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005110) 상장폐지일은 10월 15일. 소화설비 자회사 한주케미칼을 세 번 사고판 5년과 감사의견 3년 연속 거절, 철강 매출 회계위반까지의 기록
한창 상장폐지 이유, 소화설비 회사 한주케미칼을 세 번 사고판 마지막 5년

10월 12일 한창(005110)은 장 마감 뒤 시간외 기준 36원, 전날보다 30.77% 낮은 값에 거래됐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883만9,055주였습니다. 이 회사의 상장폐지일은 10월 15일입니다.
한창은 1967년 한창섬유공업사로 출발했고, 1976년 6월 증시에 올랐습니다. 한때는 통신장비와 휴대폰을 만들던 회사입니다. 50년 상장사가 시장을 떠나는 셈인데, 마지막 5년의 장부를 펼치면 섬유도 휴대폰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 5년 동안 한창이 가장 자주 손에 쥐었다 놓은 것은 소화설비 회사 한주케미칼의 지분이었습니다. 한 회사를 세 번 넘기고 되사는 사이, 감사인은 한창의 장부를 3년 내리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한창의 마지막 상품은 물건이 아니라 회사였습니다.
투자 참고용,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2일
한창 뭐하는 회사였는지는 상호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상호는 1984년 8월 29일 지금의 ㈜한창으로 바뀌었습니다. 섬유에서 출발해 전자기기와 휴대폰으로 갔던 회사가 최근 몇 해 꾸린 사업은 전혀 다른 갈래입니다.
첫 갈래는 부동산입니다. 2014년 세운 종속회사 ㈜한연개발이 부산 시청역 SK VIEW 주상복합을 직접 개발했고, ㈜한창이피엠이 부동산 관리와 투자·운용을 맡습니다.
둘째는 2021년에 뛰어든 철강 유통입니다. 회사 요약에는 내수 철강 규모가 줄면서 실적이 나빠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셋째가 2025년에 산 연예기획사를 앞세운 K컬처 사업입니다.
부동산, 철강, 음악·영상. 서로 맞물리는 공장도 고객도 없는 세 갈래입니다. 이 갈래들을 잇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지분 거래였습니다. 그 한가운데에 한주케미칼이 있습니다.

그 사이 가장 자주 주인이 바뀐 것은 소화설비 회사였습니다
한주케미칼은 가스로 불을 끄는 소화설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장사도 됐습니다. 2022년 상반기 매출 289억원, 영업이익 89억원을 냈습니다. 한창 그룹 안에서 손에 잡히는 돈을 버는 몇 안 되는 회사였습니다.
이야기는 2021년 7월에 시작합니다. 한창은 원료의약품 유통을 하다 성장동력을 잃은 큐브앤컴퍼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가져왔습니다. 전환사채 등으로 들인 돈이 180억원이 넘었습니다.
인수 뒤 이 회사가 흑자로 돌아선 사업은 부동산 분양과 음식물 처리기 유통이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1월, '메타버스와 NFT 등 IT기술 기반사업 추진에 따른 비전'을 담아 한창바이오텍으로 이름을 바꾸는 절차를 밟습니다.
이름은 바이오, 내건 비전은 메타버스, 돈은 분양과 음식물 처리기에서 벌었습니다. 이름과 사업이 따로 노는 이 회사에 한창은 2021년 한주케미칼 지분을 넘겼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거래입니다.
1년 뒤 한창은 넘겼던 지분을 250억원에 되샀습니다
2022년 8월, 한창은 한창바이오텍 지분 532만6312주(14.31%) 가운데 325만7632주를 주당 2,100원, 약 68억원에 팔기로 했습니다. 경영권을 산 지 1년 남짓 만입니다.
같은 계약 묶음에서 한창은 반대 방향의 거래도 했습니다. 한창바이오텍에 넘겼던 한주케미칼 지분 45.5%를 250억원에 되사기로 한 겁니다. 이것이 두 번째 거래입니다.
돈을 치르는 일정은 길게 잡혔습니다. 그해 10월 중도금까지 20억원을 먼저 주고, 나머지 230억원은 이듬해 7월 말까지 내는 조건이었습니다.
