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학원 탈의실이나 한강 러닝 코스에서 XEXYMIX라고 찍힌 레깅스를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젝시믹스(337930)의 대표 레깅스 블랙라벨 시그니처 360N은 59,000원이다. 룰루레몬(lululemon)의 얼라인 하이라이즈 팬츠가 138,000원이니 절반이 안 된다. 이 레깅스를 만든 회사는 원래 옷 회사가 아니라 남의 물건을 대신 광고해 주던 광고 대행사였다.

최근 젝시믹스 주식이 신저가를 쓰면서 이름이 다시 오르내린다. 회사를 열어 보면 출발점은 옷이 아니라 인터넷 광고다. 다이어트 도시락을 광고해 팔던 회사가 2015년 레깅스를 냈고, 상장 무렵에는 판매의 90% 이상을 백화점 매대가 아니라 자기 쇼핑몰에서 냈다. 2021년 상반기까지는 매출의 약 25%를 광고비로 썼다. 100원어치를 팔 때마다 25원을 광고에 다시 넣었다.

젝시믹스는 광고로 손님을 사 오는 법을 먼저 익히고, 그 손님에게 팔 옷을 나중에 고른 회사다. 매장 임대료 대신 광고비를 냈고, 매장 직원 대신 쇼핑몰의 리뷰가 손님을 맞았다. 이 공식이 10년 가까이 매출을 밀어 올렸다. 지금 이 회사가 부딪힌 벽도 같은 공식에서 나온다.

다이어트 도시락을 광고하던 회사가 레깅스를 냈다

젝시믹스의 뿌리는 2010년대 초 문을 연 온라인 광고 대행사다. 남의 상품을 인터넷에 광고해 주고 대가를 받는 일이었다. 이 회사는 광고 일을 하면서 다이어트 브랜드 쓰리케어, 식단 관리용 포켓도시락 같은 자기 상품도 팔았다. 남의 물건에 쓰던 광고 솜씨를 자기 물건에 쓰기 시작한 것이 첫 갈림길이다.

2015년 5월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가 나왔다. 회사는 광고 대행을 이루다마케팅으로, 다이어트 식품을 쓰리케어코리아로, 운동복을 젝시믹스코리아로 나눴다가 2019년 5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한 회사로 다시 묶었다. 2020년 8월에는 코스닥에 올랐다. 이루다마케팅 포트폴리오에는 지금도 젝시믹스를 고객으로 한 퍼포먼스 광고가 올라 있다. 광고 회사가 낳은 옷 브랜드가 이제는 광고 회사의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젝시믹스 — 도시락 광고에서 레깅스로 도판

다이어트 도시락과 레깅스는 결국 같은 결심을 한 사람에게 파는 물건이다. 광고 대행사가 가진 것은 공장이 아니라, 그 결심을 한 사람을 화면 속에서 찾아내 무엇을 보여 줄지 아는 눈이었다. 젝시믹스는 그 눈이 고른 물건 가운데 가장 크게 자란 하나다.

매장 임대료 대신 광고비를 냈다

젝시믹스는 레깅스를 오픈마켓이나 백화점보다 자기 쇼핑몰에서 먼저 팔았다. 2020년 무렵 판매의 90% 이상이 자사몰에서 나왔고 재구매율은 80%를 넘었다. 그해 젝시믹스 브랜드 매출은 1,094억원이었다. 중간에 백화점이나 플랫폼이 떼어 가는 수수료가 없으니 그 몫을 값에 덜 얹을 수 있다. 59,000원이라는 레깅스 값은 이 판매 길에서 나온다.

대신 손님이 저절로 걸어 들어오지 않는다. 길가 매장은 지나가는 사람이 보지만, 쇼핑몰은 누군가 화면에 띄워 줘야 보인다. 그래서 2021년 상반기까지 젝시믹스는 매출의 약 25%를 광고비로 썼다. 그해 6월부터 이 비중을 15% 수준으로 낮췄는데, 그달 매출은 4~5월보다 10% 늘었고 광고비는 약 20억원 줄었다. 매장을 빌리는 회사가 임대료를 내듯, 이 회사는 손님 한 명 한 명을 광고비로 빌려 왔다.

젝시믹스 — 가게 대신 화면, 임대료 대신 광고비 도판

광고비를 줄여도 매출이 버틴 데에는 쇼핑몰 안에 쌓인 것이 있었다. 2020년 한 해에만 리뷰가 62만 건 달렸고, 그중 48%가 사진이나 영상이 붙은 리뷰였다. 회원은 2019년 말 62만6,000명에서 2021년 2분기 174만4,000명으로 늘었다. 한 번 사 온 손님이 남긴 사진이 다음 손님을 데려오는 광고가 됐다.

