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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밀리에스씨는 롬앤을 일본 편의점에 맞춰 다시 만들었다

서학개미 투자포럼 ·
아이패밀리에스씨는 롬앤을 일본 편의점에 맞춰 다시 만들었다

일본 여행 중 편의점에서 작은 틴트를 집었다면, 한국에서 보던 롬앤과 이름이 조금 달랐을 것이다. 앤드바이롬앤. 2023년 3월 로손(Lawson)에 등장한 이 화장품은 기존 롬앤 제품을 그대로 옮겨 놓은 물건이 아니다. 편의점에서 가볍게 써볼 수 있도록 로손과 함께 개발한 미니 화장품이다.

오늘의 이슈 종목 목록에서 아이패밀리에스씨(114840)를 다시 꺼낸 이유도 여기 있다. 낯선 회사명보다 익숙한 것은 이 회사의 브랜드 롬앤이다. 이 회사의 솜씨는 화장품을 만든 뒤 팔 곳을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팔리는 장소에 맞춰 상품까지 바꾸는 데 있다.

립스틱 회사의 출발점은 결혼 준비였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2000년 웨딩 사업으로 출발했다. 지금도 아이웨딩을 운영한다. 드레스와 사진, 헤어·메이크업처럼 서로 다른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 번의 결혼 준비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웨딩 유통 시스템의 이름은 ‘with’다. 아이웨딩 소개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이 고르는 것은 물건 하나가 아니다. 서로 다른 서비스가 자기 일정과 취향 안에서 맞아야 한다. 이 사업에서 유통은 상품을 진열하는 일보다 넓다. 손님이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게 정보를 정리하고, 선택한 서비스가 실제 행사로 이어지도록 연결해야 한다.

그 회사가 2016년 9월 퍼스널컬러 전문 뷰티 크리에이터 민새롬과 함께 색조 브랜드 롬앤을 내놨다. 결혼식에서 쓰던 제품을 그대로 화장품으로 바꾼 이야기는 아니다. 서로 다른 업종을 잇는 것은 고객이 고르기까지의 과정을 사업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이다.

회사의 무게중심은 이미 옮겨갔다. 2024년 사업보고서의 사업부별 매출은 화장품 2,001억원, 화장품 외 사업 48억원이다. 회사가 표시한 비중은 각각 98%와 2%다. 뒤의 48억원에는 웨딩뿐 아니라 리빙과 앱 등이 함께 들어간다. 이를 웨딩 매출만으로 읽으면 회사의 출발과 현재를 잘못 비교하게 된다.

작은 신사업이 웨딩에 붙어 있는 회사가 아니다. 웨딩에서 출발해 화장품이 몸통이 된 회사다. 이 변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업종명보다 일하는 방식이다.

제품 사진은 완제품이 나온 뒤에만 만들지 않는다

아이패밀리에스씨 — 상품과 보여줄 방법을 함께 만든다 도판

틴트를 살 때 사람은 병 안의 액체를 먼저 경험하지 않는다. 화면에서 입술에 올라간 색을 보고, 자기 피부에 어울릴지 생각한 뒤 제품을 만난다. 색조화장품에서는 물건과 그 물건을 보여주는 장면을 떼어 놓기 어렵다.

롬앤은 이를 상품과 콘텐츠를 묶는 방식으로 풀었다. 회사의 브랜드 소개에는 상품과 콘텐츠를 결합한 ‘콘텐덕트’라는 말이 등장한다. 낯선 용어보다 봐야 할 것은 조직이다. 제품을 기획하는 사람과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얼마나 가까이 일하느냐가 중요하다. 롬앤 브랜드 소개

2024년 사업보고서에 적힌 업무 방식은 구체적이다. 콘텐츠와 마케팅 조직을 내부에서 운영하고, 디자인 역량을 가진 상품 개발자가 디자인을 겸한다. 상품 개발과 디자인, 마케팅을 차례로 넘기는 대신 함께 진행한다. 광고를 잘 붙이는 회사보다, 보여줄 방법을 상품 안에 넣는 회사에 가깝다.

이 차이는 비용을 어느 항목에 썼느냐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색과 용기, 보여주는 화면이 뒤늦게 서로 어긋나면 다시 손봐야 한다.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면 그 어긋남을 앞에서 다룰 수 있다. 이것이 필자가 보는 롬앤 조직의 경제적 가치다.

