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제 이들의 재무 건전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요소는 이러한 투자 비용을 얼마나 오랫동안 감당할 수 있는지로 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루어짐에 따라, 잉여현금흐름과부채 부담이 하이퍼스케일러 기업 평가의 핵심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14일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하이퍼스케일러 간의 구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반도체 사이클이 공급보다 수요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최종 수요자인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재무 상태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상반기 도중 AI 설비투자는 미래의 수익을 위한 투자로 해석되었으나, 2분기 실적 이후로는 이러한 투자가 현금흐름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가 더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2분기 실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고, 대부분의 하이퍼스케일러는 설비투자 계획을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AI 인프라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장은 이러한 동일한 투자가 매출 성장과 자금 조달 부담을 동시에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부터 2031년 사이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7조6000억 달러(약 1경7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중 컴퓨트 관련 지출은 5조1000억 달러(약 7217조원),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는 2조5000억 달러(약 3538조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올해 AI 인프라에 대한 연간 투자 규모가 8000억 달러(약 1132조원)에서 내년에는 1조 달러(약 1415조원)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수치는 AI 인프라 경쟁이 단순한 연구개발 투자를 넘어섰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가 실제로 현금 흐름으로 이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차이다. 메리츠증권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이 올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며, 앞으로 내년까지 전체적으로 1000억 달러(약 141조5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제외한 후 남는 금액이다. AI 수요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이러한 투자에 대한 부담이 각 기업마다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AI 인프라 투자 자금 조달 구조가 위험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형 기술기업들이 회사채뿐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위한 특수목적기구, 장기 임대계약, 전력 및 컴퓨팅 구매 약정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는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을 장기적인 비용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내지만, 일부 부담은 대차대조표 밖에 남아 실질적인 부채 부담을 가리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BIS 분석에 따르면,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부채는 장부상 5000억 달러(약 708조원)가 아니라 1조6000억 달러(약 226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AI 인프라 경쟁이 단순히 클라우드 매출 경쟁을 넘어 신용시장과 장기 계약 구조에서도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금리와 인플레이션도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가 상승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 자본이 막대하게 필요한 AI 투자 기업일 수 있다"며, 현재 AI 투자의 기본적인 황금률이 아닌 거시경제의 취약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AI 비용 구조는 크립토 시장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비트코인 채굴, AI 컴퓨팅, 데이터센터 사업은 모두 전력과 반도체, 자금 조달 비용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AI 인프라 비용 구조와 데이터센터 설계 변화는 관련 산업의 전망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AI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이 현금흐름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의 잉여현금흐름이 줄거나 적자로 돌아선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AI 경쟁의 초점은 이제 단순한 투자 의지에서 비용을 수용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와 전력, 반도체 확보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의 잉여현금흐름과 부외 부담도 중요한 평가 지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