자회사 지분을 계열사로 보냈다가 1년 만에 되사 오고, 그 계열사 지분은 따로 판다. 이 왕복에서 한창이 남긴 것은 공장이나 고객이 아니라 거래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한 번 더 이어집니다.

세 번째 매각에서는 돈보다 주식이 먼저 나갔습니다
2023년에는 한창의 주인부터 바뀌었습니다. 타이탄에쿼티는 기존 대주주 주식을 사지 않고 유상증자만으로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그해 7월 19일에는 씨에스인베스트코와 한창 주식 1,363만여 주를 132억여 원에 넘기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20억원을 받았습니다.
이 계약은 해지 주장과 가처분, 고소로 번졌습니다. 씨에스인베스트코 관계자는 "해지가 됐다고 주장한다면 계약금이라도 반환해야 하는데 이조차 이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새 주인 아래에서 한주케미칼은 다시 매물이 됐습니다. 2023년 12월 29일, 한창은 한주케미칼 지분 100%를 나반홀딩스에 56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세 번째 거래입니다.
이 거래의 속은 순서에서 드러납니다. 한창은 계약금 50억원만 받은 상태에서 지분 45.41%의 주주 명의부터 나반홀딩스로 바꿔 줬습니다. 중도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계약은 해제 수순으로 들어갔습니다.
560억원짜리 회사의 절반 가까운 지분이 50억원과 맞바꿔 먼저 나간 겁니다. 파는 쪽이 돈을 다 받기 전에 물건부터 건네는 거래는 흔치 않습니다. 한창의 지분 거래가 얼마나 느슨한 장부 위에서 돌아갔는지 이 한 장면이 보여 줍니다.
1년 3개월 뒤인 2025년 4월 9일, 회사가 주주들에게 보낸 글의 숫자는 달랐습니다. "한주케미칼을 741억7190만원에 매각해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고", "거래소 거래재개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같은 시기 장부에는 손에 쥐지 않은 철강이 매출로 올라갔습니다
지분이 오가던 2021~2022년, 한창의 다른 갈래인 철강 유통에서도 문제가 자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한창이 이 기간 철강 유통거래에서 '재화를 통제하지 않았음에도' 매출과 매출원가를 총액으로 잡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풀어 말하면 이렇습니다. 철강을 실제로 사서 쥐고 있다가 판 것이 아니라 거래 중간에서 이름만 걸쳤는데, 장부에는 그 철강값 전체를 내 매출로 올렸다는 겁니다. 회사가 실제보다 크게 장사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하나가 더 있습니다. 협력업체가 한창의 관계기업에 갚아야 할 빚을 한창이 대신 보증해 놓고, 그 보증을 재무제표 주석에 적지 않았습니다. 장부를 읽는 사람이 회사가 떠안은 위험을 볼 수 없었던 겁니다.
2026년 5월 6일 증권선물위원회는 한창에 감사인지정 3년을 의결하고 법인과 전 대표이사, 전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6월 17일 금융위는 한창에 과징금 8억1580만원, 전직 대표이사 등 2명에게 1억300만원을 매겼습니다.
같은 날 같은 의결에서 과징금을 받은 회사가 또 있습니다. 더테크놀로지입니다. 2억8980만원, 전직 대표이사 등 2명에게는 2180만원이 부과됐습니다. 더테크놀로지의 옛 이름은 ㈜한창바이오텍입니다.
한창이 철강 매출을 부풀린 2021~2022년은 한창바이오텍을 사들이고, 한주케미칼을 넘겼다 되사고, 그 지분을 다시 판 바로 그 2년입니다. 거래를 주고받은 두 회사가 같은 날 함께 제재를 받았습니다.
그 장부를 감사인은 3년 내리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보고 의견 자체를 내지 않는 것을 감사의견 거절이라고 합니다. 회사가 내놓은 숫자를 믿을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상장사에게는 그 자체로 상장폐지 사유입니다.
