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이 북한 해킹 조직과 동남아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 창구로 알려진 후이원그룹과 총 145억 원 규모의 거래를 진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이 거래는 후이원그룹이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 의해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지속됐다는 점에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 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후이원그룹은 캄보디아 대기업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온라인 사기 기술과 도구, 가상계좌 등을 제공하는 범죄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 그룹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였고, 영국 정부 역시 그들을 ‘초국가 범죄조직’으로 분류한 바 있다. 후이원그룹은 고객 확인 절차(KYC)를 시행하지 않는 암호화폐 거래소 ‘후이원크립토’를 통해 북한의 라자루스 해킹 조직 및 동남아시아의 여러 사기 조직에 범죄 자금을 세탁하는 데 기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빗썸과 후이원그룹 간의 거래는 2021년 및 2022년에는 전무했지만, 202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총 3,397건에 124억 원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올해 5월까지도 약 2,079건, 총 21억 원 규모의 거래가 확인되었다. 이 거래에서 99.9%가 미국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이루어졌는데, 테더는 가격 변동성이 적어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에 자주 활용되는 암호화폐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빗썸은 후이원그룹 관련 계좌에 대한 제재가 미국 정부에 의해 발표된 다음날인 5월 2일에 거래를 중단했으며, 이는 미국 재무부 발표 직후 즉각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경과에 따라 위험 기관에 대한 차단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므로, 이러한 거래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큰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규제가 미비한 상황에서는 금융 범죄로의 악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추적 전문기관에 따르면, 후이원그룹의 플랫폼은 북한 해킹 조직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범죄 조직들과 인신매매 및 감금 조직이 벌어들인 자금을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 유입시키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익명성을 악용하여 암호화폐를 세탁한 뒤,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거래소를 통해 현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이 사건은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규제가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며, 거래소의 자율적 통제에 의존하는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가상자산의 거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제재 대상과의 연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보다 강화된 제도적 정비가 필수적이다. 앞으로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 확대와 실시간 거래 감시 시스템의 개선이 제도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