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츠는 스크린골프방 말고 미국 집 차고 천장에 카메라를 판다


한국에서 스크린골프는 밖으로 나가서 치는 운동이다. 매장에 시간을 잡고 방 하나를 빌린다. 미국에는 그 방을 아예 집에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차고나 지하실 천장에 센서 막대를 달고, 그 아래 매트를 깔고 평소 쓰던 공을 친다.
그 천장에 달리는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10월 30일 코스닥에 상장한 크리에이츠(439270)다. 2025년 연결 매출 1,041억8,200만원 가운데 미국 매출이 802억원, 77.0%다. 국내 스크린골프 회사의 하나로 넘기기 쉽지만 이 회사를 읽는 자리는 따로 있다. 크리에이츠의 급소는 한국 점포가 아니라 미국 집의 천장이다. 천장에 달린 장비가 지금의 매출이고, 그 아래 선 사람이 해마다 돈을 내느냐가 다음 사업이다.
골프존과 붙지 않고 바다를 건넜다
크리에이츠는 2009년에 세워졌고, 2016년 미국 법인 유니코(UNEEKOR)를 만들었다. 국내 브랜드는 QED, 해외 브랜드는 유니코다. 국내에서는 1위 골프존과 정면으로 붙기보다 골프 아카데미 시장에 집중했다. 석재호 대표는 상장 간담회에서 시장을 한 문장으로 갈랐다. 「국내 시장은 위축돼 있고, 미국은 이제 막 커지는 시장」이라는 말이다.
장부가 그 말을 따라간다. 2020년에는 국내 매출 80억원, 해외 매출 112억원으로 둘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2025년에는 국내 188억원, 해외 854억원이다. 해외가 5년 사이 약 7.6배 커지는 동안 국내는 2.4배 커졌고, 2024년 220억원이던 국내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해외 매출의 94%는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에서 먹힌 이유는 기술보다 먼저 집의 구조에 있다. 회사는 현지 주택의 차고와 지하실에 장비를 들이기 쉬운 것을 수요의 바탕으로 꼽고, 그에 맞춰 천장형과 휴대형을 공급했다. 대표 제품 EYE XO2의 권장 방 크기는 폭 약 4m, 깊이 약 4.9m, 높이 약 3m다. 이 상품을 사는 첫째 조건은 골프 실력이 아니라 빈 방이다.
공에 점을 찍지 않아도 재는 카메라
론치모니터는 공이 얼마나 빠르게, 어떤 각도로, 얼마나 돌면서 날아가는지 재는 장비다. 크리에이츠는 이걸 고속 카메라로 한다. 유니코의 첫 제품 QED는 2019년에 나왔고 표식을 찍은 전용 공 24개가 함께 들어 있었다. 이듬해 나온 EYE XO는 그 표식을 없앴다. 공 표면의 오목한 무늬인 딤플을 읽어 회전을 재는 딤플 옵틱스를 쓰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미국을 포함한 10개국에 특허가 등록돼 있다.
집에서 치는 사람에게 이 차이는 크다. 전용 공을 챙기지 않아도 필드에서 쓰는 공을 그대로 칠 수 있다. 회사는 이 방식을 구현한 카메라형 업체가 자사와 미국 포어사이트 두 곳뿐이라고 주장한다. EYE XO2는 골퍼 앞쪽 위 천장에 달려 타격 구역 밖에 머문다. 바닥에 치울 물건이 없다는 것까지 합치면, 천장이라는 설치 자리 자체가 가정용 상품의 설계다.
1만 달러 장비 뒤에 붙인 연 599달러
회사가 상장 간담회에서 앞세운 말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구독이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매출 비중 50%다. 2025년 실제 장부는 이렇다. 론치모니터 매출이 841억2,800만원으로 80.8%, 소프트웨어가 24억8,000만원으로 2.4%다. 장비가 소프트웨어의 34배다.
속도는 빠르다. 스윙을 분석하는 AI 트레이너와 온라인 대전까지 되는 시뮬레이션 게임 게임데이의 구독은 2025년 4월 북미에 정식으로 나왔다. 소프트웨어 매출은 2024년 약 9억원에서 2025년 24억8,000만원이 됐고, 2026년에는 반년 만에 25억3,300만원을 벌어 지난해 연간치를 넘겼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0.8% 늘었고 상반기 매출의 6.5%다.
