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이제는 단일 승자 구조가 아닌, 각기 다른 사용 목적과 인프라에 따라 세분화된 경쟁 구도로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변화의 핵심은 테더(USDT), 서클의 USDC, 그리고 새로운 참여자인 USD1 등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며 점유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3110억 달러에 이르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 시장은 특정 회사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구조가 아닌, 특정 영역을 장악하는 ‘세그먼트 경쟁’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비탈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스테이블코인 리테일 결제 지수'에 따르면, USDT는 2025년도 동안 총 67억2000만 건의 거래와 19조1000억 달러의 결제를 처리하며 4분기 거래의 73%와 금액 기준 83.3%를 차지하는 등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USDT의 시장 구조는 의외로 집중화되어 있다. 약 8450만 개의 지갑이 토큰을 보유하고 있으나, 개인 투자자의 비율은 전체 공급량의 약 7%에 불과하다. 거래소의 콜드 월렛으로 추정되는 비확인 지갑이 전체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바이낸스가 310억 달러 규모의 USDT를 보유하고 있다. 오비탈은 4분기 거래의 증가가 신규 사용자 증가가 아닌 기존 지갑의 거래 속도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또한 거래소 인프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와 상점 간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중 약 3분의 2가 개인 지갑이 아닌 거래소 계정에서 시작된다. 바이낸스와 OKX가 전체 흐름의 약 50%, 바이비트를 포함하면 75%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거래소 기반 결제 인프라가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서클의 USDC는 기관 결제 인프라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25년 4분기 USDC는 8억5700만 건의 거래를 기록했으며, 거래 건수는 631% 증가하여 그 성장 속도가 눈에 띈다. 평균 거래 금액이 약 557달러로 USDT보다 약 52% 낮다는 점도 특징이다. USDC의 빠른 성장 뒤에는 결제 인프라 기업 스트라이프의 지원이 있으며, 이는 글로벌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정치적 네트워크에 뿌리를 둔 USD1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트럼프 가문과 연결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2025년 중반에 출시한 이 스테이블코인은, 출시된 지 1년이 되지 않아 시가총액 약 46억5000만 달러에 도달하여 글로벌 상위 5위 스테이블코인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 스테이블코인은 여러 논란을 겪고 있으며, 거래소에 74%의 공급량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인프라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앱토스는 2025년 스테이블코인 리테일 거래에서 1310% 성장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레이어2 네트워크의 합산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리테일과 기관, 신흥시장과 서구권, 거래소 기반과 개인 지갑 기반 등 다양한 축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블록체인별로 특정 시장을 담당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으며, 경쟁의 핵심은 특정 영역을 얼마나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자금 이동 인프라를 통제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가늠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