로손은 매대를 빌려준 데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패밀리에스씨 — 판매처와 상품을 함께 바꿨다 도판

이 방식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실물이 앤드바이롬앤이다. 2023년 3월 31일 출시 당시 로손은 롬앤과의 공동 개발을 명시했다. 편의점에서 가볍게 시도할 수 있는 미니 크기로 립 제품과 아이섀도 등을 포함한 25개 품목을 선보였다. 로손 출시 공지, 2023년 3월 17일

같은 브랜드가 다른 매장에 입점하는 것과, 매장에 맞는 별도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것은 거래의 깊이가 다르다. 전자는 이미 있는 상품의 판매처를 늘린다. 후자는 어느 손님이 어떤 크기의 제품을 집을지부터 다시 정한다. 여기서는 유통사가 상품 설계의 상대가 됐다.

작은 크기는 단순한 축소판 이상의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처음 보는 색을 큰 용량으로 사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편의점은 늘 보던 생필품 옆에 새로운 방문 이유를 놓을 수 있다. 이 조합의 가치는 접근하기 쉬운 장소와 시도하기 쉬운 상품이 함께 움직인다는 데 있다.

실제 판매는 이어졌다. 출시 후 3일 동안 30만개가 팔렸고, 2023년 10월에는 누적 200만개를 넘었다. 화장품 구매도 외출 중 급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방식에서, 그 제품을 사러 오는 방식으로 넓어졌다. 그해 11월에는 연말용 반짝이 립틴트가 추가로 나왔다. 로손 후속 판매·신제품 안내, 2023년 11월 6일

브랜드가 편의점의 빈자리를 채운 데서 끝나지 않고, 편의점에 갈 이유를 보탰다. 유통사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제품 한 개의 매입가격을 넘어서는 지점이다.

일본 손님에게 팔리지만 돈은 여러 회사를 건넌다

아이패밀리에스씨 — 매장 판매액과 회사 매출은 다르다 도판

여기서 계산을 잘못하기 쉽다. 로손에서 팔린 화장품 200만개에 판매가격을 곱해 아이패밀리에스씨의 매출로 잡을 수는 없다. 소비자가 지불한 소매대금과 브랜드 회사가 받는 공급대금은 서로 다른 거래다.

로손의 출시 공지에는 일본 정규 대리점인 한국고려인삼사가 등장한다.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와 현지에서 유통을 맡는 회사, 최종 판매점이 나뉘어 있다. 회사명에 인삼이 들어간 이 대리점이 한국 색조화장품의 일본 판매에 끼어 있다는 구체적인 연결이 롬앤의 해외 사업을 보여준다.

아이패밀리에스씨의 2024년 사업보고서도 수출 경로를 유통 파트너사와의 총판 계약으로 적었다. 롬앤을 찾는 소비자의 반응이 중요하지만, 그 반응을 해외 주문과 납품으로 잇는 파트너 역시 사업의 한 축이다. 해외 인지도를 곧바로 직영 매장 매출처럼 읽어서는 이 거래가 보이지 않는다.

팬을 얻는 일과 파트너가 취급할 상품을 만드는 일이 맞물려야 수출이 된다. 제품을 찾는 손님이 있고, 그 손님을 받을 유통망이 있으며, 그 유통망에 맞춘 상품이 있는 구조다. 로손 공동 개발은 이 세 가지가 만난 사례다.

같은 틴트를 더 멀리 보내는 것보다 넓은 확장

롬앤은 한 번 열린 편의점 매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회사 연혁에는 2024년 일본 돈키호테 정규 입점, 2025년 미국 울타뷰티 입점이 이어진다. 2019년 일본 로프트·플라자·도큐한즈에 들어간 기록까지 놓고 보면, 일본 진출과 로손 공동 개발도 같은 사건이 아니다. 먼저 들어간 시장에서 만나는 판매 장소를 다시 넓힌 것이다. 회사 주요 연혁

이 확장에서 눈여겨볼 단위는 국가보다 작다. 나라 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고객이 물건을 만나는 장소를 달리했다. 로손에서는 그 장소에 맞는 별도 상품까지 만들었다.

웨딩 유통에서 출발한 회사가 틴트로 커졌다는 연혁은 재미있는 출발점이다. 더 오래 남는 발견은 그다음에 있다. 아이패밀리에스씨가 넓혀 온 것은 색상표만이 아니라, 그 색을 처음 고르는 자리다.

자료 기준: 2024년 사업보고서, 2023년 로손 출시·후속 안내 및 회사 공식 연혁. 과거 판매수량은 해당 시점의 기록이다. 본문에는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필자의 사업 해석이 포함되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근거: 아이패밀리에스씨 2024년 사업보고서. 함께 읽기: 젝시믹스, 광고 대행사가 만든 레깅스 브랜드. 두 회사의 공통 관심사는 상품을 만드는 일과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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