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성범죄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된 대규모 수사 문서, 즉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면서 주요 국제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서에는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왕실 인사들의 실명이 담겨 있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공개한 약 300만 건의 문서, 18만 장의 사진, 2,000개의 영상 자료에는 엡스타인과 관련된 유명 인사들의 이메일과 일정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내 멜라니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를 연출한 브렛 래트너 감독의 이름이 등장한다. 공개된 사진 자료 중에서는 래트너가 젊은 여성과 함께 엡스타인과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다시금 그가 과거 성폭력 사건으로 영화계에서 퇴출당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노르웨이 왕세자비 메테 마리트 역시 이번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공개된 문서에는 그녀의 이름이 최소 1,000회 이상 등장하며, 현지 언론은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 중 성적 뉘앙스를 가진 표현과 사적인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노르웨이 왕실은 메테 마리트가 엡스타인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연락을 끊었다고 밝히며, 자신의 판단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엡스타인의 신분에 대한 추가적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엡스타인이 러시아와의 유착을 통해 고정간첩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개된 문서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급된 자료가 1,056건에 달하고, 모스크바가 언급된 문서가 9,000건 이상 포함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엡스타인이 러시아 출신 여성들을 활용해 유력 인사들과의 성관계를 주선하고 이를 통해 협박 수단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2019년에 구금 중 사망하였으며, 그의 범죄를 도운 공범 길레인 맥스웰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과거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 앤드루 전 왕자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 빌 게이츠도 이 사건에 관련된 인물로 알려지며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법무부의 추가 분석 결과와 각국의 후속 조치에 따라 엡스타인 사건에 대한 국제적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