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두류공원 언덕에 202m짜리 탑이 서 있다. 꼭대기가 83층 높이라 83타워라고 부른다. 탑 아래에는 롤러코스터를 비롯한 놀이기구 30여 개가 도는 테마파크가 붙어 있고, 입장객 수로 국내 3위 안에 드는 곳이다. 이 탑과 놀이공원을 함께 운영하는 회사가 이월드(084680)다. 그런데 이 회사 매출의 3분의 2는 놀이공원 매표소가 아니라 백화점과 아울렛의 주얼리 진열장에서 나온다.
최근 이월드 주식이 증권가에서 다시 오르내리며 이름이 올라왔다. 2026년 상반기 이월드 매출의 67.66%가 주얼리 사업부 몫이었다. 커플링을 고르러 다녀 본 사람이면 한 번쯤 지나쳤을 로이드(LLOYD)와 OST가 이 회사 브랜드다. 놀이공원 회사가 전국 156곳 매장에서 반지와 목걸이를 판다. 매장 수는 2025년 6월 말 기준이다.
이월드는 놀이공원 간판을 단 주얼리 회사다. 대구의 땅은 놀이공원이 쥐고, 매출은 반지와 목걸이가 쥔다. 2019년 그룹 안에서 주얼리 사업을 넘겨받은 뒤로 이 회사 장부는 두류공원의 날씨보다 금값과 예물 시장을 먼저 탄다.
탑이 먼저 섰고, 놀이공원은 그 옆에 붙었다
83타워는 대구가 직할시가 된 것을 기념해 1984년 10월 공사를 시작했다. 시행사가 부도나 1986년에 공사가 멈췄고, 대구 건설사 우방이 다시 지어 1992년 1월 완공했다. 처음 이름은 우방타워였다. 1995년 3월 그 옆에 종합 테마공원 우방타워랜드가 문을 열었다. 지금의 이월드는 지역 건설사가 지은 탑 하나에서 출발했다.
회사로서의 이월드는 2005년 7월 우방의 유희시설 부문이 떨어져 나와 세워졌고, 같은 달 유가증권시장에 올랐다. 우방이 무너진 뒤 경영권은 C&그룹으로 갔다가 다시 채권단 손에 들어갔다. 2010년 3월 이랜드가 레저 계열사를 통해 C&우방랜드 지분 38.63%를 120억원에 사 최대주주가 됐고, 이듬해 회사 이름을 이월드로 바꿨다. 탑 이름이 우방타워에서 83타워로 바뀐 것도 이랜드가 들어온 뒤다.

놀이공원의 돈은 입장권과 먹거리에서 나온다. 2024년 입장권 매출이 251억원, 식음료가 56억원이었다. 사람은 5월과 7~8월, 10월에 몰리고 11월부터 2월까지는 빈다. 놀이기구를 새로 들이지 않으면 손님이 다시 오지 않는다. 2025년 6월 말 본사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는 2,897억원이다. 놀이공원은 넓은 땅과 비싼 기계를 깔아 두고 매출은 계절에 맡기는 장사다. 2024년 테마파크 부문은 매출 364억원에 영업손실 7억원을 냈다.
시계로 출발한 로이드가 놀이공원 회사로 왔다
로이드는 이랜드가 1990년에 만든 시계 브랜드였다. 이름은 영국인 선교사에게서 따왔고, 직원들이 스위스 바젤까지 가서 시계 만드는 법을 익혔다. 2000년대에 금 주얼리로 넓히면서 이름을 새긴 목걸이가 잘 팔렸고, 2010년대에는 별자리 주얼리만으로 한 해 90억원어치가 나갔다. 비싸지 않은 값에 이름과 기념일을 새겨 주는 반지와 목걸이, 그게 로이드가 잡은 자리다.
2018년 12월 이월드는 이랜드월드의 주얼리 사업부를 넘겨받겠다고 밝혔다. 로이드·OST·라템·클루 네 브랜드에 연매출 2,300억원 규모인 사업이었다. 이랜드월드는 의류를 직접 만들어 파는 SPA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했고, 이월드는 이 사업을 들고 중국과 동남아로 나가 2021년까지 온라인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겠다고 했다.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에 주얼리를 얹어 바다 밖으로 키운다는 계획이었다. 양수는 2019년 1월 31일, 값은 2,053억원이었다.

