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월 취임 첫날 WHO 탈퇴를 지시한 지 약 1년 만의 일이다. 이로써 미국은 두 번째로 WHO를 탈퇴하게 되며,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설립 당시 창립 멤버였던 기관에서의 입지를 잃게 된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성명을 통해 WHO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핵심 임무를 저버렸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WHO가 미국이 창립 멤버이자 최대 기부국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국의 이익에 적대적인 정치적 의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WHO를 비판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공중보건위기 선포가 지연되어 세계가 적절히 대응할 시간을 잃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WHO가 중국의 대응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면서 정보 공유와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025년 1월20일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날, WHO 탈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한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하에서도 WHO 탈퇴를 지시했지만, 후임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 당일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WHO 탈퇴를 위한 사전 통보와 더불어 2억6000만 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미납 회비 상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러한 채무를 정산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WHO 측은 미국의 체납액을 추산하면서도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WHO의 최대 기부국으로, 2022~2023년 동안 거의 13억 달러를 지원했다. 미국의 지원이 종료될 경우, WHO는 HIV, 소아마비, 에볼라 등 다양한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WHO는 직원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전체 직원 수의 약 25%인 2371명의 인력을 줄이려 하고 있다. 지난해 초 기준 WHO의 직원 수는 9401명이었다.

이번 미국의 탈퇴 조치는 국제 보건 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WHO의 기능 및 각종 질병 차단에 대한 대응 능력이 저하될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전 세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