브랜드를 여럿 띄워 보고, 레깅스 하나만 남았다

광고 대행사 출신답게 이 회사는 브랜드를 여러 개 띄워 봤다. 위생용품 휘아, 다이어트 식품 쓰리케어, 젤네일 젤라또랩 같은 브랜드를 처음에는 1억원 아래의 적은 돈으로 시험해 보는 방식이었다. 광고 한 번 걸어 보듯 브랜드를 걸어 보고, 반응이 오는 것만 키우는 셈법이다.

대부분은 남지 못했다. 젤네일 회사 젤라또랩은 2021년 매출 69억원, 이듬해 44억원을 내고 47억원 손실을 남긴 끝에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건강식품 회사 브랜드엑스헬스케어는 매출이 2020년 129억원에서 2024년 26억원으로 줄었고, 그해 지분을 모두 팔았다. 피트니스 회사 지분은 87.0%에서 13.5%까지 줄였다. 여러 장을 걸었는데 끝까지 남은 패는 레깅스 한 장이다.

젝시믹스 — 여럿 띄워 보고, 하나만 남았다 도판

회사 매출에서 젝시믹스 브랜드가 차지하는 몫은 2020년 77.1%에서 2024년 92% 이상으로 올라갔다. 2025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회사 이름까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에서 젝시믹스로 바꿨다. 여러 브랜드를 담으려고 지은 이름을 내려놓고, 남은 하나의 이름을 회사 간판으로 올렸다.

화면 속 손님이 다 차자, 거리의 매장으로 나갔다

연결 매출은 2023년 2,326억원, 2024년 2,715억원으로 올랐다가 2025년 2,741억원에서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2024년 249억원에서 2025년 173억원으로 30.3% 줄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274억원으로 1.6% 늘었고,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22.7% 줄었다. 화면 속에서 같은 방식으로 데려올 수 있는 손님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본다.

회사가 돈을 옮기는 곳은 바다 밖 거리다. 2025년 일본·대만·중국 세 법인의 매출은 320억원으로 29.3% 늘었고, 일본 법인만 182억원으로 58% 커졌다. 그해 매장은 중국 30곳, 일본 5곳, 대만 3곳이었다. 회사는 이익이 줄어든 이유로 매장을 열고 현지 마케팅과 모델 기용에 쓴 돈을 들었다. 국내에서도 2024년 7월 기준 매장이 60곳이다. 자기 쇼핑몰 하나로 크던 회사가 이제 임대료를 내는 가게를 늘리고 있다.

젝시믹스 — 화면 밖, 거리의 매장으로 도판

처음 장면의 59,000원으로 돌아가 보자. 그 값이 룰루레몬의 절반도 안 될 수 있었던 것은 중간 상인 몫을 덜어 내고 그 자리에 광고비를 넣었기 때문이다. 이제 젝시믹스는 그 광고비의 일부를 바다 건너 매장과 현지 마케팅으로 옮기고 있다. 광고 대행사에서 나온 이 회사가 지금 돈을 거는 곳은 화면을 넘기는 손가락이 아니라 가게 문을 밀고 들어오는 발걸음이다.

근거 자료: 광고대행업 설립과 부문 분사·2019년 통합, 젤라또랩·브랜드엑스헬스케어·브랜드엑스피트니스 정리, 젝시믹스 매출 비중, 2015년 론칭, D2C 판매와 가격, 국내 매장 수, 쓰리케어 포켓도시락(회사 소식), 자사몰 판매 비중과 재구매율, 1억원 이하 시범 브랜드 전략, 2020년 리뷰 수와 사진·영상 리뷰 비율, 2021년 실적과 젝시믹스 브랜드 매출, 매출 대비 광고비 약 25%에서 15% 수준으로 축소, 2021년 6월 매출·광고비 변화, 회원 수, 이루다마케팅 젝시믹스 퍼포먼스 마케팅 포트폴리오, 2025년 사명 변경, 상장일, 2023~2025년 매출, 2025년 영업이익과 해외 매장 수, 판관비 증가 사유, 2024·2025년 영업이익, 일본 법인 매출, 2025년 해외 3개 법인 매출, 2026년 상반기 실적, 레깅스 가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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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1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실적과 사업 연혁은 회사 공시를 인용한 보도와 기업정보 기준이고, 광고비 비중은 회사 측 설명, 레깅스 가격은 2026년 10월 보도 기준이며,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