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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텐츠 거래정지, 드라마 제작사가 빌린 20억원은 주방기기 회사로 갔다

빅텐츠(210120)가 10월 8일 거래정지 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결정 기한 안내를 받았다. 판권 수입이 매출의 87.83%인 드라마 제작사의 주인이 F&F 이후 두 번 바뀐 과정을 따라간다.

빅텐츠 거래정지, 드라마 제작사가 빌린 20억원은 주방기기 회사로 갔다

빅텐츠(210120) 주가는 10월 12일 2,345원에서 한 칸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10월 8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돼 이날 거래량은 0주였습니다.

이 회사는 '발리에서 생긴 일'(2004)과 '쩐의전쟁'을 만든 드라마 제작사입니다. 작품 목록은 그대로인데, 그 판권을 쥔 주인은 4년 사이 패션 회사에서 반도체 소재 회사로, 다시 개인에게로 넘어갔습니다.

투자 참고용 정보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2일.

10월 12일 나온 공시는 무엇을 알리나?

10월 12일 한국거래소는 빅텐츠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결정 기한 안내를 냈습니다. 이 회사를 상장을 유지할 만한지 따지는 심사에 올릴지, 언제까지 정하겠다는 안내입니다.

출발점은 나흘 앞선 10월 8일입니다. 이날 주권매매거래정지 공시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사유발생)'이 붙었고, 같은 날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공시변경 3건)도 나왔습니다.

같은 10월 12일에는 경영지배인 사임 공시도 올라왔습니다. 하루에 거래소 안내와 경영진 이탈이 겹쳤습니다.

이 회사는 지금 무엇으로 돈을 벌고 있나?

새 드라마가 아니라 옛 드라마입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의 87.83%가 사용료 수입, 그러니까 그동안 만든 작품의 국내외 판권을 파는 데서 나왔습니다. 나머지 12.17%는 보유 건물 임대료입니다.

2025년 한 해로 보면 사용료 수입이 78.87%, 상품매출이 16.13%였습니다. 드라마를 새로 찍어 버는 돈은 1분기 매출표에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 판권 목록이 이 회사의 재산입니다. '달이 뜨는 강'(2021, KBS), '징크스의 연인'(2022, KBS), '스폰서'(2022, MBN), '진짜가 나타났다'(2023, KBS), 그리고 2024년 KBS2에서 방영한 '완벽한 가족'까지 KBS와 반복해서 작품을 냈습니다.

회사의 뿌리는 2003년 음악백과입니다. 이김프로덕션을 거쳐 2016년 7월 빅토리콘텐츠가 됐고, 줄여 부르는 이름이 빅텐츠입니다.

무너지던 제작사를 F&F가 235억원으로 세웠습니다

2017년 사드 사태로 중국 시장이 막히고 출연료 미지급 논란까지 겹쳤습니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792%까지 올라갔습니다. 빌린 돈이 자기 돈의 8배에 가까웠습니다.

2022년 3월 패션기업 F&F가 들어왔습니다. 기존 주식 144억원, 새 주식 91억원, 모두 235억원으로 지분 50.8%를 쥐었고, 부채비율은 107%로 내려왔습니다.

그 힘으로 2023년 8월 코스닥에 옮겨 상장했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75% 올랐습니다. 당시 조윤정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로벌 콘텐츠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빅텐츠와 F&F는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모기업인 F&F와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K-콘텐츠 시장을 선도하겠다.”

상장 두 달 뒤에는 140억원을 들인 '완벽한 가족' 제작이 알려졌습니다. 이 회사가 드라마 제작사로 가장 크게 판을 벌인 시기였습니다.

그 F&F가 1년여 만에 떠났고, 새 주인은 반도체 소재 회사였습니다

2024년 10월, F&F와 조윤정 대표가 보유 주식 전량을 디비투자조합 등에 팔았습니다. 이 조합을 99.99% 지배한 곳이 반도체 소재업체 나노캠텍입니다.

값은 두 갈래였습니다. 처음엔 1주 2만1,000원 일괄이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디비투자조합은 3만원, 함께 들어온 재무적 투자자는 1만7,670원으로 갈렸습니다. 디비투자조합이 사는 물량은 85만주에서 50만주로 줄었습니다.

주인이 비싸게 적게 사고, 같이 들어온 쪽이 싸게 많이 가져간 거래입니다. 경영권을 쥐는 데 든 돈이 그만큼 작아졌습니다.

2024년 12월 20일 임시주주총회는 상호를 캔버스엔으로 바꿨습니다. 빅텐츠 캔버스엔 두 이름이 섞여 검색되는 이유입니다. 지금 거래소 공시에는 다시 빅텐츠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운영자금은 모회사가 사 둔 주방기기 회사로 갔습니다

캔버스엔은 2025년 1월 웹3 기업 파라메타와 토큰증권(STO) 플랫폼 협약을 맺었습니다. 드라마 판권을 잘게 나눠 투자 상품으로 팔겠다는 구상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롭게 열리는 STO시장에서 해당 분야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해 돈은 다른 곳으로 흘렀습니다. 전환사채로 모은 운영자금 50억원 가운데 20억원이 한일오닉스 지분 29%(약 47억~48억원)를 사는 계약금으로 나갔습니다.

한일오닉스는 주방기기를 만드는 회사이고, 모회사 나노캠텍이 1년 전 165억원에 사들인 곳입니다. 드라마 제작사가 빌린 돈으로 주인 회사의 자회사 지분을 산 겁니다. 이 회사의 급소는 작품이 아니라 이 돈의 방향입니다.

8개월 뒤, 회사는 다시 개인에게 팔렸습니다

2025년 7월 15일 나노캠텍은 콘텐츠 시장 침체를 이유로 디비투자조합 지분 전량을 155억원에 강동균 자이언트케미칼 대표에게 넘기기로 했습니다. 인수 공식화 8개월 만입니다.

사는 쪽은 법인도 펀드도 아닌 개인이었습니다. 8월 5일 주가는 상한가를 쳤고, 인수자금을 두고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대금은 나눠서 들어왔습니다. 2026년 1월까지 누적 납부액은 90억5,000만원, 남은 7차 잔금은 49억5,000만원이었습니다.

140억원 증자의 납입일이 바뀌었는데, 공시는 그대로였습니다

2026년 1월 22일 회사는 디에스체인 등을 상대로 140억원 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2건을 공시했습니다.

이 세 건의 돈 들어오는 날짜가 6개월 넘게 밀렸습니다. 회사는 그 변경을 제때 정정공시하지 않았고, 그 대가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벌점 10.0점, 제재금 4천만원입니다. 전환사채 2건의 기재정정은 10월 8일에야 올라왔습니다.

10월 7일에는 엣지월드 대표이사 김영대 씨가 경영지배인으로 선임됐습니다. 그는 10월 12일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났습니다. 회사에 머문 기간은 5일입니다.

판권은 남았고, 그 판권을 쥔 손만 바뀌었습니다

빅텐츠의 매출표는 단순합니다. 옛 드라마 판권이 87.83%, 건물 임대가 12.17%입니다. 이 숫자는 주인이 패션 회사일 때도, 소재 회사일 때도 크게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4년 동안 바뀐 것은 대차대조표 아래쪽이었습니다. 지분을 누가 얼마에 샀는지, 빌린 돈이 어디로 갔는지, 증자 대금이 언제 들어오는지입니다. 거래소가 지금 들여다보는 기록도 작품 목록이 아니라 그쪽에 쌓여 있습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2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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