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내년의 국고채 발행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바클레이즈는 2027년 국고채 총발행량을 185조6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의 2025년 중기재정계획에서 제시된 229조2000억 원보다 43조6000억 원 낮은 수치로, 국내 경제 전망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 분석은 미국 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가 연결된 결과로, 반도체 기업의 경영 실적 개선이 법인세 수입 증대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에서 출발한다. 바클레이즈는 미국의 AI 투자 증가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견조하게 상승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 재정 수입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을 기반으로 한 법인세의 중간예납이 8월부터 세수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올해 추가 세수로 약 35조 원, 내년에는 95조 원, 2028년에는 120조 원, 2029년에는 60조 원이 유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국고채 발행량 역시 당초 계획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올해 국고채 발행량 전망치는 223조 원이지만, 바클레이즈는 증가한 세수를 반영하여 발행량이 218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고채는 정부가 필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세입이 증가하면 같은 지출 계획 아래에서 발행해야 할 채권의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 공급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미래대응기금'도 국고채 수급에 중요한 변수로 꼽힙니다. 정부는 추가 세수의 50%를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하고 있으며, 이 기금은 반도체 공장 건설과 AI 투자 실행이 본격화되는 2028년 이후에 지출될 방안으로 제안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이 기금에서 최대 27조5000억 원의 여유 자금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손범기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이 보고서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운용이 일종의 경기의 반대 방향에서 완충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세수를 전용 기금에 적립하면 경기 변화에 따라 재정 지출 능력을 조절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세입 전망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7년 국세수입이 5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정부 전망치인 412조 원보다도 높은 수치로,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0% 증가한 800조 원 안팎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바클레이즈는 국고채 발행이 감소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2028년부터는 재정적자와 국고채 발행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으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7년 GDP 대비 -2.2%에서 2028년 -3.4%, 2029년 -4.8%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44.8%, 내년 45.5%, 2028년 49.5%, 2029년 54.6%로 상승할 것이라고 제시되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은 이미 장기물 수급 부담을 겪고 있으며, 최근 30년물과 50년물 국고채 금리는 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금리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위험 자산의 금융 여건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지만, 이번 분석에서 국고채 발행 축소가 BTC와 ETH 가격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