한창은 2024년 3월 28일 2023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습니다. 이의신청 끝에 2025년 4월 14일까지 개선기간을 얻었지만, 그 직전인 4월 7일 2024사업연도 감사의견도 거절됐습니다. 거래소는 두 건을 합쳐 심의하고 10월 31일까지 기간을 더 줬습니다.
2025년 11월 24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는 한창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회사는 이튿날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가처분을 냈고, 주식을 처분할 마지막 기회인 정리매매가 미뤄졌습니다.
그 사이인 2026년 3월 26일, 2025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이 또 공시됐습니다. 상장폐지가 이미 결정된 터라 거래소는 이 건을 따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한국거래소는 한창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일한 '3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 사례로 꼽았습니다.

거절이 쌓이는 동안 한창은 가수 손호영의 소속사를 샀습니다
두 번째 거절을 받고 두 달이 안 된 2025년 5월 30일, 한창은 ㈜비트인터렉티브 주식 20만 주, 지분 100%를 25억원에 사겠다고 공시했습니다. 공시에 적은 목적은 '사업분야 다각화'였습니다.
비트인터렉티브는 손호영, 포레스텔라, 뉴비트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영상 지식재산권을 가진 회사입니다. 김혜임 대표는 자리를 지켰습니다. 한창의 사업 목록에 부동산과 철강 다음으로 노래가 들어온 순간입니다.
이동우 대표는 그해 7월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창은 음악, 영상, 뷰티, 헬스케어, K푸드를 아우르는 종합 글로벌 K컬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부를 감사인에게 두 번 거절당한 회사가 새 사업의 이름을 다섯 개 늘어놓았습니다. 메타버스와 NFT를 내걸고 바이오텍이라는 이름을 달았던 2021년의 장면과 겹칩니다. 간판은 바뀌었는데 간판을 다는 방식은 그대로였습니다.
한창 상장폐지 뒤에 남는 날짜들
2026년 9월 28일 법원은 상장폐지 효력을 멈춰 달라는 한창의 가처분을 기각했습니다. 미뤄졌던 정리매매가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다시 열렸고, 상장폐지일은 10월 15일로 잡혔습니다.
상장폐지는 회사가 없어진다는 말이 아닙니다.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없게 될 뿐 회사와 주식은 남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 그대로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매매도, 회수도 쉽지 않아" 지는 자리입니다.
회사 앞에 남은 일정도 있습니다. 감사인지정 3년은 회사가 감사인을 고르지 못하고 당국이 정해 준 감사인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법인과 전 대표이사, 전 임원에 대한 검찰 고발도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이어집니다.
한창이 50년 동안 판 것은 실, 휴대폰, 아파트, 철강, 노래 순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지막 5년에 가장 비싸게 값이 매겨진 것은 그중 어느 것도 아닌, 불 끄는 설비를 만드는 남의 공장 지분이었습니다. 560억원과 741억7190만원 사이 어딘가에 그 공장의 값이 있고, 감사인은 그 숫자를 세 번 다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출처
- 더벨, 한창, 보호예수 끝난 '한창바이오텍' 엑시트 구조 짰다 (2022-08-10)
- 아시아경제, 한주케미칼앤홀딩스, 한창바이오텍으로 사명 변경 (2021-11-23)
- 딜사이트, 한창 경영권 분쟁(타이탄에쿼티·씨에스인베스트코) (2023-11-08)
- 더팩트, 3년째 상폐 경고인데도 안 나간다…한창에 갇힌 개미들 '분통' (2026-04-10)
- 아시아경제, 금융위, '회계기준 위반' 한창·더테크놀로지 과징금 부과 (2026-06-17)
- 아시아경제, 증선위 한창 감사인지정·검찰 고발 (2026-05-06)
- 한국경제, 한창 비트인터렉티브 인수 (2025-06-02)
- 시대일보, 이동우 한창 대표 서면 인터뷰 (2025-07-01)
- 스페셜타임스, [공시] 한창 정리매매절차 재개 (2026-09-28)
- 위키백과, 한창 (기업)
- stockhub, 한창 종목 정보
- 네이버 증권, 한창 일별 시세·거래량
이 글의 작성 기준일은 2026년 10월 12일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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