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림제지 골판지 사업, 삼보판지와 장부로 갈라선 뒤에도 거래는 이어졌다

대림제지는 택배 상자의 겉장과 물결 종이를 만드는 원지 회사입니다. 형제가 세운 삼보판지와 2018년 장부에서 남이 됐지만 거래는 이어졌고 지분도 아직 얽혀 있습니다.

대림제지 골판지 사업, 삼보판지와 장부로 갈라선 뒤에도 거래는 이어졌다

대림제지(017650)는 10월 13일 장중 1,921원에 거래되며 전 거래일보다 11.06% 낮은 값을 보였습니다. 거래량은 75,251주였습니다. 하루 전인 12일, 액면분할로 바뀐 주식이 다시 상장되면서 멈춰 있던 매매가 풀렸습니다.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잘라 보면 평평한 종이 두 장 사이에 물결 모양 종이가 끼어 있습니다. 대림제지가 만드는 것은 바로 그 겉장(라이너지)과 물결(중심지)이 되는 종이, 골판지 원지입니다.

이 회사를 한 줄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형과 함께 세운 판지 회사에 원지를 대던 동생의 회사이고, 2018년 장부에서 형 집안과 남이 된 뒤에도 그 거래선이 끊기지 않은 회사입니다. 주식 수는 바뀌었지만 이 관계는 그대로입니다.

대림제지 뭐하는 회사인가: 분리수거된 폐지가 상자의 겉과 속이 됩니다

원료는 국내에서 분리수거된 폐지입니다. 대림제지는 이 폐지를 풀어 원지를 뜨고, 원지는 판지 제조사로 넘어가 골판지 원단이 되고, 원단은 다시 상자가 됩니다. 그 상자에 섬유, 전자제품, 식품, 의약품, 농수산물이 담깁니다.

골판지 산업은 원지에서 원단, 상자로 내려가는 세 단계입니다. 대림제지는 맨 윗단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100% 자회사 대림씨앤비를 통해 골판지와 골판지상자도 만듭니다.

매출을 나눠 보면 제지부문이 60.87%, 골판지부문이 39.13%입니다(와이즈리포트, 2026년 6월 표기). 본사는 경기도 오산시 황새로에 있고, 골판지사업부 공장은 파주시 적성면 가월리에 있습니다.

대림제지 파주 공장은 파주소방서가 1급 소방안전관리대상물로 분류한 곳입니다. 종이를 쌓아 두는 대형 시설이라 2024년 1월 겨울철 소방안전컨설팅 대상에 올랐고, 소방서장은 “대규모 시설은 화재 발생 시 대형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골판지 가치사슬 도식: 폐지 → 원지(라이너지·중심지) → 원단 → 상자 순서로 화살표, 대림제지가 원지와 자회사 대림씨앤비로 원단·상자까지 걸쳐 있음을 표시. 매출 구성 제지부문 60.87%, 골판지부문 39.13%

시장에서의 자리는 크지 않습니다. 원지 시장은 아세아제지·신대양제지·삼보판지·태림포장·한국수출포장 다섯 곳이 2023년 기준 72.6%를 쥐고 있습니다(한국신용평가). 대림제지는 이 다섯에 들지 않고, 국내 골판지용 원지 생산점유율은 2024년 기준 약 5%입니다.

그 5%짜리 회사가 지금까지 버틴 이유는 제품보다 거래처에서 나옵니다. 주요 거래처로 거론되는 이름은 삼보판지, 동진판지, 한청판지입니다. 셋 다 같은 집안과 얽힌 판지사입니다.

그 원지를 가장 많이 사 간 곳은 형이 세운 회사였습니다

뿌리는 1973년입니다. 류종욱 회장과 동생 류종우 회장이 함께 세운 회사가 삼보판지의 출발입니다. 1984년 류종우 회장은 매제 권오달 부회장과 함께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개인회사를 따로 세웠습니다. 그것이 대림제지입니다.

