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코퍼레이션(065650) 10월 13일 상한가. 바이오·시니어·AI를 내건 회사지만 2025년 매출 84.81%는 로지텍 중심 상품 유통이고, 증자 204억원도 전액 상품 매입에 쓴다.
하이퍼코퍼레이션 상한가 이유, 간판을 네 번 단 로지텍 마우스 유통회사

하이퍼코퍼레이션(065650)은 10월 13일 상한가(+30.00%)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1,434,103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 21,655주의 66배였습니다. 장 마감 뒤 시간외 거래에서 체결된 가격은 1,937원입니다.
이 이름을 처음 검색한 사람은 대개 바이오 회사나 AI 회사를 떠올립니다. 회사가 스스로 그렇게 말해 왔기 때문입니다. 치매 조기진단키트와 염증 신약 후보를 앞세웠고, 2024년부터는 '라이프 AI 솔루션'과 시니어 시장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이 회사 매출의 84.81%는 로지텍 마우스와 키보드를 중심으로 한 상품 유통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해 신약 매출 칸은 비어 있습니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간판을 네 번 단 유통회사입니다. 간판과 주인이 바뀌는 동안 가운데에서 매출을 만든 것은 내내 남이 만든 물건을 사서 되파는 일이었습니다.
간판은 네 번 바뀌었고, 매출의 가운데는 그대로였습니다
회사는 1997년 3월 '명진아트'로 출발했습니다. 2004년 12월 '레전드테크놀로지스', 2006년 1월 '메디프론디비티'로 이름을 바꿨고, 2024년 3월 28일 지금의 하이퍼코퍼레이션이 됐습니다.
메디프론디비티 시절 이름에는 '메디'가 들어갔습니다. 2006년 의약품 연구개발이 사업목적에 들어갔고, 이듬해인 2007년 컴퓨터·주변기기 판매와 통신판매가 추가됐습니다. 이름은 바이오를 가리켰지만 장부를 채운 쪽은 뒤에 추가된 유통이었습니다.
IT 유통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021년 80.20%, 2022년 78.88%, 2023년 72.40%입니다. 나머지 빈자리는 떡볶이가 채웠습니다. 2020년 말 떡볶이 제조사 에스제이코레를 사들여 2021년 2월 합병했고, 2023년 가정간편식 사업이 매출의 17.60%를 냈습니다.
이 떡볶이 사업은 상호가 바뀐 2024년 3월 28일 같은 날 양도됐습니다. 공시 기준 양도 대금은 약 57억원입니다. 같은 날 최대주주도 티사이언티픽 외 1인에서 에프에스엔(FSN)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름, 주인, 곁가지 사업이 하루에 정리된 것입니다.

FSN이 들고 온 새 간판은 시니어와 AI였습니다
FSN이 들어온 뒤 회사는 방향을 '라이프 AI 솔루션'으로 정했습니다. 2024년 6월에는 프리미엄 영어 멤버십 클럽 프로맘킨더의 경영권과 블루타이거(에스씨에이티 지분 100%)를 인수했습니다. 전국 3대 백화점과 5성급 호텔 등 29개 지점, 시니어·주니어 고객 정보를 확보했다고 내세웠습니다.
이상석 대표는 당시 "대한민국은 저출산과 함께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시니어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두 달 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최대의 시니어 DB를 보유한 라이프 AI 솔루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겠다"고 했습니다.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랜드조선 부산 호텔 안에 '블루타이거 더 헤리티지'라는 멤버십 공간을 열어 영어 회화와 주니어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삼성레포츠센터와 렉서스 제휴 공간에서는 시니어 회원을 대상으로 실용 영어 회화와 뇌 건강 요가를 시범 운영했습니다.
