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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섬유 대구 부지, 섬유 대신 중고차 매매단지 임대로 번다

신라섬유(001000) 10월 13일 상한가. 이름은 섬유지만 매출은 대구 반야월 중고차 매매단지 임대 56.4%와 휴대폰 판매 43.6%이고, 이익은 임대에서만 나온다.

신라섬유 대구 부지, 섬유 대신 중고차 매매단지 임대로 번다

신라섬유(001000)가 10월 13일 29.98%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110만 7,005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약 11만주)의 10배였습니다. 장 마감 뒤 시간외 기준 가격은 2,840원입니다.

이름만 보면 실을 뽑고 천을 짜는 회사입니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적힌 사업 부문은 둘뿐입니다. 부동산 임대가 매출의 56.4%, 휴대폰 판매가 43.6%입니다. 섬유는 부문 목록에 없습니다.

신라섬유는 대구 동구 반야월의 땅 한 덩어리로 사는 회사입니다. 그 땅이 이익을 내고, 그 땅이 빚의 담보로 잡혀 있고, 그 땅을 가진 회사의 주인이 누구냐가 지난 10여 년 이 회사의 사건이었습니다. 9월부터 이어진 거래소 안내 공시와 주식병합도 그 줄기 위에 있습니다.

섬유 매출은 2019년에 이미 0.3%였습니다

섬유가 빠진 건 최근 일이 아닙니다. 2019년 3분기 매출 구성은 휴대폰 51.6%, 임대 48.1%, 섬유 0.3% 안팎이었습니다. 6년 뒤인 2025년에는 임대 56.4%, 휴대폰 43.6%로 순서만 바뀌었습니다.

임대 사업의 실체는 중고차 매매단지입니다. 2024년 9월 보도된 회사 사업 설명은 이렇습니다. “회사 소유의 넓은 부지를 활용하여 대구 반야월 지역 최대 규모의 중고자동차 매매단지를 조성하고 임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가 직접 차를 사고팔지는 않습니다. 단지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들어온 중고차 매매상사들에게 점포를 빌려줍니다. 손님이 차를 고르러 오는 곳은 상사들의 가게이고, 신라섬유는 그 가게들의 건물주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휴대폰 가게입니다. SK텔레콤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며 단말기와 초고속 인터넷·보안 상품을 묶은 결합상품을 팝니다. 손님은 동네에서 휴대폰을 바꾸러 오는 일반 소비자입니다.

두 사업을 굴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인 기업정보에 잡힌 국민연금 가입 직원은 6명입니다. 2020년 보도 때는 기간제 2명을 포함해 11명이었습니다. 업종 분류 코드는 아직 섬유 제조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비주거용 건물 임대와 통신 대리점입니다.

신라섬유 매출 구성 변화 막대그래프: 2019년 3분기 휴대폰 51.6%·임대 48.1%·섬유 0.3%에서 2025년 임대 56.4%·휴대폰 43.6%로, 섬유 칸이 사라진 모습

매출 절반 가까운 휴대폰은 팔수록 적자입니다

매출 비중만 보면 두 사업이 비슷해 보입니다. 이익을 보면 전혀 다릅니다. 2025년 임대 부문은 9억 4,259만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전년보다 10.71% 늘었습니다.

휴대폰 부문은 3,116만원 적자입니다. 전년 적자 550만원에서 손실이 5배 넘게 커졌습니다. 같은 해 휴대폰 매출은 8.60% 줄었습니다. 덜 팔고 더 잃은 한 해였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 휴대폰 가게는 매출을 채우고, 땅은 이익을 채웁니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은 4억 8,782만원으로, 임대 부문 혼자 번 돈의 절반 남짓입니다. 회사를 굴리는 공통 비용까지 임대 이익이 떠안고 있습니다.

매출 전체도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최근 3년 매출은 38억원, 37억원, 36억원이었습니다. 2026년 1분기 별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1% 적었습니다.

그 땅은 이자를 내고 담보로도 잡혀 있습니다

임대가 번 돈이 고스란히 남지는 않습니다. 2025년 금융비용은 6억 3,431만원입니다. 전년보다 14.35% 줄었지만, 회사 전체 영업이익 4억 8,782만원보다 많습니다. 본업으로 번 돈보다 금융비용이 더 큽니다.

사업보고서에는 회사의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이 담보로 제공돼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익을 내는 땅과 빚을 받치는 땅이 같은 땅입니다. 부채비율은 112% 수준으로, 빚이 자기자본보다 조금 많습니다.

그 결과 2025년 당기순이익은 7,172만원입니다. 앞선 두 해 각각 약 7억원, 3억원의 순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1년 동안 손에 남은 돈은 1억원이 안 됩니다. 땅이 버는 돈과 땅이 지는 부담이 거의 맞먹습니다.

2025년 신라섬유 돈의 흐름: 임대 부문 영업이익 9억 4,259만원, 휴대폰 부문 3,116만원 적자, 회사 전체 영업이익 4억 8,782만원, 금융비용 6억 3,431만원, 당기순이익 7,172만원을 차례로 쌓은 폭포형 그래프

직물 회사가 땅 주인이 된 순서

출발은 분명히 섬유였습니다. 창업주 박성형 명예회장은 1953년 사업을 시작해 섬유업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꼽혔습니다. 1976년 3월 8일 신라섬유가 세워졌고, 1977년 1월 명화직물·신라염직·신라염직새마을 세 회사를 합쳐 지금의 신라섬유㈜가 됐습니다.

1994년 코스닥에 상장할 때도 폴리에스터 직물을 짜는 회사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섬유 사업을 조금씩 줄였고, 2019년 3분기에는 섬유 매출이 0.3%까지 내려왔습니다. 2024년 9월 보도에 따르면 섬유는 남은 재고를 소진하는 데 집중하며 사실상 손을 뗀 상태였습니다.

