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탑(002680) 대량보유 보고 계기로 본 회사. 시장 점유율 4%, 매출 849억원 제분사가 밀가루 담합 과징금 242억원을 받고 서울고법 소송에 들어간 사정
한탑 급락 이유, 밀가루 담합 과징금이 1년 영업이익의 6배가 넘는다

10월 14일 한탑(002680) 주가는 3,000원으로 전날보다 4.61% 내렸습니다. 거래량은 9,863주였습니다. 하루 전인 13일에는 주식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와 임원·주요주주 소유 상황 보고서가, 12일에는 주요주주 거래계획 보고서가 전자공시에 올라왔습니다.
이름은 낯설어도 포대는 낯익을 수 있습니다. 해바라기표 밀가루입니다. 한탑은 1959년 부산 대연동에서 영남제분으로 시작해 2015년 3월 지금 이름으로 바꾼 제분 회사입니다.
이 회사를 지금 설명하는 숫자는 둘입니다. 국내 업체용 밀가루 시장에서 점유율 약 4%. 그리고 2026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긴 담합 과징금 242억 9,100만원. 한탑은 과점 시장의 일곱 자리 가운데 가장 작은 축에 앉아 있었고, 그 자리값을 1년 매출의 4분의 1이 넘는 돈으로 청구받았습니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법원으로 갔습니다.
해바라기표 밀가루는 마트보다 국수 공장으로 먼저 갑니다
한탑의 원료는 전부 바다 건너에서 옵니다. 미국·캐나다·호주에서 밀을 사 와 부산 본사 제분공장에서 갑니다. 거기서 밀가루(소맥분)가 나오고, 갈고 남은 밀 껍질(소맥피)도 따로 팝니다.
밀가루는 강력·중력·박력 세 가지로 나눠 국수·제과·제빵 공장에 냅니다. 소비자가 집어 드는 작은 포장보다, 다른 공장이 원료로 쓰는 큰 포대가 이 회사의 본업입니다. 회사 사이의 거래라 고객 이름은 바깥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팔 곳은 국내뿐입니다. 밀가루는 무겁고 운송비가 많이 들어 수출이 거의 없는 업종입니다. 원료는 달러로 사 오고 제품은 원화로 파는 회사, 이 한 줄이 뒤에 나오는 숫자 대부분을 설명합니다.
식용 밀가루는 가격이 조금 올라도 수요가 잘 줄지 않는 품목으로 평가받습니다. 국수 공장은 내일도 국수를 뽑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성질은 파는 쪽에 유리하지만, 파는 쪽이 일곱 곳뿐일 때는 다른 문제를 낳습니다.
사료를 접자 감춰져 있던 제분의 이익이 드러났습니다
오랫동안 한탑은 두 회사가 한 지붕 아래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2015년 1분기 매출은 제분 57.5%, 사료 42.5%였습니다. 경남 양산 사료공장에서 옥수수·밀기울·대두박을 섞어 가축 사료를 만들었습니다.
2017년 사업보고서로 나눠 보면 소맥분 42.38%, 배합사료 39.98%, 사료 상품 8.17%, 소맥피 외 6.45%, 제분 상품 3.02%입니다. 사료 쪽을 합치면 매출의 절반 가까이였습니다. 그해 회사는 실적 부진을 두고 “판매단가 하락에 따른 매출액이 감소했고, 원가율도 상승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료는 힘든 장사였습니다. 2022년 보도 기준으로 사료 시장은 약 60개사가 경쟁했고, 곡물 원료의 약 90%를 수입에 기대는데 사료 값은 정부 통제로 쉽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원가가 오르면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는 사업이었습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이 났습니다. 2021년 영업손실은 46억원이었습니다. 2022년 한탑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68억원을 모았습니다. 신주 650만주를 2,580원에 발행했고, 처음 계획한 72억원보다 규모를 키웠습니다. 쓰임새는 곡물 수입 같은 운영자금이었습니다.
이 증자는 기존 주주가 사지 않은 물량을 일반 투자자에게 다시 내놓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주주가 안 사면 그만큼 돈이 덜 들어옵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금조달 계획이 실패할 수 있음에도 주주배정방식을 결정했다는 것은 결국 해당 기업의 자금여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2019년 97억원이던 결손금은 304억원까지 불어나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선택은 2024년 11월에 나왔습니다. 적자이던 사료사업부의 생산을 멈췄습니다. 그해 매출은 849억원으로 10.4%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37억원으로 309% 늘었습니다. 덜 팔고 더 남겼습니다. 사료가 깎아 먹던 몫이 빠지자 제분만의 이익이 처음으로 맨눈에 보였습니다.
그 37억원도 끝까지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하반기 환율이 급등하며 외환 관련 손실이 잡혀 순손실 50억원으로 해를 마쳤습니다. 공장 안에서 번 돈을 밀값 결제 통화가 밖에서 가져갔습니다. 2025년 1분기에는 매출 203억원, 영업이익 7억원, 순이익 6억원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회사는 2025년 3월 남은 사료공장 부동산으로 다른 사업을 찾겠다고 했고, 사료 생산 재개는 시장과 경영 여건을 보고 정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2015년 개명 때 내건 친환경 식품·바이오 확장, 그리고 베트남 보호용 테이프 업체 초이스프로-테크, 생면 업체 큐하스, 자동차 정비업체 에쓰비 같은 곁가지가 있었지만, 2018년 보도는 이들 신사업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이 회사의 몸통은 끝내 밀가루였습니다.
그 몸통이 놓인 판에는 자리가 일곱 개뿐이었습니다
국내 업체용 밀가루 시장은 사조동아원·대한제분·CJ제일제당·삼양사·대선제분·한탑·삼화제분 7개사가 87.7%를 차지합니다. 상위 3개사만 62%입니다. 한탑의 몫은 약 4%로, 일곱 자리 중 끝에 가깝습니다.
공정위는 2026년 5월 20일 이 7개사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6년 동안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정명령에는 가격을 다시 정하라는 내용까지 들어갔고, 과징금은 모두 6,710억 4,500만원입니다. 공정위가 본 관련 매출은 약 5조 6,900억원입니다.
공정위 판단에 따르면 한탑은 2020년 1월 삼화제분·대선제분과 함께 이 합의에 들어왔습니다. 2021년 4월부터는 7개사가 전체 거래처를 상대로 밀가루 전 제품의 가격을 합의했다고 봤습니다. 원가가 오를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늦게 내렸다는 점이 공정위가 짚은 쟁점으로 보도됐습니다.
달력을 겹쳐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공정위가 담합 기간으로 본 6년은 한탑이 3년 적자를 지나 증자로 버티고, 사료를 접고, 영업이익 37억원을 낸 시기와 정확히 같은 기간입니다. 이 회사의 회복기는 그 판 위에서 지나갔습니다.
막내 자리에 매겨진 과징금은 1년 영업이익의 6배가 넘습니다
한탑의 과징금은 242억 9,100만원으로 7개사 중 여섯 번째입니다. 함께 들어온 것으로 지목된 대선제분은 384억 4,800만원, 삼화제분은 194억 4,800만원입니다.

