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물건을 고르는 단계는 이미 커졌지만, 결제까지 맡기는 단계는 국내에서 전자금융거래법의 접근매체 위임 제한에 걸려 시범에 머문다. 더 중요한 점은 권한을 한 번 넘기면 AI가 실행한 거래도 원칙적으로 이용자 본인의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를 지키는 것은 신중한 마음이 아니라, 무엇을 허락했는지 남기는 기록과 한도다.
마스터카드·신한카드 AI 결제 실증, AI가 예약하고 결제 승인은 이용자가 했다

뉴스 핵심
- 국내 AI 결제는 전자금융거래법의 접근매체 위임 제한 때문에 사람 승인이 남은 시범 단계다.
- 권한을 한 번 넘기면 AI가 실행한 거래도 원칙적으로 이용자 행위로 본다.
- 네이버 거래액 약 4배 성장은 결제 위임이 아니라 추천 단계의 성장이다.
"차 좀 잡아줘" 한마디에 결제까지, 이미 국내에서 일어났다
올해 3월, 한 AI 에이전트가 모빌리티 플랫폼 호파(hoppa)에서 인천공항에서 광화문의 한 호텔까지 가는 차를 찾아 예약하고 값을 치렀다. 마스터카드가 자사 결제 솔루션 에이전트 페이로 마친 국내 첫 AI 에이전트 실거래다.
같은 달 신한카드도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국내 카드업계 첫 실증을 발표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장면은 마지막 단계다. AI가 검색과 예약을 끝내면 이용자가 결제를 한 차례 승인했다.
AI가 돈을 쓴 첫 사례에도 사람의 손가락이 마지막 버튼에 남아 있었다.
마스터카드는 이 틀을 2025년 4월 29일 에이전트 페이라는 이름으로 내놨다. AI 전용 결제 정보인 에이전틱 토큰을 거치게 하는 방식이다.

오픈AI와 메타는 왜 결제 버튼에서 한발 물러섰나
오픈AI는 2025년 9월 결제기업 스트라이프와 만든 개방형 표준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ACP)로 챗GPT 안에서 바로 사는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열었다.
그런데 올해 3월 방향을 틀었다. 챗GPT 안의 독립형 결제를 줄이고 상품 탐색에 힘을 줬다. 실제 구매는 판매자의 웹사이트나 앱으로 넘겼다.
메타가 지난달 공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도 같은 선을 긋는다. 웹사이트를 돌며 상품을 찾고 양식까지 채우지만, 결제 직전에는 이용자 승인을 받는다.
두 회사의 선택을 같이 놓고 보면 그림이 선명하다. AI 개발사는 돈이 빠져나가는 순간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직접 쥐지 않으려 한다. 결제는 판매자와 카드망에 맡기고, 자신들은 고르는 일에 머문다.

네이버 거래액 4배, 무엇이 늘었나
네이버는 2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AI 에이전트 베타를 내놨고, 6월에는 클릭과 장바구니 기록으로 관심 상품을 먼저 보여 주는 기능을 붙였다.
8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와 일평균 대화 수는 3월의 약 5배, 에이전트를 거친 일평균 거래액은 약 4배가 됐다. 거래액의 40%는 디지털·가전이었다. 사양을 하나하나 비교해야 하는 품목이다.
다만 이 숫자는 AI가 결제한 금액이 아니다. 에이전트 안에서 바로 결제하는 기능은 연내 일부 상품군에서 시범으로 들일 계획일 뿐이다. 지금 늘어난 것은 AI가 골라 주고 사람이 산 거래다.
아마존에서 먼저 본 패턴이다. 추천형 도우미 루퍼스는 2025년 3억 명 이상이 쓰며 약 120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냈다. 반면 다른 쇼핑몰 물건까지 대신 사 주는 Buy for Me는 취급 상품이 6만5천 개에서 50만 개로 늘었어도 실제 채택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 AI가 카드를 쥐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법이다
네이버가 결제를 시범이라고만 말하는 바탕에는 기술보다 법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6년 5월 24일 전자금융거래법이 카드·계좌 같은 접근매체를 제3자에게 맡기거나 빌려주는 것을 막고 있다고 짚었다.
금융실명법도 본인 실명거래 원칙과 엄격한 대리 규정을 둔다. 그래서 AI가 국내에서 직접 결제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게 연구원의 진단이다.
이렇게 보면 국내 실거래가 하나같이 사람의 최종 승인을 남긴 이유도 짐작된다. 사람이 매번 누르면 카드를 AI에 넘긴 것이 아니라 사람이 결제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도 AI 에이전트 권한위임의 법적 검토와 신용정보법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법안과 시행 시기가 나오는 순간이 국내 AI 결제의 실제 출발점이다.
한 번 권한을 넘기면 AI의 실수도 내 거래가 된다
소비자의 직감은 신중하다. 가트너가 1월 미국 소비자 322명에게 물었더니 생활용품처럼 잘못 사도 부담이 적은 품목에서조차 AI에 구매 결정을 맡기겠다는 응답은 11%를 넘지 않았다.
월드페이가 7개국 소비자 8천명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AI 쇼핑 관심층의 80%가 결제에서 AI 역할을 어느 정도 허용했지만, 59%는 구매마다 직접 승인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그 신중함이 위임하는 순간 효력을 잃는다는 점이다. 넥스트증권 조수한 컴플라이언스본부장은 10월 2일 이용자가 권한을 줬다면 "AI가 자동 실행한 거래도 원칙적으로 이용자의 행위로 귀속"된다는 원칙이 국제적으로 통용된다고 설명했다.
AI가 지시를 잘못 알아듣고 비싼 물건을 샀어도, 법은 내가 직접 누른 결제와 같게 본다. 오작동의 비용을 가장 먼저 떠안는 쪽이 소비자다.
분쟁 때 이기는 쪽은 허락한 범위를 입증하는 쪽이다
돈의 길을 따라가면 구조가 보인다. 카드망은 에이전틱 토큰을 반드시 거치게 해 결제 주체가 AI로 바뀌어도 수수료 자리를 지킨다. AI 개발사는 결제를 판매자에게 넘겨 책임에서 거리를 둔다.
남는 공백은 분쟁의 순간이다. 환불이나 해킹 부정결제가 났을 때 개발사·판매자·결제대행사·카드사가 어디까지 책임질지 정해진 것이 없다. 추천에 광고비가 섞였는지도 따져야 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AI에 어디까지 권한을 맡겼는지를 분쟁이 생겼을 때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보는 결론은 이렇다. AI 쇼핑의 승부는 결제 기술이 아니라 허락의 기록에서 난다. 한도를 정해 두고 무엇을 허락했는지 남길 수 있는 서비스만이 소비자의 카드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 글은 AI 결제 대행 서비스와 관련 제도를 설명한 것이며 특정 서비스 이용이나 관련 기업 투자를 권하지 않습니다. 제도 개편 방향과 기업 계획은 바뀔 수 있고, AI에 결제 권한을 맡길지와 그에 따른 손실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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