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와의 국경지대에 수천 개의 벙커를 건설하는 '벙커 네트워크(Bunker Network)'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러한 결정은 동유럽의 평지 지형이 러시아의 포격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규모 방어 시설을 설치해 러시아군의 공세를 저지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있다. 특히, 독일과 스위스에서도 중산층 가정이 수영장이나 기타 편의시설 대신 개인용 벙커를 설치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12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벙커 건설을 시작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에스토니아 600개, 라트비아 1116개, 리투아니아 2758개의 벙커를 세워 '발트 방어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예산은 총 3억 달러, 즉 약 4430억원에 달한다. 각 벙커는 약 35㎡ 크기로 10명의 군인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며, 러시아군의 주력 포격무기인 152mm 자주포의 공격을 견딜 수 있도록 콘크리트로 제작된다. 벙커 주변에는 대전차 지뢰와 장애물이 설치돼 러시아군의 접근 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벙커 건설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민간 토지 소유자와의 협상 문제로 인해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접경지역은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러시아군의 대규모 기갑부대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한 벙커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안드리스 스프루츠 라트비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 경험을 언급하며, 벙커와 지뢰필드로 이루어진 방어선이 막대한 민첩성을 가진 러시아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발트3국의 벙커 방어선을 기반으로 러시아 군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동부전선 억제선(Eastern Flank Deterrence Line)'을 개발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NATO의 크리스 도나휴 연합 육군 사령관은 이 방어선이 각 지역 방어계획을 통합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독일과 스위스의 중산층 가정에서도 전쟁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벙커를 설치하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의 벙커 제조 회사 BSSD는 개인용 벙커 설치 문의가 우크라이나 전쟁 전 300건에서 최근에는 1000건으로 증가하며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마리오 피에이데 CEO는 "중산층 가정에서 벙커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벙커 설치가 이제는 일반 가정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서도 개인용 벙커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스위스의 벙커 제조업체 벙커 스위스의 자비에 브룬 CEO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객의 수요가 맞춤형 벙커 설치로 돌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벙커의 가격은 4만~10만 달러(약 6000만원~1억5000만원)로 상당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