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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상한가 이유, 광안대교·이순신대교를 그린 유신 엔지니어링은 콘크리트를 붓지 않는다

10월 12일 상한가를 기록한 유신(054930)은 광안대교·이순신대교를 설계한 건설엔지니어링사입니다. 97만원으로 창업해 수주 업계 2위가 되고, 필리핀 교량 감리까지 맡은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유신 상한가 이유, 광안대교·이순신대교를 그린 유신 엔지니어링은 콘크리트를 붓지 않는다

광안대교를 건너 본 사람은 많습니다. 그 다리를 누가 그렸는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유신(054930)은 2026년 10월 12일 코스닥에서 29.87% 오른 2만265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43만4623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인 약 1만7886주의 24배였습니다. 같은 날 기사들은 유신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종목으로 묶어 불렀습니다.

이름은 그렇게 불렸어도 유신은 공장을 짓는 회사가 아닙니다. 콘크리트 한 삽 붓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파는 것은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 근거, 그리고 그 근거대로 지어지는지 지켜보는 눈입니다. 60년 동안 쌓은 그 근거의 목록이 지금 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투자 참고용 정보이며, 작성 기준일은 2026년 10월 12일입니다.

유신은 다리를 짓지 않습니다, 다리가 서는 계산을 팝니다

유신은 종합 건설엔지니어링 회사입니다. 도로·철도·공항·항만 같은 교통시설, 하천과 댐, 도시계획, 환경 분야의 일을 맡습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 첫 번째 일입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설계대로 가고 있는지 현장을 감독하고 관리합니다. 이것이 감리, 그리고 건설사업관리입니다. 건설사가 손이라면 유신은 손이 움직이기 전의 머리와, 움직이는 동안의 눈입니다.

이 일이 남긴 흔적은 바다 위에 있습니다. 유신은 광안대교, 영종대교, 이순신대교, 울산대교, 화양-적금대교, 부산항대교를 설계했습니다. 케이블에 상판을 매다는 현수교와 사장교, 한국 해안의 이름난 장대교량들입니다.

유신이 설계한 국내 장대교량 지도. 광안대교·영종대교·이순신대교·울산대교·화양-적금대교·부산항대교의 위치를 표시해 회사의 교량 설계 이력을 한눈에 보여 주는 카드

유신 매출을 일의 종류로 나눠 보면 이 회사의 모양이 더 분명해집니다. 기업개요 집계에서 기타설계가 25.18%, 감리설계가 24.33%입니다. 도로·공항이 17.39%, 철도·구조가 16.63%, 해외도급용역이 11.25%, 도시계획이 5.21%입니다.

설계와 감리가 거의 반반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끝나는 회사가 아니라, 그린 것이 현장에서 실현될 때까지 붙어 있는 회사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매출의 열에 하나 이상은 이미 바다 건너에서 나옵니다.

유신 매출 구성 막대그래프. 기타설계 25.18%, 감리설계 24.33%, 도로·공항 17.39%, 철도·구조 16.63%, 해외도급용역 11.25%, 도시계획 5.21%로 설계와 감리가 절반씩인 사업 구조를 보여 주는 카드

그 계산은 한강 다리 설계비 97만원에서 시작됐습니다

1966년 1월 17일, 철도청에 다니던 전긍렬이 회사를 세웁니다. 종자돈은 한강 교량을 설계해 주고 받은 97만원이었습니다. 회사 이름은 '유신특수설계공단'. 국내에서 스무 번째로 생긴 엔지니어링 회사였습니다.

다리 하나 그려 준 값으로 다리 그리는 회사를 차린 셈입니다. 출발부터 이 회사의 상품은 교량이었고, 그 상품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름은 몇 번 바뀌었습니다. 1973년 유신설계공단, 1996년 유신코퍼레이션을 거쳐 지금의 '유신'이 됐습니다. 2002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특수설계'라는 말을 떼어 낸 순서가, 다리 전문 설계소가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로 넓어진 순서와 겹칩니다.

60년치 다리 목록이 해외 입찰장의 이력서가 됐습니다

이 업계에서 실적은 경력이 아니라 입장권입니다. 국토부와 지자체, 해외 정부기관은 설계·감리 회사를 고를 때 과거에 무엇을 해 봤는지와 기술 인증을 따집니다. 장대교량 설계 기술을 일찍부터 자체로 갖췄다는 것, 수십 년 동안 대형 국책 교량과 터널을 연이어 맡았다는 것이 그대로 다음 입찰의 서류가 됩니다.

