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나무는 닭가슴살 장터 랭킹닭컴을 열었지만 매출 80%는 자기 닭이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누구나 한 번은 닭가슴살을 먹으라는 말을 듣는다. 그다음 질문도 정해져 있다. 그거 어디서 시켜 먹어요. 스물아홉 살 퍼스널트레이너 김영문은 회원들에게 이 질문을 하도 자주 받다가 아예 그 답을 가게로 차렸다. 2011년에 문을 연 닭가슴살 전문 인터넷 가게, 랭킹닭컴이다.
그 가게를 운영하는 푸드나무(290720)가 10월 19일 하한가 종목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름만 보면 랭킹닭컴은 여러 회사의 닭가슴살을 모아 순위를 매겨 파는 장터다. 나는 이 회사를 다르게 읽는다. 랭킹닭컴은 장터 간판을 단 닭가슴살 브랜드 회사이고, 공장도 창고도 남의 것을 빌려 쓴다. 이 회사가 온전히 가진 것은 「어디서 사요」라는 질문의 답이 된 자리 하나다. 그 자리 하나로 한 해 2,000억원 넘게 팔았고, 그 자리 밖으로 걸어 나가려다 휘청였다.
트레이너의 질문으로 연 닭가슴살 가게
출발은 작았다. 월세 원룸에서 시작해 서울시 강북청년창업센터에 들어가 월세와 고정비를 덜었다. 김 대표는 훗날 그 시절을 두고 「네이밍부터 판매 방식까지 색달랐」다고 돌아봤다. 정육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냉동 닭가슴살을 찾던 사람들에게, 닭가슴살만 한곳에 모아 놓은 가게는 낯선 물건이었다. 회사는 지금도 랭킹닭컴을 국내 최초의 닭가슴살 전문 플랫폼으로 소개한다.
손님을 고른 눈도 좋았다. 운동하는 사람에게 닭가슴살은 별식이 아니라 매일 먹는 끼니다. 한 번 사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떨어질 때마다 다시 주문하는 물건이다. 2015년 첫 자체 브랜드 맛있닭이 나왔고, 운영사 푸드나무는 2018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트레이너가 회원에게 해 주던 대답 하나가 상장사의 매출이 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브랜드 233개가 걸린 장터에서 팔린 것은 자기 닭이었다
2019년 말 랭킹닭컴에는 식품 브랜드 223개가 들어와 있었다. 회사는 국내 닭가슴살 브랜드의 90%가 입점했다고 밝혔다. 진열대만 보면 영락없는 닭가슴살 백화점이다. 손님은 이 가게에 오면 웬만한 닭가슴살은 다 있다고 믿게 된다.
매출을 열면 다른 가게가 나온다. 2020년 증권사 분석에서 랭킹닭컴에 걸린 브랜드 약 233개 가운데 자사 식품 브랜드는 14개였는데, 총매출의 80% 이상이 그 14개에서 나왔다. 2021년 1분기에는 자사 브랜드 매출이 89%였고 입점 수수료와 기타 매출은 11%에 그쳤다. 2020년 2분기에는 맛있닭 한 브랜드가 혼자 매출의 57%를 냈다.
돈으로 보면 이 차이는 작지 않다. 남의 상품을 팔면 가게에는 수수료가 남는다. 자기 상품을 팔면 판매가에서 만드는 값을 뺀 차액을 통째로 가진다. 200개가 넘는 남의 브랜드는 손님이 이 가게를 믿고 찾아오게 하는 진열대였고, 계산대를 지나간 것은 대부분 자기 닭이었다. 장터의 신뢰로 손님을 모으고 브랜드 회사의 마진으로 번다. 나는 이것이 랭킹닭컴의 원래 설계라고 본다.
공장은 하나도 없고, 손님은 335만 명이다
그러면 그 자기 닭은 어디서 만들까. 푸드나무는 2026년 1분기 보고서에 생산을 100% 외주 OEM으로 한다고 적었다. 자체 생산시설은 없다. 사내 전담 인력이 품질과 공정을 관리하고, 주요 거래처로는 국일에프앤비가 이름을 올렸다. 닭가슴살·소고기·고구마 같은 원재료도 생산처가 직접 사 오고, 배송은 외주 물류 대행사가 맡는다.
회사 몫으로 남는 것은 손님 쪽에 있다. 같은 분기 본업 매출 160억원 가운데 73.5%가 자사몰에서 나왔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쿠팡 같은 남의 쇼핑몰이 14.1%, 롯데슈퍼·홈플러스·이마트24·올리브영 같은 오프라인이 12.3%다. 2025년 말 회원은 약 335만 명이다. 이 회사의 재산 목록 맨 위에 있는 것은 공장이 아니라 손님이 직접 찾아오는 주소다.

