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월드 모델 스타트업 데카르트를 70억달러(약 9조4천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회사는 앤트로픽이 8월 60억달러에 검토하다 9월 실사 뒤 접은 곳이다. 아마존이 더 비싼 값을 부르는 이유는 가상환경 모델보다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3를 더 효율적으로 돌릴 추론 기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데카르트 70억달러 인수 논의, 앤트로픽이 실사 뒤 놓은 회사

뉴스 핵심
- 아마존은 데카르트를 70억달러(약 9조4천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양사 공식 확인은 없다.
- 앤트로픽은 8월 60억달러에 인수를 검토했다가 9월 실사 뒤 접었다.
- 데카르트 기업가치는 5억달러(2024년 12월)에서 약 40억달러(2026년 5월)로 올랐고, 70억달러 제안은 5월보다 75% 높다.
- 인수 동기는 트레이니엄3 효율을 높일 추론 기술로 보이며, 엔비디아는 이 회사의 투자자다.
앤트로픽이 실사 끝에 놓은 데카르트, 아마존이 10억달러 더 얹었다
데카르트(Decart)의 문을 먼저 두드린 건 아마존이 아니다. 지난 8월 13일 앤트로픽이 이 회사를 60억달러에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성사됐다면 데카르트 팀은 앤트로픽의 추론·성능 조직으로 옮겨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9월 실사를 마친 뒤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10월 11일, 아마존이 같은 회사를 70억달러(약 9조4천억원)에 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앤트로픽이 검토한 값보다 10억달러 높다.
경쟁 AI 연구소가 장부를 열어 보고 내려놓은 자산을 다른 빅테크가 더 비싸게 다시 집는 모양새다.
협상이 깨지거나 다른 인수 후보가 나서지 않으면 조만간 계약이 맺어질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아마존과 데카르트는 아직 공식 확인을 내놓지 않았다.

데카르트(Decart)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
데카르트는 2023년 이스라엘 엔지니어 3명이 샌프란시스코에 세운 회사다. 만드는 것은 월드 모델, 곧 3D 공간을 통째로 지어내고 그 안의 움직임을 흉내 내는 AI다.
제품은 둘이다. 루시(Lucy)는 라이브 영상을 실시간으로 고친다. 오아시스(Oasis)는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훈련하고 시험할 가상 공간을 만든다.
로봇을 진짜 길거리에 내보내 넘어뜨려 보는 대신, AI가 지은 가짜 길거리에서 수만 번 넘어뜨려 보는 셈이다.
오아시스의 출발은 이보다 가벼웠다. 처음 이름을 알린 건 마인크래프트 영상을 학습한 AI가 게임 세계를 실시간으로 만들어 내는 체험형 데모였다.
놀이처럼 보이는 그 데모 밑에 깔린 기술은 '영상을 아주 빠르게, 싸게 뽑아내는 능력'이다. 아마존이 사려는 것도 이 대목이다.

데카르트 몸값은 어떻게 5억달러에서 70억달러까지 올랐나?
2024년 12월 벤치마크가 이끈 시리즈A에서 데카르트는 3200만달러를 받으며 기업가치 5억달러를 인정받았다.
2025년 8월 시리즈B에서 1억달러를 받을 때 몸값은 31억달러가 됐다. 2026년 5월에는 래디컬벤처스가 이끈 3억달러 라운드에서 약 40억달러까지 올랐다.
5억달러에서 40억달러면 1년 반 사이 8배다. 아마존이 거론하는 70억달러는 5월 평가액보다 75% 높다.
투자 라운드는 '지분 일부'의 값이고 인수는 '회사 전부와 경쟁자 배제'의 값이다. 그래서 인수 제안가는 직전 라운드보다 높게 붙기 쉽다. 여기에 앤트로픽이라는 두 번째 입찰자가 한 번 지나가면서 기준선이 60억달러로 깔렸다.
- 70억달러에 성사되면 2024년 말 5억달러에 들어간 초기 투자자의 장부 가치는 약 14배, 지난 5월 투자자는 1.75배가 된다.

아마존은 왜 데카르트를 원하나, 답은 트레이니엄3에 있다
아마존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쥔 엔비디아(NVIDIA)에 맞서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3(Trainium3)를 개발해 왔다.
칩은 만든다고 끝이 아니다. 같은 칩으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붙어야 엔비디아 GPU 대신 쓸 이유가 생긴다.
데카르트가 5월 투자 유치 때 내세운 것이 월드 모델과 함께 '차세대 추론 스택'이었다. 실시간 영상 생성은 연산을 많이 먹는 일이라, 그걸 실시간으로 해낸 회사는 계산을 줄이는 기술을 쥐고 있다.
앤트로픽이 인수 명분으로 든 논리도 같았다. 기존 인프라가 더 많은 수요를 흡수하게 돕는 추론 비용 절감 기술이다.
두 회사가 같은 이유로 같은 회사를 봤다면, 데카르트의 값은 가상 세계보다 '계산 한 번당 비용'에 매겨져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엔비디아는 왜 데카르트 주주 명단에 있나
데카르트의 5월 라운드에는 엔비디아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어도비벤처스와 토요타벤처스도 함께였다.
아마존이 이 회사로 하려는 일이 트레이니엄3를 엔비디아 GPU의 대안으로 키우는 것이라면, 엔비디아는 자기 칩의 경쟁 생태계를 돕는 기술에 돈을 넣은 셈이 된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계산은 단순하다. 추론 효율 기술은 어느 칩 위에서든 쓰인다. 엔비디아로서는 그 기술이 누구 손에 가든 주주로 남아 매각 차익을 챙기는 쪽이 손해가 적다.
아마존에 팔리면 엔비디아는 지분을 정리하며 수익을 보고, 기술은 경쟁 칩 쪽으로 넘어간다.
아마존·엔비디아 주주에게 9조원 거래가 뜻하는 것
데카르트는 비상장사라 국내 개인투자자가 직접 살 수는 없다. 이 거래가 닿는 곳은 상장사 두 곳이다.
아마존 주주에게는 회사가 엔비디아 GPU 값을 덜 내기 위해 9조원대를 쓸 각오가 됐다는 신호다. 칩을 사는 쪽이 칩 의존을 줄이는 데 이만큼 쓴다는 것 자체가 AI 인프라 비용이 얼마나 무거운지 보여 준다.
엔비디아를 'GPU 독점' 한 줄로만 보던 주주라면, 그 회사가 경쟁 생태계에도 주주로 발을 걸치고 있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한다.
남은 물음은 하나다. 앤트로픽은 실사에서 무엇을 봤기에 물러났나. 이유는 어느 쪽도 밝히지 않았다.
그 공백을 두고 우리 판단은 이렇다. 앤트로픽은 모델을 파는 회사라 칩 효율 기술의 값을 60억달러로 다 뽑기 어려웠고, 자체 칩과 데이터센터를 가진 아마존은 같은 기술을 훨씬 넓은 설비에 깔 수 있다. 같은 회사에 붙는 값이 사는 쪽의 설비 크기에 따라 달라진 거래다.
이 글은 데카르트 인수 논의 보도를 바탕으로 한 해설이며 아마존·엔비디아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인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아 결렬되거나 조건이 바뀔 수 있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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