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인 르노가 프랑스 정부의 요청에 따라 공격용 무인기, 즉 드론 생산에 착수한다고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안보 불안과 더불어 미국의 그린란드 등이 이슈화되면서 유럽 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앞으로 민간 기업들이 군수품 생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르노는 성명을 통해 "프랑스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프랑스 드론 산업 개발에 전문성을 제공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며, "프랑스 항공과 방산 업계의 투르기스 가야르와 협력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방부는 이번 사업의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다.

르노는 과거 1차 세계대전 시 프랑스군에 전차, 항공기 엔진 및 포탄 등을 공급한 이력이 있지만, 이후에는 자동차 제조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번 드론 생산은 방산 분야 진출의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프랑스의 자동차 전문 매체에 따르면 르노는 클레옹과 르망 등의 자동차 공장을 드론 프로젝트에 배정할 계획이며, 국방부와의 계약 규모는 10년간 최대 10억 유로(약 1조72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르노 측은 보안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발표는 프랑스의 군비 확충 정책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안보 위협이 심화됨에 따라 추가적인 국방비 지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30년까지 프랑스 군사 역량의 규모 전환을 위해 360억 유로(약 62조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프랑스의 재정 악화와 불확실한 예산이 재원 마련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방산 분야로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지난해부터 군용차 생산을 포함한 방산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CEO는 "실적 악화로 폐쇄하기로 한 공장들을 방산 용도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여러 방산 관련 프로젝트가 논의 중임을 밝혔다. 또한, 독일의 조선업체인 마이어베르프트는 크루즈선 대신 군함 건조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미국의 국제적 도발로 인해 유럽의 군비 증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안보와 군사 분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의 16%만이 미국을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2024년 조사에 비해 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처럼 강화되는 군비 경쟁과 민간 기업의 군수산업 진출은 유럽과 미국 간의 복잡한 관계를 더욱 얽히게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의 자동차 및 방산 기업들이 이러한 새로운 전환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