직물이 빠진 자리를 채운 것이 회사가 가진 넓은 부지였습니다. 그 위에 중고차 매매단지를 조성해 임대를 시작했고, 통신 대리점을 붙였습니다. 공장을 돌려 물건을 만드는 회사에서, 가진 땅을 빌려주는 회사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사건은 늘 ‘누가 주인인가’였습니다

물건을 만들지 않는 회사에서 가장 큰 일은 소유가 움직일 때 생깁니다. 2014년 4월 창업주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속 절차 중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돼 있던 창업주의 차명주식 82만 491주가 나왔습니다.

장남 박재흥 대표가 상속인들을 대표해 명의인들에게서 이 주식을 돌려받아 자기 계좌에 보관했습니다. 그해 12월 2일 최대주주가 ‘신라교역 외 12명’에서 ‘박재흥 외 14명’으로 바뀌었고, 지분은 90.44%였습니다.

석 달 뒤인 2015년 3월 6일 최대주주는 ‘신라교역 외 14명’으로 돌아갔습니다. 공시에 적힌 사유는 이렇습니다. “박재흥 명의의 계좌에 보관중인 피상속인 박성형의 차명주식에 대해 상속인들 간의 상속재산분할 합의가 완료됐기 때문.” 상장사 주식의 집안 사정이 공시 문장으로 남은 드문 기록입니다.

2020년 2월에는 신라섬유 매각설이 나왔습니다. 최대주주 신라교역이 과일 유통사 동화청과를 771억원에, 참치 어망선 3척을 297억원에 사들인 직후였습니다. 공개 매물이 아니었는데도 4곳이 인수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인수 희망가는 주당 2,200~2,500원, 시장에서 거론된 매도 희망가는 2,700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가격은 5주를 1주로 합치기 전 주식 기준입니다. 지금 주식 1주로 바꾸면 5배인 1만 1,000~1만 2,500원 선이 됩니다. 신라교역 관계자는 “관련해서 들은 바 없다”고 답했고, 그 뒤 최대주주 자리는 지금까지 신라교역 쪽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지분 구도는 병합 후 기준으로 신라교역 20.60%, 박재흥 대표 19.5%대, 조흥 15.42%, 춘강문화장학재단 3.86%, 춘강교육재단 1.29% 등 최대주주 측 8인 합계 61.03%입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동주식은 38.97%입니다. 박 대표 지분은 2025년 11월 상속주식 재산분할로 20.58%에서 19.52%로 줄었습니다.

신라교역의 최대주주는 신라홀딩스이고, 2020년 보도 기준 박준형 회장이 신라홀딩스 지분 100%를 가졌습니다. 신라섬유는 신라교역·신라에스지와 함께 신라그룹의 한 갈래입니다.

신라섬유 소유 연표: 2014년 창업주 별세와 차명주식 82만 491주 발견, 2014년 12월 최대주주 박재흥 외 14명(90.44%), 2015년 3월 신라교역 외 14명으로 환원, 2020년 2월 인수 제안 4곳(병합 전 주당 2,200~2,500원), 2026년 병합 후 최대주주 측 61.03%

신라섬유 주가 전망에 걸린 숫자는 200억원과 50억원입니다

회사는 6월 26일 5주를 1주로 합치는 주식병합을 결정했습니다. 공시에 적은 사유는 “적정 유통주식수 유지를 위한 주가 안정화 및 기업가치 제고”입니다. 발행주식은 2,427만 7,540주에서 485만 5,508주로, 1주당 액면가는 100원에서 500원으로 바뀌었습니다.

병합을 위해 8월 21일부터 9월 10일까지 거래가 멈췄고, 9월 11일 새 주식으로 거래가 다시 열렸습니다. 주식 수가 5분의 1로 줄었으니 주가 숫자는 커졌지만, 회사 전체의 몸값은 그대로입니다.

그 몸값이 첫 번째 숫자와 맞닿아 있습니다. 9월 15일 거래소는 신라섬유 시가총액이 코스닥 기준 200억원(2026년 7월 1일부터 상향)에 25매매거래일 연속 못 미쳤다는 기타시장안내를 냈습니다. 30매매거래일 연속이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됩니다. 10월 7일에도 기타시장안내 공시가 나왔습니다.

발행주식 485만 5,508주에 이날 시간외 기준 가격 2,840원을 곱하면 약 138억원입니다. 상한가를 하루 친 뒤에도 200억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두 번째 숫자는 매출입니다. 코스닥이 상장사에 요구하는 매출액 기준이 2026년부터 50억원으로 올랐고, 2028년 75억원, 2029년 100억원으로 더 오릅니다. 신라섬유의 최근 3년 매출은 30억원대이고, 지난해 36억원이었습니다.

여기서 적자인 휴대폰 가게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이익은 거의 임대가 내지만, 매출의 43.6%는 휴대폰이 채웁니다. 휴대폰 판매를 접으면 손실은 사라져도 매출은 20억원 안팎으로 내려갑니다.

신라섬유가 마주한 두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 200억원 대비 시간외 가격 기준 계산 약 138억원, 코스닥 매출액 기준 2026년 50억원·2028년 75억원·2029년 100억원 대비 2025년 매출 36억원을 나란히 놓은 막대 비교

10월 13일 상한가로 거래량이 평소의 10배로 불어난 날에도, 이 회사가 하는 일은 반야월 매매단지의 점포를 빌려주고 SK텔레콤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파는 것 그대로입니다. 시가총액 200억원은 주가로도 닿을 수 있는 숫자지만, 매출 50억원은 반야월 땅과 휴대폰 가게가 1년 동안 직접 벌어 와야 하는 숫자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3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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