순위로는 뒤쪽이지만, 회사 크기에 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24년 매출 849억원의 28.6%이고, 그해 영업이익 37억원의 6배가 넘습니다. 사료를 접어 겨우 드러난 1년 이익으로는 7년치 가까이를 모아야 닿는 금액입니다.
과징금은 시장 전체 6,710억원 가운데 한탑 몫으로는 3.6%입니다. 점유율 4%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판 위의 자리만큼 청구된 셈법이지만, 그 자리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의 두께는 상위 회사와 같지 않습니다. 같은 비율의 청구가 작은 회사에는 훨씬 무겁게 떨어집니다.
판이 깨진 첫 반기, 한탑 매출이 먼저 빠졌습니다
과징금 고지서를 받은 한탑은 약 243억원을 충당부채로 잡아 2026년 반기보고서에 일회성 영업외비용으로 넣었습니다. 아직 내지 않았지만 낼 수 있는 돈을 장부에 미리 빚으로 올려 둔 것입니다.

그 결과 상반기 별도 실적은 매출 330억원, 영업손실 20억원, 순손실 292억원입니다. 순손실의 대부분이 과징금입니다. 그런데 과징금을 빼고 봐도 장사가 나빠졌습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0%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회사가 내놓은 이유는 경쟁사들이 공정위 조사 이후 가격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4%를 가진 회사는 큰 회사들이 값을 내리면 따라 내려야 합니다. 일곱 자리 판에서 막내가 가진 것은 가격을 정하는 힘이 아니라 따라가는 위치였고, 그 위치는 판이 바뀐 뒤에도 그대로입니다.
한탑은 법적으로 다투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법무법인과 협의를 거쳐 서울고등법원에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과징금 및 시정명령 집행정지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담합 여부는 지금 공정위의 판단이고, 그 판단이 맞는지는 법원이 가립니다.
한탑 전망, 주주 보고서보다 서울고법 판단이 먼저 숫자를 바꿉니다
10월 12일과 13일에 올라온 보고서들은 누가 이 회사 주식을 얼마나 쥐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거래하려 하는지를 적는 서류입니다. 밀가루 한 포대 값도, 243억원의 행방도 이 서류에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한탑 매출과 이익을 실제로 움직일 것은 따로 있습니다.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는지, 취소 소송에서 과징금이 줄거나 사라지는지가 하나입니다. 충당부채로 잡아 둔 243억원은 판결에 따라 그대로 나가거나 일부가 장부로 돌아옵니다.
다른 하나는 가격입니다. 시정명령에는 가격을 다시 정하라는 내용이 있고, 경쟁사들은 이미 값을 내렸습니다. 사료를 접고 제분 하나만 남은 회사에 이 변화는 전부 본업으로 들어옵니다. 원료는 여전히 달러로 사 오니, 환율도 그대로 남습니다.
회사는 8월에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은 사료공장 부동산이 그 방안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회사가 2025년에 이미 밝혀 둔 방향입니다.
67년 동안 사료와 곁가지를 하나씩 내려놓고 밀가루만 남긴 회사가, 이제 그 밀가루 값이 어떻게 정해져 왔는지를 법정에서 설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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