2,053억원 가운데 1,154억원은 매장 집기나 재고처럼 눈에 보이는 자산이 아니라 브랜드와 장사 솜씨에 매긴 값, 영업권이었다. 양수를 치른 뒤 이월드의 차입금은 1,100억원 늘었다. 2020년 이월드 매출 1,315억원 가운데 주얼리가 1,185억원이었다. 이때부터 이월드 장부의 첫 줄은 놀이공원이 아니라 반지가 차지했다.
반지 매출은 5년 만에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
넘겨받은 첫해 주얼리 매출은 1,503억원이었다. 2020년 1,185억원, 2021년 1,006억원으로 해마다 줄었고 2024년에는 720억원이 됐다. 5년 만에 절반 아래다. 중국과 동남아로 가겠다던 계획도 숫자를 남기지 못했다. 주얼리 수출 실적은 2023년부터 없다.
회사가 꼽는 사정은 셋이다. 주얼리는 경기를 많이 타는 사치품이고, 결혼이 줄면서 예물 시장이 작아지고 있고, 사람들이 매장보다 온라인에서 고른다. 로이드의 중심 고객은 20~30대 여성인데, 이들이 주얼리 정보를 얻는 곳의 65.7%가 온라인이다. 거리 매장과 백화점, 마트, 아울렛에 진열장을 깔아 두고 파는 방식이 손님이 고르는 자리와 어긋나기 시작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테마파크와 주얼리가 둘 다 영업손실을 냈다. 그해 6월 말 이월드의 차입금은 1,379억원, 쌓인 결손금은 1,180억원이었고, 상법상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없어 몇 해째 배당을 하지 못했다. 땅을 가진 놀이공원과 매출을 가진 주얼리가 서로를 받쳐 주지 못한 반년이었다.
금값이 반지값을 끌어올렸다
1년 뒤 그림이 바뀌었다. 2026년 상반기 이월드는 매출 524억원에 영업이익 27억원을 내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에서 주얼리가 차지하는 몫은 1년 전 60.3%에서 67.66%로 올라갔다. 회사가 든 이유는 금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가 인상이다. 같은 반지를 팔아도 금값이 오르면 매출이 커진다. 테마파크는 운영을 다듬어 적자 폭을 줄였고, 하반기에는 물놀이 시설과 좀비 공연을 다시 연다.

로이드는 물건도 바꿔 왔다. 2020년 실험실에서 키운 다이아몬드(랩그로운)를 국내에서 처음 내놨고, 2025년 1~5월에는 1부(0.1캐럿) 이하 작은 다이아몬드 커플링 판매가 1년 전보다 32% 늘었다. 예물을 크게 하지 않는 젊은 커플에게 작고 덜 비싼 반지를 파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갔다. 금은 값이 올라 매출을 키우고, 다이아몬드는 크기를 줄여 손님을 붙잡는다.
83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두류공원과 놀이기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장부가 2,897억원어치의 테마파크 땅과 건물이 그 풍경 안에 있다. 매출은 다르다. 매출의 3분의 2는 전국 백화점·아울렛 매장과 온라인몰 진열장 속 금반지와 목걸이에 있고, 그 값은 대구의 봄 날씨가 아니라 금 시세를 따라 움직인다. 이월드의 내년은 롤러코스터 앞의 줄보다 금 한 돈의 값이 먼저 정한다.
근거 자료: 이월드 2025년 반기보고서 — 설립·상장·사명 변경, 2019년 주얼리 사업 양수, 사업부문별 매출·영업손익(2024년·2025년 상반기), 제품별 매출, 놀이기구 수와 계절성, 매장 수와 판매 채널, 고객층, 토지·건물 장부가, 차입금, 결손금과 배당, 위험 요인, 83타워 높이·착공과 완공·이름 유래·우방타워랜드 개장, 이월드 경영권 변화와 2020년 매출, 2010년 이랜드의 C&우방랜드 지분 인수, 로이드의 출발과 제품 변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2018년 주얼리 사업 양수 발표와 브랜드·매출 규모·해외 목표, 양수 금액, 주얼리 매출 추이와 수출 실적, 영업권 규모, 2019~2021년 주얼리 매출, 양수 뒤 차입금 증가, 2026년 상반기 매출·영업이익, 2026년 상반기 사업부 매출 구성, 2026년 상반기 사업부별 실적 요인과 하반기 계획, 입장객 순위, 작은 다이아몬드 커플링 판매 증가.
함께 읽기: 천일고속은 버스로 적자 내며 고속터미널 회사 6분의 1을 쥐고 있다 · F&F는 MLB 이름을 빌려 팔고, 중국 매장은 대리상이 차린다
2026년 10월 10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사업부문별 매출·손익과 재무 수치는 이월드 반기보고서, 2026년 상반기 실적과 매출 구성은 이를 인용한 보도·기업정보 기준이며,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