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는 양극재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지주회사가 파는 건 인도네시아 니켈이다


증권 앱 검색창에 「에코프로」를 치면 이름이 거의 같은 종목이 줄줄이 뜬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 에코프로에이치엔. 4개 모두 상장사이고 모두 한 그룹이다. 사람들이 흔히 2차전지 양극재 회사라고 부르는 「에코프로」는 이 가운데 맨 위의 하나다.
그 에코프로(086520)가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했다. 이달 1일 그룹이 발표한 인사에서 지주회사를 이끌던 송호준 대표는 에코프로비엠 대표로 옮기고, 에코프로 대표 자리에는 최상운·김장우 두 사람이 내정됐다. 인사 소식은 대개 거기서 끝난다. 나는 이 회사를 이렇게 본다. 에코프로는 양극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양극재 회사의 주인이다. 그리고 그 주인이 제 이름으로 직접 사고파는 물건은 배터리 가루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나온 니켈이다.
주차장 컨테이너에서 붓으로 바른 필터
1998년 10월 충북 오창에 코리아제오륨이라는 벤처가 문을 열었다. 창업자는 한 해 전 맺어진 교토의정서 소식을 보고 앞으로 환경 산업이 커질 거라고 판단했다. 첫 물건은 반도체 공장 클린룸에 다는 케미컬필터였다. 종로에서 부직포를 사 와 접착제를 붓으로 발라 필터를 만들었고, 연구실은 주차장에 놓은 컨테이너였다. 2001년 이름을 에코프로로 바꿨다.
이 회사에 처음 돈을 낸 손님은 배터리 회사가 아니라 반도체 공장이었다. 클린룸 공기 속 화학 오염을 걸러 내는 필터,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과불화화합물(PFC) 같은 온실가스를 분해하는 장치가 주력이 됐다. 2020년 이 환경 사업의 매출을 나눠 보면 케미컬필터가 42.0%, 온실가스 장치가 39.5%, 미세먼지 장치가 18.1%였다.
그 사업은 지금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이 맡는다. 2025년 매출 1,411억원에 영업이익 117억원을 냈다. 올해 8월에는 미국 아이다호의 반도체 생산시설에 약 210억원어치 온실가스 저감설비를 넣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매출의 15%쯤 되는 크기다. 촉매를 써서 750~800℃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가스를 분해하는 설비로, 높은 열로 태워 없애는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를 약 95% 덜 쓴다. 창업 때의 손님이 28년이 지난 지금도 이 회사의 손님이다.
양극재는 넘겨받은 사업에서 시작했다
배터리 소재는 이 회사가 맨땅에서 키운 사업이 아니다. 에코프로는 제일모직이 정리한 2차전지 양극재 사업을 기술과 사업권째 넘겨받았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을 이루는 가루로, 니켈·코발트 같은 금속에 리튬을 섞어 구워 만든다. 필터 회사가 배터리 회사가 된 길은 남이 내려놓은 사업을 주워 든 데서 열렸다.
2016년 에코프로는 이 전지 재료 사업을 떼어 자회사 에코프로비엠(247540)을 세웠다. 물적분할이라 새 회사 주식은 처음에 전부 에코프로가 쥐었다. 설립 첫해 매출 998억원이던 에코프로비엠은 2019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2025년 매출 2조5,316억원을 냈다. 2021년에는 남아 있던 환경 사업마저 에코프로에이치엔으로 떼어 냈다. 에코프로 본체에는 자회사 지분과 투자 사업만 남았다. 이때부터 에코프로는 공장을 돌리는 회사가 아니라 지분을 쥐는 회사, 지주회사다.
지금 에코프로비엠 지분은 에코프로 혼자 42.79%를 가졌다(2026년 9월 말 보고). 양극재 바로 앞 단계 재료인 전구체를 만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450080)는 2023년 상장 때 에코프로 지분이 44.8%였다. 니켈·코발트를 섞어 전구체를 만들고 거기에 리튬을 더해 구우면 양극재가 된다. 리튬 가공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다 쓴 배터리에서 금속을 되찾는 일은 에코프로씨엔지가 맡는다. 포항 캠퍼스에서는 이 공정들이 한 단지 안에 붙어 있다.

그래서 「에코프로 양극재」라는 말은 반만 맞다. 양극재를 만들어 배터리 회사에 파는 법인은 에코프로비엠이다. 에코프로 실적에 양극재가 크게 잡히는 것은 에코프로비엠을 자회사로 묶어 계산하기 때문이다. 2025년 2분기 그룹 연결 매출은 9,317억원이었고, 같은 분기 에코프로비엠 매출이 7,797억원이었다. 그룹 매출의 몸통은 자회사의 양극재이고, 지주회사 에코프로는 그 몸통의 최대주주다.
지주회사가 직접 쥔 것은 적도 아래 니켈이다
그러면 지주회사 에코프로가 제 이름으로 하는 장사는 무엇인가. 답은 인도네시아에 있다. 에코프로 그룹은 2022년부터 술라웨시섬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의 니켈 제련소 4곳에 지분을 사들였다. QMB 9%, 메이밍 9%, ESG 10%, 그린에코니켈(GEN) 38%. 모두 약 7,000억원이 들어갔다. QMB와 메이밍 지분은 지주회사 에코프로가 직접 들고 있고, GEN은 에코프로 10%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28%를 합쳐 최대주주가 됐다.
이 제련소들이 만드는 것은 MHP라는 니켈 중간재다. 광석에서 니켈을 녹여 내 가라앉힌 덩어리로, 순수한 니켈 금속보다 싸고 전구체에 필요한 코발트까지 들어 있다. 4곳에서 확보하는 물량은 한 해 2만8,500톤, 전기차 약 60만 대에 들어갈 양이다.
에코프로는 지분만큼 이 MHP를 받아 바깥에 판다. 지분이 곧 물량 배정표다. 2025년 2분기 지주회사의 광물 무역 매출은 419억원이었다. 3분기에는 메탈 트레이딩으로 510억원, 투자 관련 수익으로 135억원, 합쳐 645억원을 올렸다. 지주회사가 제련 설비를 직접 돌리는 것이 아니다. 남의 땅에 선 제련소의 몫을 받아 되파는 장사다.