형의 회사는 상자를 만들고, 동생의 회사는 상자의 재료를 만들었습니다. 두 회사는 형제 경영으로 골판지 업계 빅4 수준까지 컸습니다. 대림제지는 1994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 관계가 얼마나 깊었는지 바로 드러납니다. 2015년 대림제지 매출 547억 원 가운데 288억 원, 52.7%가 계열 내부거래였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이 비율은 50~60%대를 오갔고, 2017년까지 최대 매출처는 삼보판지였습니다.

매출의 절반을 같은 집안의 판지사에 판 회사입니다. 원지 회사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만든 종이를 꾸준히 받아 줄 곳을 찾는 것인데, 대림제지는 그 문제를 가족 안에서 풀었습니다.

2005년에는 두 회사가 함께 고려제지를 샀습니다. 삼보판지가 60%를 180억 원에, 대림제지가 40%를 120억 원에 가져갔습니다. 형제가 원지 공장까지 나눠 가진 것입니다.

2017년, 두 회사는 지분을 맞바꿔 각자의 길을 냈습니다

경영이 2세로 넘어가면서 형제 경영은 사촌 경영이 됐고, 두 집안은 갈라서는 길을 택했습니다. 첫 매듭이 2017년 말 지분 맞교환입니다.

대림제지는 갖고 있던 고려제지 주식 241만여 주를 삼보판지에 넘겼습니다. 삼보판지의 고려제지 지분율은 85.8%로 25.8%포인트 올랐습니다. 대신 대림제지는 삼보판지가 가진 동진판지 지분 100%와 파주공장을 받았습니다.

이 거래로 원지만 만들던 대림제지가 골판지 가공과 판매까지 하게 됐습니다. 형 집안은 원지 공장을 더 단단히 쥐고, 동생 집안은 상자 쪽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서로 기대던 회사가 각자 위아래 단계를 갖춘 회사가 되려 한 교환입니다.

그 뒤 움직임은 빨랐습니다. 2020년 3월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대림제지는 2019년 말 동진판지 지분 약 70%를 팔았고, 매출은 정정공시 기준 1,059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같은 보도는 그 무렵 동진판지와의 거래가 전년보다 28% 넘게 늘었다고 썼습니다.

연표: 1973 류종욱·류종우 형제 삼보판지 출발, 1984 대림제지 설립, 2005 고려제지 공동 인수(삼보 60%·180억 원, 대림 40%·120억 원), 2017 지분 맞교환(고려제지 241만여 주 ↔ 동진판지 100%·파주공장), 2018 서로 특수관계자 제외, 2024년 3월 류동원 대표 삼보판지 사내이사 사임, 2025년 12월 대림제지 고려제지 지분 14.00%

장부에서는 남이 됐지만 거래는 줄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매듭은 2018년 장부 정리입니다. 류종우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을 기점으로 삼보판지는 대림제지를 기타 특수관계자에서 뺐습니다. 대림제지도 삼보판지, 고려제지, 한청판지, 삼화판지를 특수관계자 목록에서 지웠습니다.

특수관계자에서 빠지면 서로 얼마를 사고팔았는지 재무제표에 따로 적을 의무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그 뒤로 두 회사 사이 거래액은 공시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투데이는 2020년 대림제지의 내부거래 비율이 60%대에서 12.9%로 떨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숫자는 서로를 특수관계에서 빼기 직전까지의 장부에서 나온 값입니다. 장부에서 사라진 거래는 줄어든 거래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그 차이를 메워 준 것은 사람의 입이었습니다. 2024년 11월 삼보판지 관계자는 딜사이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림제지와의 거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저는 이 한 줄이 대림제지라는 회사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공시상 대림제지는 남남이 된 판지사들에 원지를 파는 독립 원지사입니다. 실제로는 반세기 전 형제가 깔아 둔 거래선 위에서 종이를 팔고 있습니다.

대림제지 류창승, 류동원 일가의 삼보판지 지분 16.39%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세 번째 매듭은 아직 묶이지 않았습니다. 2024년 3월 류동원 대표가 삼보판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두 집안의 상법상 특수관계는 끊어졌습니다. 그런데 지분은 그대로 서로의 회사에 걸려 있습니다.