바이오도 간판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퀀타매트릭스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보조 검사제 '알츠플러스'가 2024년 9월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선정돼,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검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24년 11월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바이오와 라이프케어 플랫폼을 두 축으로 앞세웠고, "하이퍼라이프케어는 현재 데모 단계에 있으며, 12월 내에 공식 출시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분기보고서에 적힌 신약 연구는 지금도 네 갈래입니다. 염증을 겨냥한 NLRP3 억제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치매 조기진단키트(QPLEX Alz Plus), 비마약성 진통제 MDR-652입니다. 회사는 직접 상품화하기보다 파트너에게 기술을 넘기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부에 찍힌 것은 쿠팡에서 팔린 로지텍이었습니다
회사가 시니어와 AI를 말하던 2024년, 매출의 97.99%는 커머스였습니다. 신약은 1.61%, 모바일 쿠폰 사업은 0.41%였습니다. 2025년에는 커머스 84.81%, 소프트웨어 9.76%, 모바일 쿠폰 5.43%였고 신약은 칸이 비었습니다. 2026년 1분기도 커머스 83.43%, 소프트웨어 11.50%, 모바일 쿠폰 5.07%로 같은 모양입니다.
분기보고서가 나누는 사업부문은 커머스·신약·테크·소프트웨어 넷입니다. 이 네 칸 어디에도 시니어 멤버십이라는 이름은 따로 없습니다. 호텔 안 영어 클럽은 회사의 이야기에는 있지만 매출 표의 칸을 하나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커머스의 중심은 로지텍입니다. 회사는 보고서에서 자신을 "글로벌 PC 주변기기 No.1브랜드인 로지텍(Logitech)의 국내 공식 채널파트너사"라고 소개합니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는 2022년 로지텍의 국내 마우스 점유율이 78%, 키보드 점유율이 44%로 1위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2024년 에코백스 로봇청소기, 2025년 키친에이드 주방용품 유통 계약이 더해졌습니다. 키친에이드는 온·오프라인 총판 지위로 쿠팡·네이버 등에 내놓고 있습니다. 매출은 전부 국내에서 나오고, 수출 매출은 없습니다.
물건이 소비자에게 닿는 길은 G마켓·옥션·11번가·인터파크 같은 오픈마켓, 쿠팡 등 소셜커머스, 온라인몰, 홈쇼핑, 오프라인 직접판매입니다. 보고서는 쿠팡 로켓배송 확대와 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입점을 추진한다고 적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쓰는 로지텍 마우스를 쿠팡에서 주문했다면, 그 상자가 이 회사 매출의 가장 큰 덩어리입니다.
이 자리의 힘은 회사가 아니라 브랜드에서 나옵니다. 소비자가 고르는 것은 로지텍이고, 그 소비자를 모으는 것은 쿠팡과 네이버입니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그 사이에서 상품을 대는 공급자입니다. 회사는 로지텍과의 계약 기간이나 독점 여부를 공시하지 않습니다. 딜사이트는 2026년 2월 PC 주변기기 유통 모델이 마진율이 낮고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는 시장 일부의 지적을 전했습니다.

커머스 밖의 15%는 사 온 회사들이 채웠습니다
2024년 97.99%였던 커머스 비중이 2025년 84.81%로 내려간 자리는 신약이 아니라 인수한 회사들이 메웠습니다. 2024년 7월 FSN이 유상증자 대금을 내며 인수를 마무리할 때,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이모션글로벌·핑거랩스·메이크어스 등 FSN 계열 테크 회사 지분을 넘겨받았습니다.
지분 75.70%를 가진 이모션글로벌이 소프트웨어 부문입니다. 사용자 경험(UX) 컨설팅, 앱·웹 개발,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보고서에는 삼성·롯데·SK텔레콤·KB증권과의 협업이 언급됩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의 11.50%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테크 부문은 모바일 상품권 회사 기프트레터입니다. 2024년 9월 지분 100%(60만 주)를 80억원에 사들이기로 공시했고, 2025년 10월 소규모 합병을 결의해 합병 기일을 2026년 5월 1일로 잡았습니다. 기업 고객사 800여 곳에 카카오·네이버를 유통 채널로 두고, 모바일 쿠폰 발행과 정산을 처리하는 '기프트엔(Gift-N)'을 운영합니다.
