류 기간, 일정, 그리고 발리에서 계획하고 있는 활동에 대한 세부사항을 제출해야 한다.
과거 인도네시아는 특정 비자 신청자에게 최소 2000달러(약 290만원)의 잔고가 표시된 은행 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해왔지만, 일반 관광객에게는 이런 재정 증빙을 요구하지 않았다. 코스터 주지사는 "이는 관광 산업의 모든 것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며 "우리가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에도 이러한 기준에 따라야 하므로, 발리도 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인도네시아의 출입국 관리 권한은 중앙정부에 있으며, 지방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금융 정보를 직접 확인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코스터는 규정이 통과될 경우 올해 안에 시행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최소 잔고 기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도 활발하다. 집권 여당 소속의 한 의원은 "여행객이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기준은 시민들이 해외 비자를 신청할 때 요구받는 조건과 유사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관광객 유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 지적하며, "부적절하고 성급한 정책으로 관광객에게 불편함만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브라위자야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발리 정부의 정책은 관광 개발의 본질적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 외에도 발리 지방의회 의원 중 한 명은 "이 규정은 중앙정부의 승인 없이는 사실상 시행이 불가능하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근 통계에 따르면 발리는 2025년까지 705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며, 이는 전년 대비 11.3% 증가한 수치로 최근 10년간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발리가 '천국의 섬'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나은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발리, 외국인 관광객에게 통장 잔고 증명 요구 추진…“소비 없는 관광객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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