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리막 회사 더블유씨피는 최대 고객 삼성SDI가 지분 3.39%를 직접 쥔 회사다. 공모가 6만원 상장에서 가동률 50% 이하까지, 한 고객에 묶인 공장이 미국 ESS로 손님을 넓히는 과정.
더블유씨피 주식 3.39%, 최대 고객 삼성SDI가 직접 들었다

10월 15일 더블유씨피(393890) 주가는 장중 9,870원으로 전날보다 13.72% 낮게 거래됐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27만7426주였습니다. 하루 전인 14일에는 이 회사 지분 보유 현황을 알리는 보고서 두 건, 임원·주요주주 소유상황보고서와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이 회사 주주 명단에서 가장 눈여겨볼 이름은 지분이 제일 큰 쪽이 아닙니다. 삼성SDI입니다. 삼성SDI는 지난 9월 1일 보도 기준으로 더블유씨피 주식 114만6762주, 지분 3.39%를 자기 이름으로 들고 있습니다.
그 삼성SDI가 더블유씨피 제품을 사 가는 거의 유일한 고객입니다. 물건을 사 주는 회사가 그 물건을 파는 회사의 주식까지 쥐고 있습니다. 더블유씨피는 삼성SDI 배터리 라인 옆에서 자란 공장이고, 지금은 그 끈을 놓지 않은 채 다른 손님을 찾고 있는 회사입니다.
배터리 안 얇은 막 한 장, 충주에서 폭 5.5m로 뽑습니다
휴대폰이나 전기차 배터리를 갈라 보면 양극과 음극 사이에 아주 얇은 필름이 끼어 있습니다. 두 전극이 맞닿지 않게 막으면서 리튬이온만 지나가게 하는 막, 분리막입니다. 양극재·음극재·전해질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소재로 꼽힙니다.
이 막에는 숨은 역할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배터리 속 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구멍이 닫히듯 이온 이동을 끊어 내부 화재를 막습니다. 배터리가 불붙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버티는 벽입니다.
더블유씨피는 2016년 충청북도 충주에 세워진 분리막 회사입니다. 본사와 공장이 모두 충주에 있습니다. 주력은 '2세대 코팅 습식 분리막'입니다. 공기가 잘 통하고 잘 찢어지지 않는 습식 분리막 위에 코팅을 한 겹 더 입혀,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고 열에도 잘 버티게 만든 제품입니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것은 제품보다 기계입니다. 충주 공장에는 회사가 직접 만들고 고친 광폭 생산 설비가 있습니다. 필름 폭이 5.5m로, 회사는 이를 '세계 최초·세계 최대'라고 소개합니다. 여기에 단면 필름 두 장을 한꺼번에 코팅하는 양면 동시 코팅 기술을 붙였습니다.
두 장을 한 번에 칠하니 말리는 과정을 한 번 건너뜁니다. 회사는 2022년 7월 기업설명회에서 이 설비로 경쟁사보다 2~3배 높은 생산 효율을 낸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시간에 더 넓은 필름을 더 많이 뽑아 한 장당 만드는 값을 낮춘다는 계산입니다.

회사의 뿌리는 일본에 있습니다. 창업자 최원근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2005년 일본에서 분리막 회사 더블유스코프(W-Scope)를 세웠습니다. 더블유스코프는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이고, 지금도 더블유씨피의 최대주주입니다. 더블유씨피는 2016년 그 한국 법인으로 출발했습니다.
'한국 분리막 회사'로 불리지만 맨 위 주주는 일본 상장사입니다. 그리고 한국 공장이 처음부터 겨냥한 고객은 한국 배터리 회사였습니다.
그 막을 사 가는 회사가 주식도 쥐고 있습니다
더블유씨피의 매출은 사실상 삼성SDI 한 곳에서 나옵니다. 2025년 10월 파이낸스스코프는 매출의 99% 이상을 삼성SDI에 의존한다고 전했고, 한국IR협의회 보고서를 인용한 자료는 2024년 매출의 80% 이상으로 적었습니다. 집계마다 숫자는 다르지만 고객 명단의 첫 줄과 거의 마지막 줄이 같은 이름입니다.