기프트레터가 내세우는 계약은 틱톡 라이트입니다. 2021년 9월 틱톡 본사와 직접 공급 계약을 맺어, 바이트댄스의 틱톡 라이트 앱 안에서 쓰이는 모바일 쿠폰을 국내에서 독점 공급합니다. 이 사업도 결국 남이 만든 상품권을 플랫폼에 대는 일이라는 점에서 로지텍 유통과 닮았습니다.
물건을 팔수록 현금이 먼저 나갑니다
유통회사의 급소는 이익률보다 돈이 도는 순서입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공급사에는 약 일주일 안에 물건값을 치릅니다. 그런데 쿠팡·네이버 같은 플랫폼에서 판매 대금을 받기까지는 한 달 넘게 걸립니다. 많이 팔수록 그 사이에 묶이는 현금이 커집니다.
2026년 5월 회사가 추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이 구조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770만 주를 주당 2,655원에 발행해 약 204억원을 모으는 계획이었고, 대표주관은 SK증권, 청약일은 8월 3일이었습니다. 회사는 이 돈을 전액 커머스 사업의 상품 매입에 쓴다고 적었습니다. 시니어 플랫폼도, 신약도 아닌 로지텍 상자를 사는 데 쓰는 돈입니다.
현금이 빠듯해진 사정도 있습니다. 올해 16회차 전환사채를 가진 투자자들이 만기 전에 돈을 돌려 달라는 권리(풋옵션)를 행사해, 회사는 현금 187억원을 상환에 썼습니다. 주식으로 바뀌기를 기대했던 빚이 현금으로 돌아 나간 것입니다.

주인도 두 번 바뀌었고, 돈을 넣는 길은 매번 흔들렸습니다
FSN이 하이퍼코퍼레이션 주인 자리에 있었던 기간은 2년이 안 됩니다. 2025년 6월 회사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370억원과 전환사채 400억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증자를 받을 상대와 납입일이 여러 차례 바뀌었고, 규모는 350억원으로 조정됐습니다.
결국 2026년 2월 27일 JK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가 주당 1,753원에 150억원을 납입하면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이 조합은 자본금의 39.09%를 갖고 있습니다. FSN은 이 납입으로 지배력을 잃었고, 하이퍼코퍼레이션은 FSN의 자회사에서 관계기업으로 내려갔습니다.
같은 달 이사회는 본점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강남구 언주로로 옮기기로 결의했습니다. 2026년 5월 딜사이트 보도에서 회사 관계자는 신사업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으며, 유상증자 마무리가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새 주인이 들어온 뒤에도 회사가 가장 먼저 챙긴 것은 유통에 들어갈 현금이었습니다.
하이퍼코퍼레이션 전망은 결국 유통의 현금 사정에 달렸습니다
10월 13일의 거래량은 평소의 66배였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매출을 만드는 장면은 그날 이후에도 같습니다. 쿠팡과 네이버에서 팔리는 로지텍·에코백스·키친에이드 상자, 그리고 틱톡 라이트와 기업 고객에게 나가는 모바일 쿠폰입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매출 100 가운데 83 이상이 이 상자들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이 움직임이 실제 일감으로 이어지는지는 두 가지 기록에서 드러납니다. 하나는 상품 매입에 쓰겠다던 204억원 증자가 실제로 얼마나 들어왔는지입니다. 그 금액이 다음 분기 이 회사가 들여놓을 수 있는 물건의 양을 정합니다. 다른 하나는 공시입니다. 10월 8일 이 회사에는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공시번복)'가 공시됐고, 지정 여부는 이후 공시로 확정됩니다.
바이오와 시니어 간판은 다음 분기에도 걸려 있을 수 있습니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실적은 그 간판이 아니라 공급사에 치르는 일주일과 플랫폼에서 돈이 돌아오는 한 달 사이를 누가, 얼마로 메워 주느냐에서 정해집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13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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