류종우 회장 일가는 삼보판지 지분 16.39%를 갖고 있습니다. 류동원 15.18%, 류창승 1.2%, 류종우 0.1%입니다. 딜사이트는 2025년 6월 삼보판지 대표가 완전한 지배권을 가지려면 이 지분을 사야 하고, 단순 계산으로 약 260억 원이 든다고 추산했습니다.

반대 방향도 남아 있습니다. 대림제지는 2025년 12월 기준 고려제지 지분 14.00%를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2005년 40%로 들어가 2017년 맞교환으로 덜어 내고 남은 몫입니다. 고려제지의 최대주주는 삼보판지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동생 집안은 형 집안 판지사의 지분 16.39%를 쥐고 있고, 형 집안이 지배하는 원지 공장의 지분 14.00%도 쥐고 있습니다. 거래선은 살아 있고, 지분은 서로 엇갈려 있습니다. 갈라섰다는 말은 장부에서만 완결됐습니다.

관계도: 대림제지 내부거래 비율 2015년 52.7%(547억 원 중 288억 원) → 2017년 이후 12.9% → 2018년 특수관계자 제외로 공시 대상에서 빠짐. 대림제지→고려제지 지분 14.00%, 류종우 회장 일가→삼보판지 지분 16.39%(류동원 15.18%·류창승 1.2%·류종우 0.1%), 지분 정리에 약 260억 원 추산(2025년 6월 보도). 삼보판지 관계자 인용 '거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래서 주식 수가 바뀐 날, 이 회사의 장사는 무엇에 달려 있나

액면분할은 주식 한 주를 여러 주로 쪼개는 일입니다. 공장도, 거래처도, 원료도 그대로입니다. 대림제지 주가를 검색한 사람이 확인할 것은 그래서 회사의 실제 장사입니다.

최근 세 개 연도 매출은 1,644억 원, 1,663억 원, 1,688억 원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8억 원에서 98억 원, 53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3.28%에서 5.92%, 3.13%로 내려왔습니다.

종이는 그대로 팔렸는데 남는 돈이 4분의 1 아래로 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에서 이익을 흔드는 것은 판매량보다 값의 차이입니다. 원가의 약 60%가 폐지라서(뉴스토마토, 2020년) 원지 값은 폐지 시세를 따라 움직입니다.

2024년 중반 업계 상황이 그 차이를 보여 줍니다. 폐지 값은 1년 전보다 약 52% 올랐고, 주요 원지사들은 원지 가격을 약 20%, 톤당 7만~8만 원 올리겠다고 통보했습니다. 한 골판지 업계 관계자는 “원지 가격이 20% 상승하면 골판지·상자 가격은 12% 이상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림제지는 이 줄다리기의 양쪽에 다 서 있습니다. 제지부문 60.87%에서는 원지를 파는 쪽이고, 골판지부문 39.13%에서는 원지를 사서 상자를 만드는 쪽입니다. 증권가는 과점 5사 기준 5년 평균 원지 사업 이익률을 13.9%, 원단·상자 사업 이익률을 3.4%로 제시합니다. 원지에서 버는 회사가 2017년 이후 이익이 박한 상자 쪽으로 몸을 늘린 것입니다.

시장 자체는 커졌습니다. 국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은 2009년 369만 톤에서 2024년 557만 톤으로 늘었습니다(한국제지연합회). 대림제지는 그 시장의 5%를 맡고 있고, 그 5%를 받아 주는 곳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형 집안이 세운 판지사들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다음 숫자는 거래소 시세판보다 두 곳에서 먼저 정해집니다. 폐지와 원지 사이의 값 차이, 그리고 회사가 더는 금액을 적지 않는 삼보판지 계열과의 거래입니다. 주식은 쪼개졌어도, 1973년 형제가 함께 판 우물에서 종이를 길어 올리는 회사라는 사실은 쪼개지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13일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대림제지 #017650 #대림제지주가 #대림제지뭐하는회사 #대림제지골판지사업 #대림제지파주 #대림제지류창승 #삼보판지 #고려제지 #동진판지 #대림씨앤비 #골판지원지 #라이너지 #폐지가격 #액면분할

같이 보면 좋은 글

같은 코너에서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