거래의 크기도 처음부터 컸습니다. 더블유씨피는 삼성SDI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3년에는 2027년까지 약 40억㎡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더블유스코프 쪽 양해각서 형태라는 보도도 함께 있었습니다.
물건이 가는 곳을 보면 관계가 더 분명해집니다. 2021년 더블유씨피 매출의 62%가 헝가리에서 나왔습니다. 삼성SDI가 국내·헝가리·미국에 배터리 라인을 두고 있고, 더블유씨피 분리막은 그 라인을 따라 움직입니다.
2021년 삼성SDI는 돈도 넣었습니다. 삼성벤처투자가 만든 'SVIC49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통해 200억원 규모로 지분을 샀습니다. 조합 출자금의 99%를 삼성SDI가 댔고, 조합은 더블유씨피 주식 115만8345주(3.42%)를 재무적 투자자로 들고 있었습니다.
2026년 4월 이 조합이 자산을 정리하면서 주식은 출자 비율대로 나눠졌습니다. 9월 1일 더구루 보도에 따르면 삼성SDI는 114만6762주(3.39%)를 자기 명의로 직접 보유하게 됐습니다. 새로 돈을 넣은 것은 없습니다. 조합이라는 겉옷을 벗었을 뿐입니다.

이 겉옷 벗기가 이 회사에서 갖는 무게는 작지 않습니다. 고객이 공급사의 주식을 펀드 뒤에 숨기지 않고 자기 장부에 올렸습니다. 삼성SDI에게 더블유씨피는 여러 납품업체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자기 배터리 공급망의 한 칸입니다.
증권사 평가도 같은 방향입니다. 2026년 6월 한국IR협의회 계열 자료는 삼성SDI 미국 NCA ESS 라인에 들어가는 분리막을 더블유씨피가 사실상 전량 공급한다고 봤습니다. 2026년 10월 가동 예정인 삼성SDI 미국 인디애나 공장의 ESS용 LFP 라인에도 더블유씨피 제품이 쓰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공장은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스타플러스에너지입니다.
묶인 덕에 공모가 8만원을 불렀고, 묶인 탓에 공장 절반이 쉬었습니다
한 고객과 깊게 엮인 관계는 좋은 시절엔 성장의 보증서였습니다. 2021년 9월 상장 전 투자 유치에서 더블유씨피는 기업가치 2조3000억원을 인정받았습니다. KB증권·신한금융투자·한라홀딩스가 투자자로 들어왔습니다. 2021년 말 기준 세계 분리막 시장 점유율은 4위, 7.0%였습니다.
2022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회사는 희망 공모가로 8만~1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위쪽 가격이면 시가총액이 최대 3조4010억원이었습니다. 최원근 대표는 7월 기자간담회에서 "지속적인 설비투자·연구개발(R&D)을 통해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회사는 수요예측과 청약 일정을 8월 초에서 9월 14~15일로 미뤘습니다. 최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이 좋게 나와 이를 반영해 공모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적이 좋으니 기다렸다가 더 높은 값을 받겠다는 선택이었습니다.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더블유씨피 공모가는 희망 범위 맨 아래보다도 낮은 6만원에 확정됐습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2조218억원으로, 희망가 위쪽보다 1조원 넘게 줄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흥행은 했습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33.28대 1, 참여 금액은 12조원이었고 총 공모 규모는 4320억원이었습니다. 그해 상장사 가운데 공모 규모로 LG에너지솔루션 다음인 2위였습니다. 최 대표는 확정 당일 이렇게 말했습니다. "확정 공모가가 희망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참패로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상장 이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장 뒤 회사가 맞은 것은 고객의 속도였습니다. 2024년 4분기 회사는 전기차용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 자동차 수요가 멈추자 고객사가 쌓인 재고부터 썼고, 미국 완성차 판매도 부진했습니다. 전동공구 같은 비전기차 수요도 약했습니다.
회사는 국내 양산 라인과 헝가리 신규 라인을 고객사와 협의해 유연하게 돌리기로 했습니다. 고객의 출하가 줄면 공장 가동도 고객과 맞춰 줄여야 하는 회사라는 사실이 이때 드러났습니다.
