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첫 교섭, 임금 30% 인상은 아직 의제 미정

HD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 노조는 노동위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노란봉투법 시행 약 8개월 만에 첫 단체교섭 상견례를 열었다. 우선 교섭 대상은 휴가비·귀향비와 안전 관련 6개 의제이고, 임금 30% 인상과 원청 동일 성과급이 실제 의제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뉴스 핵심
- 상견례는 노동위 조정 권고를 양측이 받아들인 결과로 성사됐고, 합의나 처우 개선을 뜻하지 않는다.
- 우선 교섭 6개 의제는 복지·안전 성격이며, 임금 30% 인상과 동일 성과급이 의제가 될지는 미정이다.
- 올해 5월 대법원 패소와 이번 테이블은 서로 다른 법적 경로에서 나온 결과다.
상견례는 어떤 순서로 성사됐나
11월 4일 오후 5시 30분,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원청과 사내하청 노조가 처음 마주 앉았다. 노란봉투법이 올해 3월 시행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문이 늦게 열린 이유는 순서 다툼이었다. 사측은 상견례 전에 교섭 의제와 기본 원칙부터 합의하자고 했다. 노조는 일단 테이블에 앉아야 의제도 조율할 수 있다고 맞섰다.
물꼬를 튼 쪽은 노동위다. 노조가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10월 29일 조정회의에서 나온 권고를 양측이 모두 받아들였다. 원청이 먼저 자리를 내준 모양새가 아니라 제3자의 권고로 이견을 접은 결과다.

대법원에서 진 노조는 어떻게 같은 상대와 마주 앉았나
이 노조는 올해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졌다. 2017년 제기한 원청 상대 단체교섭 청구소송이 9년 만에 노조 패소로 확정됐고, 표결은 8대 4였다. 원청은 하청 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없다는 종전 법리가 유지됐다.
그런데 반년이 지나기 전에 같은 상대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판결이 뒤집힌 것이 아니다. 대법원 사건은 개정법 시행 전 사안이라 옛 법리가 적용됐고, 이번에는 개정법 시행 뒤의 새 교섭 요구와 노동위 조정이라는 별개의 절차를 밟았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 지위의 자를 사용자에 넣었다. 이 조항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근거다. 법정에서는 막힌 길이 법 개정과 조정 절차를 거쳐 다른 문으로 열린 셈이다.

우선 교섭 6개 의제에 임금은 왜 없나
노동위가 먼저 다루라고 권고한 6개 의제는 휴가비·귀향비, 장학제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 보장, 유해위험작업, 폭염 대책, 안전보호구 지급이다. 복지와 안전에 몰려 있다.
나머지 의제는 노사가 자율로 정하라는 권고였다. 노조는 임금 30% 인상,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8시간 1공수 인정, 최소 5일 유급휴일 보장이라는 기존 요구를 그대로 들고 있다.
문제는 이 요구들이 실제 교섭 테이블에 오를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견례가 열렸다고 임금이 협상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확정된 것은 앉을 자리와 먼저 다룰 여섯 가지 주제까지다.

원청 합의안이 하청 요구의 눈높이가 되나
하청이 말하는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은 방금 정해진 원청 합의가 기준이다. 원청 노사는 상견례 후 120일 만인 9월 30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냈다. 기본급 월 12만 원 인상, 일시금 1,100만 원+200%, 조합원 1인 평균 약 4,056만 원(회사 추산)이다.
이 합의에는 협력사와 외국인 노동자 처우 개선이 들어갔다. 반면 원청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잠정안에서 빠졌다. 하청이 동일 성과급을 요구해도 비교 대상은 이익에 연동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일시금 패키지가 될 공산이 크다.
원청 교섭이 끝난 뒤에야 하청 테이블이 열렸다는 순서도 눈에 띈다. 원청 몫이 먼저 굳어진 상태에서 하청이 같은 수준을 요구하는 구도라, 임금·성과급 협상은 시작부터 가장 팽팽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460곳 중 3곳 타결, 상견례는 어디까지 온 것인가
10월 1일 기준으로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은 460곳, 조합원은 18만 5,235명이다. 이 가운데 타결된 곳은 현대제철 당진공장 등 3곳(0.65%)뿐이다. 238곳(51.7%)은 노조 쪽에서 절차를 보류했다.
이 통계에 비추면 HD현대중공업의 상견례는 타결이 아니라 교섭 성사 단계에 막 들어선 것이다. 시행 8개월을 넘겨서야 첫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은 법이 바뀌어도 원하청 교섭이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흐름과 같은 선에 있다.
노조가 일부러 절차를 미루는 사업장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도 읽을 거리다. 대형 사업장에서 어떤 선례가 나오는지 보고 움직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고, 조선 대형 원청의 첫 교섭이 그 선례 후보가 된다.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투자자는 무엇을 보면 되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비용이 원청의 도급단가로 올라갈지, 하청업체가 떠안을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번 우선 의제는 복지·안전 비용 성격이라 당장 실적에 잡힐 변화는 보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구체적 금액도 나온 것이 없다.
투자자가 볼 지점은 셋이다. 임금 30% 인상과 동일 성과급이 실제 의제가 되는지, 원청이 이번 첫 교섭을 다른 하청 교섭의 틀로 삼는지, 그리고 다른 조선사 하청 교섭으로 번지는지다.
상견례 이후 첫 의제 합의가 나오는 순간이 분기점이다. 6개 우선 의제 말고 무엇이 목록에 추가되는지가 곧 처우 개선의 범위와 원청의 부담 규모를 가른다.
이 글은 노사 교섭 상황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교섭 의제와 결과는 앞으로 달라질 수 있고 비용 영향은 확인된 바 없으므로,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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