공장 없는 구조는 칼날이 양쪽에 있다. 설비에 돈이 묶이지 않으니 잘 팔릴 때는 주문만 늘리면 되고, 자체 브랜드를 23개까지 늘려도 생산 설비가 따라 늘 필요가 없다. 같은 이유로 문턱도 낮다. 공장을 빌려 닭가슴살 브랜드를 내는 방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그때 랭킹닭컴이 남과 다르게 가진 것은 결국 주소와 회원뿐이다.
가벼워서 컸던 회사가 무거운 것을 사들였다
2022년 연결 매출은 2,172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회사는 물류센터와 시설 투자에 쓰려고 산업은행에서 300억원을 빌렸다. 자회사도 줄줄이 생겼다. 배양육·대체육을 연구하는 에프엔프레시, 식품 프랜차이즈와 식자재 유통을 하는 에프엔어니스트, 인천 영종도에서 카페 메이드림을 연 에프엔플레이스, 풀필먼트를 맡은 에프엔풀필먼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에프엔블럭과 앱 개발사 에이치엔에이치, 그리고 베트남 법인이다.
이 목록에는 방향이 하나 있다. 처음 설계에서 남에게 맡겼던 일들, 고기를 만드는 일과 물건을 나르는 일, 손님을 맞는 매장과 주문을 받는 소프트웨어를 하나씩 자기 것으로 가지려 한 확장이다. 2023년 말 이 가운데 흑자는 에프엔풀필먼트(약 4억원)와 상품 중개를 하던 에프엔서플라이(약 9,000만원) 두 곳이었다. 에프엔프레시는 약 42억원, 에프엔어니스트는 약 23억원, 에프엔플레이스는 약 7억원 손실을 냈다.

본업의 손익도 같은 시기에 꺾였다. 2023년 연결 영업손실은 178억원이었다. 2024년 매출은 1,241억원으로 정점보다 931억원 줄었고, 영업손실 174억원에 순손실은 455억원이었다. 가벼워서 빨리 컸던 회사가 무게를 얹은 시기와 손익이 무너진 시기가 겹친다.
주인이 두 번 바뀌는 사이 남은 것
2024년 10월 창업자 측은 주식 600만 주를 주당 1,500원, 모두 90억원에 온힐파트너스로 넘기기로 했다. 당시 주가 4,100원의 절반이 안 되는 값이었다. 사는 쪽은 푸드나무와 자회사의 빚에 창업자가 서 있던 연대보증을 모두 떠안았다. 이 거래에서 새 주인이 넘겨받은 것은 주식만이 아니라 빚보증이었다.
온힐파트너스는 동물실험 대행사 노터스(지금의 HLB바이오스텝)를 세워 상장시킨 김도형 대표가 이끄는 회사다. 2024년 12월 264억원을 시작으로 1년이 채 안 되는 동안 네 차례 증자와 사채로 564억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정리가 이어졌다. 에프엔어니스트는 2024년 말 전량 팔았고, 카페를 하던 에프엔플레이스는 지분 55%를 60억원에 넘겼고, 에프엔풀필먼트도 2025년 10월 전량 매각했다. 배양육을 하던 에프엔프레시는 2026년 1분기 보고서에 영업 중단으로 적혀 있다. 회사는 2025년 3분기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2026년 6월 최대주주가 한 번 더 바뀌었다. 증권사에서 회사를 사고파는 일을 하고 회계법인을 거쳐 대표에 오른 김우주 대표가 28.63%를 쥐고 온힐파트너스 자리에 섰다. 4월부터 회사는 김우주·김도형 공동대표 체제다.

두 주인을 거치는 동안 공장 없는 회사가 사들였던 무게는 대부분 내려졌다. 남은 자회사는 영업을 멈춘 에프엔프레시와 베트남·중국·미국 법인,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플엔터테인먼트 정도다. 회사는 처음 설계대로, 랭킹닭컴 하나로 돌아왔다.
닭가슴살은 이제 어느 앱에나 있다
돌아온 자리는 2011년의 그 자리가 아니다. 닭가슴살 어디서 사요라는 질문에 지금은 어느 쇼핑 앱을 열어도 답이 나온다. 랭킹닭컴 스스로도 그 답 안에 들어가 매출의 14.1%를 남의 쇼핑몰에서 낸다.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169억원으로 1년 전 234억원보다 28% 줄었고, 영업손실은 70억원이었다.
회사가 내건 다음 수는 둘이다. 하나는 회원과 구매 기록으로 손님마다 맞춤 제안을 해 다시 사게 만드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해외다. 상하이 법인이 2025년 12월 중국 온라인몰에서 닭가슴살 8종을 팔기 시작했고 미국 법인도 세웠다. 회사는 3년 안에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게 하겠다고 했다. 2026년 1분기 수출 매출은 1,800만원이다. 해외는 아직 출발선에 있다.
나는 승부처가 첫 번째에 있다고 본다. 공장도 창고도 남의 것인 회사가 남과 다르게 가진 것은 335만 명이 무엇을 언제 다시 샀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어디서 파는지는 더 이상 답이 되지 않는다. 그 기록으로 무엇을 얼마나 먹으면 되는지까지 답해야 이 가게가 다시 손님의 첫 주소가 된다.
15년 전 그 트레이너가 받은 질문은 어디서 사느냐였다. 그 질문에는 이제 모든 앱이 답한다. 트레이너의 원래 일은 물건을 파는 곳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먹을지 정해 주는 것이다. 랭킹닭컴이 살아남을 길은 가게에서 다시 트레이너로 돌아가는 데 있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 구조와 선택을 해석한 칼럼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매출·비중·지분 내용은 본문에 적은 기준 시점에 따릅니다.
자료: 푸드나무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생산·판매경로·회원·종속회사), 서울시 창업 사례(창업 배경), 공동대표 체제와 랭킹닭컴 연혁(2026년 4월), 증권사 기업분석(2020년), 증권사 기업분석(2021년), 자회사 실적과 차입금(2024년 7월), 최대주주 지분 양수도 조건(2024년 10월), 연도별 매출과 자회사 정리(2025년 10월), 증자 내역과 에프엔플레이스 매각(2025년 11월), 자본잠식 해소(2025년 11월), 중국·미국 법인(2025년 12월), 최대주주 변경(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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