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은 평균 임금을 끌어올렸지만 내수 전체를 데우지는 못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2.0%로 올해보다 낮춰 잡았고, 한국은행 지역 데이터에서는 성과급발 소비가 테슬라·백화점 같은 고가 소비에 몰리고 마트·편의점에는 거의 닿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 100만원, 더 쓰는 돈은 15만원 안팎

뉴스 핵심
- 일시적 소득의 한계소비성향은 0.15 내외로, 성과급 100만원이 늘어도 소비 증가분은 15만원 안팎에 그칠 수 있다.
- 전자·통신업 특별급여가 전체 임금 인상분의 32.4%를 차지했지만, 이 업종 종사자는 상용근로자의 2.5%다.
- 반도체 생산거점의 성과급 소비는 테슬라·백화점·가전에 몰렸고 마트·편의점 생활소비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성과급 100만원이 풀리면 소비는 얼마나 늘까
계산은 단순하다. 일시적으로 들어온 돈 가운데 소비로 나가는 비율, 즉 한계소비성향이 국내 선행연구에서 0.15 내외로 추정됐다.
이 비율을 그대로 대면 성과급 100만원을 받은 사람이 더 쓰는 돈은 15만원 안팎이다. 나머지는 저축이나 빚 상환, 투자로 빠진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다르다. 다음 달에도 들어온다는 확신이 있으니 생활비를 늘린다. 성과급은 회사 실적에 따라 내년에 사라질 수 있는 돈이라 사람들이 지갑을 덜 연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성과급 호황에도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2.0%로, 올해 전망 2.3%보다 낮게 잡은 이유가 여기 있다.

평균 임금 3.1% 상승, 그 3분의 1은 반도체에서 나왔다
올해 상반기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31만8천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 13만1천원 올랐다. 경총이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반도체 제조업이 들어간 전자·통신업만 떼면 그림이 달라진다. 임금총액이 23.1% 뛴 943만4천원이고, 성과급이 담긴 특별급여는 66.0% 불었다.
이 업종 특별급여 하나가 전체 근로자 월평균 임금을 4만2천원 밀어 올렸다. 전체 인상분의 32.4%다.
평균 임금 통계가 좋아 보일수록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2.5%의 근로자가 평균을 끌고 간다
전자·통신업 종사자는 전체 상용근로자의 2.5%에 불과하다. 평균을 움직인 돈이 소수에게 몰려 있다.
기업 규모로 나눠도 같다. 상반기 월평균 임금 인상률은 300인 이상 사업체가 4.8%, 300인 미만 사업체는 2.1%였다.
생산도 갈라졌다. 올해 1∼8월 대기업 생산지수는 2.9%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0.8% 줄었다. 대기업은 2024년부터 3년째 오르고, 중소기업은 2023년부터 4년째 내리막이다.
돈을 더 받은 사람이 소수라면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느냐가 내수 전체의 온도를 정한다.

반세권 성과급은 어디서 쓰였나
답은 한 달 전에 이미 나와 있었다. 한국은행은 9월 1일 공개한 이슈노트에서 이천·화성·청주 흥덕구처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생산거점이 있는 지역의 소비를 따로 쟀다.
성과급이 나간 뒤 이 지역 월별 소비는 다른 지역보다 최대 4%가량 높았다.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늘어난 곳은 자동차, 백화점, 가전, 가구였다. 이 지역 테슬라 인도량은 전년보다 105.6% 늘어 전국 평균 77.2%를 크게 앞섰다. 수도권 주택 매입으로도 돈이 흘렀다.
마트와 편의점, 의료·교육 지출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예정처가 경고한 소비의 K자형 양극화는 앞으로의 걱정이 아니라, 반도체 도시의 카드 결제 내역에 이미 찍혀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소비는 덜 퍼지는데 물가는 왜 넓게 퍼지나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업계 상위 10% 수준 성과급을 주는 기업 비중이 늘면 5개월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5%p 높아진다.
소비 진작 효과는 일부 지역과 고가 품목에 갇히는데, 물가 부담은 성과급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닿는다.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 2.1% 오른 월급으로 장을 보는 사람에게 반도체 호황은 소득이 아니라 장바구니 가격으로 먼저 도착하는 셈이다.
반도체 호황이 내수주로 번진다는 기대는 어디까지 맞나
예정처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 실적이 중기적으로 가계소비를 받칠 것이라고 봤다. 성과급이 소비를 늘리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문제는 범위다. 받는 사람은 상용근로자의 2.5%, 지출은 자동차·백화점·주택에 쏠렸다. 반도체 호황이 마트·편의점까지 고르게 데운다는 그림은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성과급 뉴스를 볼 때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이 돈이 내년에도 들어오는가.
반도체 성과급은 내수 전체를 데우는 난로가 아니라, 몇몇 도시와 몇몇 매장만 비추는 조명에 가깝다. 그 불빛이 넓어지려면 성과급이 월급처럼 반복돼야 하고, 받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
이 글은 반도체 성과급과 민간소비의 관계를 설명한 것으로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소비 전망과 한계소비성향은 추정치라 실제 내수 흐름과 유통·소비 관련 종목 실적은 달라질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같은 코너에서 더 읽기
이렘은 50년 된 강관 회사인데 제 매출만 한 롯데타워 바닥판 사업을 사 왔다

블루엠텍은 병원 주문몰에 냉장 배송과 제약사 영업을 붙였다

랩어카운트 123조원, 수익은 나눠 갖고 손실은 투자자가 전부 떠안는다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은 8월 말 201만2196명, 계약자산은 123조4838억원으로 불어났다. 1억원으로 41%를 번 사례도 성과보수 20%대를 떼면 820만원이 빠진다. 손실은 투자자가 전부 떠안는 구조이고, 2010년 자문형 랩은 덩치가 커지자 코스피를 이기지 못했다.
코스닥 천스닥 도전, 이익이 아니라 반도체 소부장 몇 종목의 수급이 끌어올렸다
코스닥은 10월 들어 4.24% 올라 3.1% 내린 코스피를 앞섰지만, 이 강세는 이익이 아니라 반도체 소부장 몇 종목에 몰린 수급이 만든 것이다. 같은 해 1월 1,000선을 넘었다가 7월 말 600대까지 밀린 전례가 있어, 이번 두 번째 천스닥 도전도 이익이 따라오기 전까지는 버티기 어렵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