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의 기후변화 관련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고어는 최근 브라질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고어는 빌 게이츠가 최근 블로그에서 "기후변화가 인류 멸망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며 자신의 기존 입장에서 물러난 점을 지적하고, 이 발언이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할까 두려워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게이츠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종말론적 견해에서 한 발 물러나, 온실가스 감축에만 국한하지 말고 경제 성장과 공중보건 등 삶의 질 향상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어컨 사용이 온실가스를 유발하지만 폭염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므로 장점이 많다는 예를 들었다. 또한, 태풍과 홍수, 산불 증가는 있었으나, 사망자는 100년 전보다 90%가량 감소했다는 통계도 인용했다.

고어는 이러한 게이츠의 주장을 두고 "기후과학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게이츠가 트럼프가 재집권할 시 기후 관련 직원이 해고되는 상황 등을 염려해 기후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고도 주장했다. 고어는 "게이츠가 트럼프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고어는 "게이츠가 새로운 의견을 내놓은 날, 권위 있는 국제의학 저널 랜싯에서 '기후 대응이 곧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규모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며 고어 자신의 비통한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또한 "이번에 게이츠의 의견을 높이 평가한 이는 오직 트럼프뿐이며, 아마도 게이츠가 이런 반응을 유도했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는 게이츠의 입장 변경을 언급하면서 "기후변화 사기극에서 우리가 승리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고어는 트럼프의 행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고 화석연료를 밀어주면서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중국의 청정기술 수출이 미국의 화석연료 수출 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추세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지난 2000년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앨 고어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해 지구 온난화에 대해 알리는 작업을 했다. 그의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에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