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탈중앙화 금융)와 전통 금융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논의가 기술적 측면을 넘어 금융의 철학과 가치에 대한 깊은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용구 해시드오픈리서치 CSO는 12월 16일 서울 강남의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파이와 전통금융의 협력과 확장 전략, 하이브리드 금융 시대의 비전’ 세미나 폐회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단순한 기술적 논의가 아닌, 디파이가 어떻게 전통 금융과 결합할 수 있는 철학적 기초를 함께 모색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CSO는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스테이블코인 컨퍼런스를 회고하며,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단순한 암호화폐 실험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신중상주의적 관점에서 국가 이익을 설계하고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한국의 'K Initiative'라는 새로운 기획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해시드는 한국이 크립토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통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 웹 기술의 융합을 통해 디지털 G2 국가로의 도약을 모색해 왔다. 지난 9월 진행된 폐쇄형 컨퍼런스 '이스트 포인트(East Point)'에서는 법률가, 정책 입안자, 학계, 금융 및 핀테크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심도 깊은 논의를 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아부다비 금융 콘퍼런스에서도 세션을 주최했다고 밝혔다.

김 CSO는 디파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이 인간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스테이블코인, ETF, 크립토 시장의 흐름이 결국 '돈'의 논리로 수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피자 거래와 분실 사례, 그리고 비트코인 ETF의 급격한 성장을 예로 들며, 비트코인 ETF가 금 ETF가 8년간 쌓은 1000억 달러의 자산을 1년 만에 달성한 사실을 언급했다. 모든 논의가 결국 자본과 수익의 언어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디파이의 탈중앙화 가치가 주주 자본주의에 점차 잠식되고 있으며, 디파이 유동성이 미국 국채로 흡수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탈금융'이 아닌 '미 국채 파생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디파이의 철학과 전통 금융의 긍정적인 기능이 만나야 할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CSO는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약 20억 명이 여전히 은행 계좌를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소유'를 가능하게 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가 거대 금융기관 중심으로 막대한 자본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무리하며, 그는 디지털 시민권과 금융 포용이라는 가치 아래에서 전통 금융과 디파이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고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논의는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26년까지 이어져야 할 여정"이라며, 디파이와 전통 금융, 그리고 ‘슈퍼 디파이(Super DeFi)’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논의할 장을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디파이와 전통 금융이 대립의 구도를 넘어서 협력과 결합의 단계로 이동하는 흐름을 조망하고 있다. 글로벌 메인넷과 디파이 프로젝트, 금융기관, 그리고 정책 및 법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 혁신과 제도권의 요구를 함께 논의하며 이미 현실화된 하이브리드 금융으로의 전환 흐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