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의 경제에 뒤처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드라기 보고서 1주년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드라기는 EU가 현재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각국 정부가 상황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성장 모델이 사라지고 있으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EU의 경쟁력과 주권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것은 불이익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유럽이 차원이 다른 속도와 규모, 강도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유럽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각국의 노력을 단순히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럽 차원에서 협력하여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은 EU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규제의 난립, 느린 투자 유치와 같은 문제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콘퍼런스는 지난해 9월 드라기 전 총재가 발표한 'EU 경쟁력의 미래'라는 330쪽 분량의 보고서 발간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드라기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ECB 총재를 지낸 바 있으며, 그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유로존의 부채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보고서는 EU의 글로벌 경쟁력이 실질적인 위험에 처해 있음을 경고하며, 산업 전략을 완전히 재편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경제가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간 8000억 유로의 추가 투자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거래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EU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없으면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드라기는 지난 20년 동안 EU의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았고, 그 과정에서 중국은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유럽 기업들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EU 내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미국 증시에 상장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유럽 내 정책 공조와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드라기 전 총재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부문별 규제를 간소화하는 '옴니버스 법'을 제정하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질적인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EU 집행위가 드라기 전 총재의 권고안을 채택하였지만, 실제 이행은 일부에 그치고 있으며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의 대내외 경제 여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 상황이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모든 EU 국가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드라기 전 총재 "EU, 미국과 중국에 뒤처져 있어도 위기의식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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