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며 M&A(인수 및 합병)보다는 사업부 매각에 나서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의 거래 규모가 2021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사모펀드(PEF)가 시장의 주요 인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사모펀드가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기업 인수 거래를 성사시킨 반면, 대기업들의 인수 금액은 약 3조1500억원에 불과하여 사모펀드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대기업에 의한 '조 단위' 거래는 전무하며, 삼성이 인수한 SBI저축은행과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 등은 신규 사업 확장을 보여주지만,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사업은 아니다. 이러한 경향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기업들이 안정적인 영업 현금 흐름을 갖춘 안전한 기업을 주로 인수하려 한다는 뜻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관계자는 "미래 신기술 관련 M&A는 높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이 사라지고 있는 반면, SK와 LG, 롯데, 효성 등 대기업들은 계열사 및 사업부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그룹은 지난해 SK스페셜티를 포함한 여러 사업 부문을 매각하며, 올해 5월 기준으로 계열사 수를 219개에서 198개로 줄였다.
이와 더불어, LG화학은 수처리사업부 매각을 시행하고 에스테틱사업부와 BPA사업부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이 인수자가 아닌 매도자로서의 위치에 서게 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국내 M&A 시장은 활기를 잃고 있다. 매일경제 레이더M에 따르면, 최근 3년간 M&A 거래 규모는 30조~40조원 사이로, 2021년 70조원대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보유한 '조 단위'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한 후, 일반적으로 5~10년 이내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DIG에어가스, 클래시스, HPSP와 같은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 있으나, 대기업들은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는 현금성 자산이 많지 않아 이를 인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M&A 시장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으나,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