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침략 위협을 받고 있는 몰도바의 회원국으로의 가입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헝가리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그동안 이들 두 나라의 가입을 반대하던 정치적 장벽이 사라진 것이 큰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EU는 러시아의 서진 우려 속에 이들 국가가 준회원국 자격이라도 갖추어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가입 협상이 처음으로 논의되었다. 타라스 카츠카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번 논의를 "우크라이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EU 가입은 우리 국민의 오랜 꿈"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번 협상 개시에 대해 "엄청난 진전"을 평가하며, 양국의 법치와 부패 방지 관련 개혁 진전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2022년 6월부터 EU 회원국 가입 신청을 해왔고, 후보국 지위를 취득한 바 있다. 초기에는 2024년 6월부터 본격적인 가입협상을 개시하려 했으나, 친러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의 반대로 진행이 차수되었다. EU의 모든 가입 협상은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헝가리의 정치적 변화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난 4월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 총리가 실각하자 새로운 총리인 머저르 페테르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두 국가의 실제 가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U 가입 후보국들은 법치, 안보, 환경, 농업 등 6개 분야에 걸쳐 35개 이상의 특정 협상 의제를 EU와 논의해야 하며, 각국은 회원국 요건을 충족하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한다. 가입 절차는 EU 집행부와 유럽의회 통과는 물론, 모든 회원국의 조약 비준을 필수로 요구한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EU 가입은 최소 5~6년 이상, 최대 수십 년에도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튀르키예는 1987년에 가입을 신청하고 2005년에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을 포함한 일부 EU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가 현재의 불안정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준회원국 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즉각적인 EU 가입이 필요하지만 절차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임시방편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준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두 국가의 가입에 반대하는 회원국도 여전히 존재한다. 익명의 유럽 외교관은 "우크라이나가 가입할 경우, EU 내 세 번째로 큰 국가가 되어 향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막대한 구조적 및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 외에도 전쟁 문제와 부정부패, 조직 범죄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