속도와 크기는 다른 문제다. EYE XO2의 공식 판매가는 1만999달러이고 가장 비싼 구독 등급은 장비 1대당 연 599달러다. 구독으로 장비 한 대 값을 벌려면 18년이 넘게 걸린다. 장비를 사면 공과 클럽 데이터, 가상 연습장이 들어 있는 무료 등급도 따라온다. 구독을 안 해도 천장의 카메라는 돌아간다. 장비는 한 번 팔면 끝이지만 구독은 해마다 다시 설득해야 하는 상품이고, 그 설득의 대상은 천장에 이미 달린 장비의 주인들뿐이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사업은 장비 사업과 따로 굴러갈 수 없다.
구독보다 먼저 키운 것은 미국 퍼터였다
2025년 매출표에는 소프트웨어보다 4배 넘게 큰 줄이 하나 더 있다. 퍼터 104억6,700만원이다. 크리에이츠는 2023년 4월 미국 퍼터 브랜드 이븐롤(Evnroll) 지분 70%를 약 200억원에 사들였다. 창업자이자 수석 디자이너 게린 라이프는 나머지 30%를 쥐고 최고경영자 자리에 남았다.
카메라 회사가 손에 쥐는 골프채를 산 거래는 얼핏 곁가지처럼 보인다. 나는 다르게 읽는다. 회사가 내건 이유는 정밀 분석 기술과 미국산 밀링 퍼터를 묶어 티에서 그린까지 제품을 갖추겠다는 것이고, 인수 당시 보도는 보수적인 미국 골프계에 발판을 놓으려는 목적을 함께 전했다. 이 인수의 값은 퍼터 매출보다 미국 골퍼가 이미 아는 이름에 있다. 천장으로 집에 들어간 한국 회사가 골프백 안까지 들어간 거래다.
대가도 장부에 찍혔다. 2024년 크리에이츠는 이븐롤 퍼터와 큐이디의 영업권 가치를 깎아 냈고, AI 센터 설립과 인력 확충, 상장 준비 비용도 같은 해에 겹쳤다. 그해 영업이익은 14억7,100만원, 영업이익률은 1.8%였다. 2025년에는 250억5,300만원, 24.0%로 되돌아왔다.
구독을 말하지만 장부는 아직 공장의 장부다
2026년 상반기는 이 회사가 지금 어떤 회사인지 가장 정직하게 보여 준다. 매출은 391억8,9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줄었고 영업이익은 21억4,700만원으로 62.3%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3.7%에서 5.5%로 내려갔다. 론치모니터와 퍼터가 덜 팔렸고, 회사는 위안화 강세로 오른 부품 조달원가와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같은 기간 소프트웨어는 180.8% 늘었다. 그래도 전체 이익을 결정한 것은 장비 판매량과 부품값이었다. 매출총이익률은 2023년 64.7%에서 2026년 상반기 60.6%로 내려왔다. 100원어치를 팔아 원가를 떼고 60원을 남기는 장사는 여전히 좋다. 그러나 환율이 그 숫자를 움직인다는 사실이 이 회사가 아직 물건을 만들어 파는 회사임을 말해 준다.
집 다음 자리는 연습장과 스포츠펍이다
회사가 그리는 다음 고객은 북미의 실내 연습장, 골프 아카데미, 스포츠펍이다. 한 시설에 장비 여러 대를 넣고 게임 콘텐츠와 분석 서비스, 시설 운영 소프트웨어를 함께 공급하겠다는 구상이고, 회사 설명으로는 상업용 시설 200곳 이상이 이미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다. 상장으로 들어오는 순수입금 207억원의 쓰임새에서도 방향이 보인다. 가장 큰 77억원이 소프트웨어와 상업용 솔루션, 데이터 분석 쪽 기업의 지분을 사는 데 배정됐고, 미국 텍사스의 연구개발센터와 물류센터 확장에 각각 20억원이 간다. 이븐롤을 산 회사가 다시 사러 나간다.
한국 스크린골프방 손님은 방을 빌린 시간만큼 돈을 내고 나온다. 크리에이츠는 그 방을 미국 집 안으로 옮겨 놓았고, 그 일은 이미 해냈다. 차고 천장의 카메라는 팔렸다. 이 회사의 다음 장사는 그 아래 선 사람이 내년에도 카드를 꺼내느냐에 달려 있다.
작성 기준: 크리에이츠 증권신고서 기반 보도와 2026년 10월 상장 간담회 자료, 유니코 공식 제품·구독 안내(2026년 10월 확인). 매출·이익은 연결 기준이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