흑자 전환을 만든 것은 공장 밖의 몫이었다
2025년 에코프로 연결 매출은 3조4,315억원, 영업이익은 2,332억원이었다. 한 해 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송호준 당시 대표가 꼽은 이유는 둘,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와 인도네시아 제련 투자였다. 회사는 그해 인도네시아 제련소 4곳에서 약 2,500억원의 투자 차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 이익이 어디서 났는지는 3분기가 잘 보여 준다. 그 분기 그룹 영업이익은 1,499억원이었는데, GEN과 ESG 제련소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생긴 투자 차익이 크게 반영됐다. 전구체를 만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같은 분기 영업손실 251억원을 내고도 순이익이 1,619억원이었다. GEN을 자회사로 들인 효과다. 전구체 공장은 손실을 냈고, 장부 속 제련소 지분이 이익을 냈다.
회사가 그리는 1단계 투자의 평년 그림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한 해 평균 1,800억원으로 잡은 투자 이익 가운데 약 1,000억원은 제련소 자회사의 영업이익, 500억원은 지분만큼 나눠 받는 지분법 이익, 300억원은 메탈 트레이딩이다. 올해 2월 회사는 이 추산을 2,200억원 수준으로 올려 잡았다.

땅에서 나는 몫에는 그 땅의 날씨도 따라온다. 올해 2분기 그룹 영업이익은 329억원으로 1년 전의 두 배였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41.7% 줄었다. 인도네시아에 집중호우가 내려 GEN 제련소 가동률이 떨어졌고,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영업손실 106억원을 냈다. 양극재는 유럽 전기차 판매를 따라 움직이고, 니켈 몫은 술라웨시의 비를 따라 움직인다. 에코프로의 실적은 이제 두 대륙의 사정을 함께 탄다.
9% 주주에서 과반의 주인으로
1단계에서 에코프로는 대부분 남이 지은 제련소의 소수 주주였다. 2단계는 판이 다르다. 술라웨시 IGIP 산업단지에서 PT 발레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기업과 합작해 첫 제련소 지분 20%를 잡고, 그다음 제련소부터는 과반을 쥐고 직접 짓는다. 1·2단계 제련소를 합쳐 한 해 13만 톤의 MHP를 만들고 그중 5만 톤을 가져오는 계획이다. 제련소 다음에는 전구체·양극재·배터리 셀 공장을 차례로 세운다. 에코프로비엠은 6월 30일 술라웨시 제련소 투자를 넓히려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포항에서 한 단지 안에 이어 붙인 리튬·전구체·양극재·재활용의 사슬을 이번에는 니켈이 나오는 땅 바로 옆에 다시 짓겠다는 그림이다. 몫을 받아 되파는 주주에서 제련소를 주도하는 주인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다.

그 주인 자리에 새로 앉는 두 사람의 이력도 같은 말을 한다. 최상운 내정자는 그룹 경영지원본부장이었고, 김장우 내정자는 지주회사에서 그룹의 재무와 경영 관리를 총괄하게 된다. 공장을 짓는 자리보다 돈과 지분을 다루는 자리다. 지주회사 에코프로의 본업이 무엇이 됐는지를 이 배치가 가장 짧게 보여 준다.
1998년 주차장 컨테이너에서 필터에 접착제를 바르던 회사는 공기 속 나쁜 것을 걸러 내는 일로 첫돈을 벌었다. 28년 뒤 그 이름을 물려받은 지주회사는 적도 아래 땅에서 나온 니켈의 몫으로 흑자를 냈다. 걸러 내던 회사의 이름이 이제 캐낸 것의 몫을 센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 구조와 선택을 해석한 칼럼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매출·이익·지분 내용은 본문에 적은 기준 시점에 따르며, 1단계 투자 이익 연평균 1,800억원과 2,200억원은 회사 추산입니다.
자료: 에코프로그룹 사장단 인사(2026년 10월 1일), 에코프로 설립과 옛 사명, 에코프로 창업 초기 케미컬필터 개발(2025년 10월), 증권사 기업분석(에코프로에이치엔 2020년 매출 구성), 에코프로에이치엔 미국 온실가스 저감설비 공급(2026년 8월), 에코프로비엠 설립 10주년과 유상증자(2026년 7월), 에코프로비엠 지분 보고(2026년 9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당시 최대주주, 에코프로 2025년 2분기 가족사별 실적, 인도네시아 1·2단계 투자 구조(2025년 9월), 에코프로 2025년 3분기 실적과 투자 이익 구성, 에코프로 2025년 연간 실적(2026년 2월), 에코프로 2026년 2분기 실적, 포항 캠퍼스 공정 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