그래서 한번 자리 잡은 회사는 쉽게 밀려나지 않습니다. 새로 들어온 회사가 아무리 싸게 불러도, 현수교를 그려 본 적이 없으면 현수교 일을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이력서가 바다를 건넌 장면이 필리핀에 있습니다. 2026년 2월 13일, 유신은 필리핀 공공사업도로부와 바탄주와 카비테주를 잇는 연결교량의 건설사업관리(감리) 컨설팅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금액은 911억4000만원입니다.

이 숫자는 회사 크기에 대 보면 무게가 달라집니다. 회사가 계약과 함께 밝힌 최근 매출 3395억8000만원의 26.8%입니다. 한 해 매출의 4분의 1이 넘는 일을 다리 하나에서 받아 온 것입니다. 기간은 2026년 2월 11일부터 2033년 2월 10일까지, 7년입니다.

다리를 직접 짓는 공사비가 아니라 지켜보는 값이 이만큼이라는 데서, 해외 발주처가 유신에게 무엇을 사는지가 보입니다. 다리가 설계대로 서는지 7년 동안 책임지는 일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이름이 나왔습니다. 유신은 네옴시티 '더 라인' 아래를 지나는 고속·화물철도용 28km 지하터널 공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사우디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공사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삼성물산·현대건설·한미글로벌과 함께 참여한 것으로 보고, 계약 규모를 약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합니다. 회사는 금액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97만원으로 시작한 회사의 이름이, 업계가 1조원대로 어림하는 사막 지하 공사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이런 일이 쌓인 결과가 숫자로 찍힌 해가 2024년입니다. 유신은 그해 건설엔지니어링 수주 642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96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6천억원을 넘긴 것이고, 업계 순위는 2위였습니다. 1위 도화엔지니어링은 7742억원이었습니다.

58년 걸려 처음 넘은 선입니다. 2025년 상반기에도 유신은 2798억원으로 2위를 지켰고, 도화엔지니어링은 5077억원이었습니다. 해외에는 알제리·케냐·파키스탄·인도·베트남·페루 등 10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고, 미국 건설전문지 ENR의 국제설계기업 순위에서는 131위에 올라 있습니다.

유신 60년 연표 카드. 1966년 교량 설계비 97만원 창업, 2002년 코스닥 상장, 2018년 최대주주 변경, 2024년 수주 6421억원 업계 2위, 2026년 필리핀 바탄-카비테 교량 감리 911억원 계약까지 이어지는 흐름

밖으로 커지는 동안, 안에서는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2018년 6월 21일, 창업자 전긍렬 회장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대주주는 전경수 외 8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분은 전경수 37.18%, 전우경 4.40%, 전경린 4.22% 등으로, 회사는 창업자 가족에게 넘어갔습니다.

그 이전의 모습은 업계지가 기록해 두었습니다. 창사 50년을 다룬 엔지니어링데일리 기획은 회사 내부를 '호통형 절대군주 시스템'이라는 말로 그렸습니다. 경직된 경영, 인재 유출, 늦어지는 세대교체를 구조적 위기로 짚었습니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이 대목이 가볍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공장도 기계도 없습니다. 다리를 그리고 현장을 지키는 것은 사람이고, 앞서 말한 '이력서'도 결국 그 사람들이 쌓은 것입니다. 사람이 나가면 실적표의 일부가 같이 나갑니다.

지금 대표가 꺼낸 말은 '사람을 엮는 법'입니다

현 대표 박석성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융복합'을 내세웠습니다. 그는 해상풍력 사업을 두고 “환경·항만·플랜트·구조 등 엔지니어링 파트별 노하우가 조화를 이뤄야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라고 말했습니다.

계획도 구체적입니다. 해상풍력 수주를 3배로 늘리고, 필리핀·탄자니아·인도네시아를 거점국가로 삼아 수주목표 40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해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내 엔지니어링사가 해외시장에 나서 안착하려면 PM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PM은 사업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관리 역할입니다. 필리핀 계약이 바로 그 일입니다. 다리 한 구간을 그리는 게 아니라 7년짜리 공사를 발주처 대신 지켜보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다음 장은 설계 실력보다 조직의 문제로 읽어야 합니다. 부서마다 따로 쌓은 노하우를 한 사업 안에서 엮고, 그 일을 해외 현장에서 오래 붙어 있을 사람에게 맡기는 것. 50년 기획이 짚은 경직된 조직과, 지금 대표가 꺼낸 '융복합'과 'PM'은 같은 질문의 앞뒷면입니다.

97만원짜리 첫 일감은 다리 하나를 그리는 일이었습니다. 60년 뒤 이 회사가 받아 오는 큰 일감은 다리를 그리는 일이 아니라, 남이 짓는 다리 곁에서 7년을 버티는 일입니다. 그 7년을 버티는 것은 도면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출처

이 글은 2026년 10월 12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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