2025년 말 가동률은 5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영업손익은 2024년 3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적자였습니다. 회사는 2026년 1분기 보고서에서 "판매량 저하가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고 고정비 부담이 반영돼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적었습니다.
이 문장이 이 회사의 약점을 정확히 짚습니다. 5.5m 광폭 라인은 많이 돌릴수록 한 장당 값이 싸지는 설비입니다. 절반만 돌면 기계값과 인건비는 그대로 남고 그 부담이 손실로 넘어옵니다. 생산 효율이 강점인 공장일수록 가동률이 꺾일 때 더 아프게 맞습니다.
바깥 사정도 나빴습니다. SNE리서치 집계로 2026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분리막 시장에서 중국계 업체 점유율은 89.6%로 3.0%포인트 올랐습니다. 한국 기업 점유율은 5.1%에서 3.7%로 내려갔습니다. 국내 경쟁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는 1분기 가동률이 16~20%에 그쳐 국내 공장을 멈추고 중국 공장을 팔았습니다.
일본 모회사 쪽 장부도 바뀌었습니다. 더블유스코프는 2024년 3분기부터 더블유씨피를 연결 자회사가 아닌 지분법 적용 회사로 돌렸습니다. 한국 공장의 매출을 모회사 매출에 합치지 않고, 들고 있는 지분만큼의 손익만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2025년 6월 더구루는 이후 더블유스코프 매출이 95%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상장사 매출의 대부분이 충주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더블유씨피 전망을 가르는 일정은 이번 달 미국에 있습니다
회사가 꺼낸 답은 손님과 용도를 넓히는 것입니다. 2024년 4분기에 이미 국내 마이크로모빌리티 고객과 공급 협상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최원근 대표는 2025년 2월 주주서한에서 하반기 업황 개선에 대비해 자체 개발한 혁신 코팅·원단 생산 공정을 준비하고, 국내외 신규 고객과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새 고객 이름도 하나 붙었습니다. SK온 미국 공장의 ESS용 LFP 배터리 라인에 분리막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표현으로는 '3분기 말부터'이고, 자료에 따라 양산 본격화 시점은 2026년 10월로 잡혀 있습니다. 삼성SDI가 아닌 배터리 회사가 고객 명단에 오른 첫 사례입니다.
전기차 쪽에서는 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2025년 10월 파이낸스스코프는 더블유씨피가 북미 최대 전기차 업체와 차세대 4680 원통형 배터리용 분리막 샘플 테스트를 마치고 셀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북미에서 4680을 만드는 국내·일본 업체와도 샘플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그 보도는 납품 시작을 2026년 2분기로 내다봤습니다. 2026년 7월 시대일보가 확인한 시점까지 회사가 낸 신규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는 없었습니다. 이 공시는 최근 사업연도 매출의 10% 이상인 계약이면 내야 합니다. 같은 기사에서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새로운 고객사로 공급을 확대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품 쓰임새의 지도도 다시 그려지고 있습니다. 2026년 증권사 자료가 적은 회사의 용도별 목표는 ESS 50%, 전기차 30%, 소형 20%입니다. 전기차 회사로 상장한 분리막 회사가 매출 절반을 전력 저장 장치에서 찾겠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서 이 회사의 지금 모습이 보입니다. 새 손님 SK온의 미국 ESS 라인과, 오랜 손님 삼성SDI의 인디애나 ESS 라인이 같은 2026년 10월에 돌아갑니다. 둘 다 전기차가 아니라 ESS입니다. 다변화의 첫걸음조차 미국 ESS라는 한 시장에 함께 서 있습니다.
그래서 14일 지분 보고서와 15일 주가 움직임이 이 회사의 일감과 얼마나 이어지는지는 지분표가 아니라 공장 가동률에서 판가름 납니다. 50% 아래로 내려간 충주와 헝가리 라인이 미국 두 ESS 공장의 주문으로 얼마나 다시 차는지가 7개 분기 적자를 끝낼 숫자입니다.
삼성SDI가 지분을 직접 쥔 것은 이 회사를 놓지 않겠다는 쪽의 신호이고, SK온과 4680 시험은 이 회사가 한 고객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쪽의 신호입니다. 더블유씨피의 다음 장은 두 신호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공장을 채우는지로 쓰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5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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