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이 크립토 자금을 빠르게 수용하면서 불법 온체인 금융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불법 크립토 거래 총액이 1540억 달러(약 228조459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러시아, 북한 등이 이와 같은 불법 거래 확대의 주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의 산업형 사기 네트워크 또한 이러한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불법 거래량의 폭증이 단순한 범죄 활동의 증가뿐만 아니라, 제재 대상 국가들의 크립토 사용이 정상적인 사용자와의 경계를 흐리게 하여 수사와 제재 집행의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분석가들은 이러한 '수렴(convergence)' 현상이 집행 기관의 규제 및 감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간다고 경고했다. 제재 집행의 초점이 악성 행위자를 분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규모 크립토 사용이 언제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판별해야 하는 복잡한 난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제재 회피가 핵심인 불법 거래의 다양한 형태는 ‘돼지도살(pig-butchering)’과 같은 투자 사기, 테러 자금 조달, 에스코트 서비스 결제, 아동 성 착취물 유통 등으로 분포하고 있다. 특히 제재 대상이 수령한 자금의 가치는 2025년 한 해 동안 2024년에 비해 무려 6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란의 IRGC 및 그 지지 세력, 북한, 그리고 러시아와 관련된 인프라가 이러한 급증의 핵심 요소로 지목되었다.
특히 이란 IRGC는 크립토를 활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우회하고 있으며, 2025년 한 해 동안 최소 30억 달러가 레바논의 헤즈볼라, 하마스, 그리고 후티와 같은 지역 무장 세력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 자금은 불법 원유 판매나 이중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 구매에 동원되고 있다. 크립토는 이제 제재 회피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 또한 크립토를 통해 2025년 해킹 및 사이버 공격을 통해 약 20억 달러를 탈취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와 함께 서방의 IT 기업들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여 지속적인 외화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자금 세탁 경로가 더욱 정교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러시아는 2022년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력한 제재에 직면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루블 연동 스테이블코인 A7A5를 이용한 국제 무역을 지원하고 있다고 체이널리시스는 언급하였다. A7A5와 관련된 거래소도 등장하여 이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를 촉진하고,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들이 시장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A7A5가 중개한 거래량은 약 933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불법 거래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크립토의 사용이 제재 회피 및 국가 안보와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 사용자와 기업이 점점 더 크립토를 활용하면서 당국이 합법적 사용과 제재 위반의 경계를 명확히 식별할 수 있는 난이도가 상승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결국 향후 시장은 불법 거래 단속 강화뿐만 아니라, 온체인 추적 기술과 규제 준수 체계의 고도화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체이널리시스가 지적한 수렴 현상이 지속될수록, 크립토 산업은 성장과 규제 대응 능력에 대한 성적표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제재국가들, 온체인 자금 급증…2025년 불법 크립토 거래 1540억 달러로 신기록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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