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집주인의 요청에 따라 유색인 세입자를 거부하는 경향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 단체 'SOS 인종차별'이 실시한 테스트 결과, 프랑스의 주요 부동산 중개업체 198곳 중 48.5%가 '유럽 출신 세입자만 받아달라'는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해당 업체들에 대해 인종에 기반한 차별이 금지된 프랑스 법률을 명백히 어기는 행위이다.

'SOS 인종차별'은 집주인으로 가장한 후 부동산 중개업체들에 연락하여, "다른 문화권 출신의 세입자가 일으키는 소음과 냄새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유럽인 유형'의 세입자만 선별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 중에서 96개 업체가 조건을 수용했으며, 그중 48개는 피부색에 따라 직접 세입자를 거르는 것도 허용했다. 반면 51.5%의 업체는 이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별 행태는 부동산 시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불평등 전문가 미르나 사피 교수는 "주택 시장에서의 차별은 노동 시장 내 차별만큼 강력하다"며, "결국 상업적 이해관계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차별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연구에서는 북아프리카나 사하라 이남 출신으로 인식되는 세입자가 백인보다 서류 승인율이 50%에서 5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22년 조사에서도 절반의 부동산 중개업체가 출신에 따른 세입자 차별을 용인하는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부동산 중개업체 연맹의 로익 캉탱 회장은 "주택 시장에서의 인종 차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차별 행위가 발생한 업체에 대해 면허 취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유죄 판결 건수는 극히 드물며, 2023년 기준 656명 가운데 단 5명만이 유죄로 판명됐다.

'SOS 인종차별'의 도미니크 소포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가 "그간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고 언급하며, 도덕적 반응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