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500년 전 아메리카 대륙 정복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불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멕시코 정부에 사과함으로써 긴장된 양국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했다. 지난달 31일,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마드리드에서 열린 멕시코 원주민 여성 관련 전시회 개막식에서 "양국의 역사에는 어두운 면이 존재하며, 원주민들은 고통을 받았다"며 오늘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알바레스 장관의 발언은 멕시코의 공식 사과 요구에 대한 긍정적인 첫걸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멕시코는 2019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시 대통령이 스페인 국왕과 교황에게 보낸 서한에서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학살에 대한 사과를 요청했으나, 당시 스페인 정부는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며 과거를 현대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멕시코의 새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스페인 측의 사과 요구를 재차 강조했고, 이런 배경에서 알바레스 장관의 발언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알바레스 장관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사죄는 정부와 국민을 고귀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1519년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스테카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을 침략했을 당시, 스페인은 이후 2년 뒤 아스테카 제국을 멸망시키고 '누에바 에스파냐' 식민지를 세우며 원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여 스페인과 멕시코 간의 대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알바레스 장관의 발언은 '형제 국가'라는 동질성을 부각시키며 역사적 화해의 기초를 마련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멕시코 대선 이후 스페인을 향한 사과 요구는 점차 날로 강해지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그 흐름을 이어가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